2006-12-08 18:23

기획/ 한-중간 카훼리항로 신규개설 잘될까

한중해운회담서 민간단체에 ‘공’ 넘겨…평택·군산 개설 전망
공컨 연안운송 허용에 물류비 160억 절감될 듯


●●● 지난달 28~29일 제주 서귀포 대한항공호텔에서 개최된 제14차 한중해운회담에서 양국 정부는 한-중 카훼리항로에 대해 항만시설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신규노선 개설에 합의했다.

또 양국 연안에서 상대국 컨테이너선사들이 빈컨테이너 운송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한-중간 카훼리항로엔 14개선사 15개노선이 매주 39항차를 운항중이다. 이중 10개노선이 인천항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평택 2개노선, 군산 1개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이번 카훼리 항로 신규 노선 개설에 합의하면서 공을 민간에 넘겼다. 내년 3월까지 민간 선사단체에서 합의해 최종 결정된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면 이를 승인해준다는 입장이다. 카훼리선사 단체인 황해객화선사협의회에서 결정된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설이 가능한 항로는 어디일까?

국내항을 기준으로 봤을 때 인천항에서의 카훼리 서비스는 더이상 개설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대인훼리와 단동항운, 한중훼리, 화동해운, 범영훼리,진인훼리등 6곳이 이용하고 있다. 제2국제여객터미널은 위동항운(2개노선), 진천항운, 연운항훼리등 3곳에서 4개 노선을 운항중이다.

일반적으로 1개 선석당 2척의 카훼리선이 번갈아 월수금과 화목토로 운영돼, 제1터미널은 이런 방식으로 3개 선석에 6개노선이 운항중이다. 더이상 추가노선이 들어설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다만 제2터미널은 3개 선석에 4개노선만이 운영중이어서 서비스 추가 개설에 대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실제로 위동항운이 인천-둥잉(東營)간 항로개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및 정부는 접안시설이나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수용태세, 인력 및 장비등을 감안할 때 추가개설은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항로개설이 이뤄질 경우 터미널을 개발했고, 한중카훼리항로의 맏형격인 위동항운이 유력하나 이미 웨이하이(威海)나 칭다오(靑島)등 2개 노선을 운영중이란 점에서 타 선사들의 반발이 클 것이란 분석도 있다.

◆평택항 기점 개설 희망노선 ‘북새통’

평택항의 경우 한두개 노선의 개설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반적인 업계의 시각이다. 평택항의 국제여객터미널은 2개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총 4개노선까지의 확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평택-제주간 연안카훼리서비스가 1개 선석을 쓴다고 개설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실제 개설여유노선은 1개다. 제주간 카훼리 서비스가 당진항만쪽의 일반부두로 옮겨갈 경우 2개노선까지 가능하나 쉽지는 않아 보인다.

개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평택항을 통한 서비스 개설에 선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평택항을 통한 항로개설 의향을 밝힌 선사는 평택-다펑(大豊) 3곳, 평택-롄윈강(連雲港) 2곳, 평택-칭다오 4곳, 평택-스다오(石島) 1곳, 평택-웨이하이 1곳, 평택-옌타이 1곳, 평택-톈진(天津) 1곳, 평택-다롄(大連) 2곳, 평택-장허(庄河) 2곳, 평택-단둥(丹東) 1곳등이다. 무려 10개 노선이 평택항을 기점으로 서비스 개설을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기존 인천-중국간 서비스 선사들이 평택항을 통해서도 중국 동일 항만에 서비스 개설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다펑이나 장허처럼 신규노선 진출에 의한 개설 움직임도 눈에 띈다. 또 평택-르자오를 운항하는 씨앤훼리의 경우 평택항을 통한 항로 다각화를 위해 중국 여러항을 대상으로 개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부정기선사들도 신규진입을 노리고 있다.

평택-다펑 노선은 위동항운, 연운항훼리, 씨앤훼리가 개설신청을 밝힌 상태다. 다펑 상급 도시인 옌청(鹽城)의 기아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출하되는 화물과 인접도시인 중국횡단철도(TCR) 출발지 롄윈강, 중국 최대항만 상하이등의 장점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같은 노선에 대한 컨테이너선 서비스 개설, 개항장이 아니란 점 등은 문제로 지적된다. 컨테이너 서비스의 경우 남성해운을 운항선사로, 동남아해운, 장금상선, 한성라인등 3개사가 선복을 빌려 컨테이너선 서비스 개설을 준비중이다. 이처럼 컨테이너선과 화물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경우 개설 초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서비스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펑항이 아직 개항장이 아니란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연내 개설을 목표로 했던 컨테이너 서비스의 경우도 항만시설이 외항선이 입항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해 개설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장허 노선의 경우 인천-단둥 운항사인 단동항운과 인천-다롄 운항사인 대인훼리가 개설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장허항은 단둥과 다롄의 중간지점이어서 이 노선이 개설될 경우 단둥노선이나 다롄노선은 모두 직접적인 영향권을 받게 되는 만큼 양 선사가 맞불카드로 의향을 밝히고 있는 것. 하지만 장허항이 다펑항과 마찬가지로 항만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은 항로 개설의 핸디캡이 되고 있다.

롄윈강 노선의 경우 씨앤훼리와 인천-롄윈강 운항선사인 연운항훼리가 올해 들어 항로 개설을 놓고 맞붙었으나 결국 매듭을 못 지은 곳이다. 양 선사는 이를 결정하기 위해 한중해운회담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으나 민간단체에서 합의하라는 결정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제2라운드를 예고하게 됐다.

칭다오 노선의 경우 현재 희망선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인천-칭다오를 운항중인 위동항운을 비롯해 부정기 중견선사인 인터해운과 진양해운이 서비스 개설을 위해 뛰고 있다. 칭다오한인회란 곳에서 한국측 개설업체로 신청한 것도 주목된다.

스다오 노선의 경우 인터해운이 개설 신청을 했으나 황해객화선사협의회를 통해 항로개설이 결정되는 만큼 개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곳이다.

웨이하이 항로는 인천 웨이하이 운항선사인 위동항운이 항로 개설을 희망해 놓고 있다. 웨이하이가 한-중간 카훼리항로 1호노선이란 점. 많은 물량을 유치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개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옌타이 항로는 씨앤훼리와 맞불카드로 인천-옌타이간을 운항하는 한중훼리가 개설의향을 밝힌 상태. 씨앤훼리는 평택항을 통한 서비스 개설에 사활을 걸고 있고 한중훼리도 인천과 평택은 같은 영업권이란 점을 주장하고 있어 이곳도 양 선사간 신경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 톈진노선의 경우 인천-톈진의 천진항운이, 단둥노선의 경우 인천-단둥의 단둥항운이 각각 개설신청을 한 상태다. 또 다롄 노선의 경우 대인훼리뿐 아니라 ‘콜드프라자’란 곳에서 개설신청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콜드프라자는 아직까지 그 실체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군산항도 항로 개설 ‘힘겨루기’

평택항과 더불어 군산항도 추가 개설 유력항만으로 거론되고 있다. 군산항은 현재 창명라이너스가 운항중인 군산-칭다오간 1개노선만 운항중이어서 추가 개설에 대한 가능성이 높다. 또 인천과 평택이 동일권역으로 묶여 있어 항로 개설에 따른 기존 서비스와의 경쟁 가능성에 민감한 편이지만 군산은 비교적 수도권과 떨어진 곳이란 점도 이같은 부분을 비켜갈 수 있다.

또 작년 4월 신축한 군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운항되는 서비스에 비해 유휴인력 및 CIQ등의 항만시설이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항로개설에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군산항의 경우 화동해운과 창명라이너스가 군산-스다오간 신규노선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화동해운은 인천-스다오 운항선사로서 스다오를 기점으로 한 항로 다각화에, 창명라이너스는 군산항을 개척해온 선사로서 각각 항로 개설의 명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동해운은 청해윤도가 작년 10월 항로 개설이 한창 논의될 무렵 추가개설에 대해 참여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을 들어, 청해윤도를 계승한 창명라이너스가 지금와서 항로개설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주장했다. 참여 의향을 밝힐 기회가 있었음에도 가만히 있다가 지금 와서 뛰어든 건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란 것이다.

창명라이너스는 이에 대해 청해윤도 시절에도 의사표현은 해놓은 상태였지만 어려운 상황이라 부각이 안됐을 뿐 협회도 그 부분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군산지역을 개척해왔는데 다른 선사에 (군산-스다오 노선을) 줘버리면 군산-칭다오는 큰 데미지를 입게 된다”며 “우리가 하게 되면 여객의 경우 칭다오로 들어가서 스다오로 나오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황해객화선사협의회는 오는 12일 사장단 회의를 갖고 이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예정. 아직 3개월이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첫 회의에선 한중해운회담 결과에 대한 각사 의견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의 기본입장은 평택·인천을 동일 영업권으로 묶는 한편, 중국에서도 산둥성 지방을 동일 권역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곳으로 항로 개설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선사 관계자는 “수요-공급을 맞추는 선에서 항로가 확대돼야 한다”며 “여름 성수기에 배가 꽉 찬다고 사업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연중 2만t급 선박이 50명이하로 싣고다닐 경우가 허다할 만큼 운항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왕복 기준으로 여객 500~600명, 화물 160~170TEU는 수송해야 BEP(손익분기점)를 맞출 수 있는데, 항로초기에 이렇게 운송할 수 있는 선사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중해운회담에서 정부가 협의회로 항로개설에 대한 결정을 넘긴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1년동안 서비스 개설을 놓고 선사들이 결론을 내지 못해 한중해운회담만을 목놓아 기다렸는데, 이런 기대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직무유기’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협의회 논의 시작할 듯… “수익성 침해 안되게”

협의회내에서의 합의에 대한 전망도 회의적이다. 다른 선사들의 동의를 얻었다 해도 항로개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선사측에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찬반투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후 갈등과 반목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양부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항로개설을 둘러싸고 각 지방정부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임의로 특정항로를 지정하는데는 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어찌됐건 내년 3월 항로개설에 대한 윤곽이 나오기까지 또한번 물밑 경쟁이 업체들간 치열히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서 컨테이너 선사들의 상대국 연안간 빈 컨테이너 운송을 허용했다는 것은 크게 주목할 만하다. 이 결과는 중국보다 한국선사에 큰 이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선사들은 중국 항만중에서 상하이-닝보간만 빈 컨테이너를 운송할 수 있는 반면 중국 선사의 경우 광양-인천, 부산-광양 2개 항로에 공컨테이너 운송이 허용돼 있다.

따라서 이번 회담결과에 따라 허용되는 중국측 항로는 130개 항만 모두가 되며, 한국의 경우 부산-인천 1곳뿐이다.

현재 국적선사는 81척의 컨테이너선을 통해 부산·광양·인천등을 기점으로 중국 28개 항만을 연결하고 있다. 선사들이 연안간 운송을 하기 위해선 현지 항만에 신고를 하면 되며 이로 인해 연간 160만달러에 달하는 물류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최근 고유가 및 바닥운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해선사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한중해운회담에선 카훼리항로 인접항로에 컨테이너선 투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카훼리항로가 운영중인 항만엔 황해객화선사협의회(카훼리)와 황해정기선사협의회(컨테이너)가 선박투입방식에 대해 합의해야 컨테이너 서비스를 개설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앞으로는 카훼리 인접항로에 대해선 양측 단체 협의를 기본전제로, 양측이 입장차이로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양국 정부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이밖에 양국간 카훼리선을 통한 자동차 동반여행의 경우 여행활성화를 위해 운전면허 상호인정에 관한 협정체결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청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될 예정이다.

또 카훼리선의 선령제한 문제는 신규투입선박은 20년 이하로 선령을 제한하는 한편, 기존 선박에 대해선 중국측이 주장하는 ‘28년이내’와 우리측이 주장하는 ‘30년이내’의 입장이 서로 해결점을 찾지 못해 다음 회담으로 타결을 미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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