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7 17:48

화물연대 파업, 치른 ‘대가’는 과연 무엇인가

운송·선적 차질액 수억달러 추정…향후 화물연대 요구 법안 개정도 불투명

●●● 화물연대가 5일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했다. 닷새 동안 지속된 이번 사태로 수출입화물이 제때 수송되지 못해 국가적으로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보았으며 적지 않은 비조합원 영세 화물차주들이 자신의 차량을 잃는 선의의 피해를 당했다. 화물연대의 입장에서 볼 때는 파업기간 중 일어난 잇따른 과격행위로 인해 많은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 것이 화물연대로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파업일지 개요

[11월 30일]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화물연대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12월1일 운임제도 개선과 노동 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면 총파업을 알리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와 여당이 1년전 표준요율제와 노동기본권에 대해 당정협의를 진행하고 발표했으면서도 현재까지 어떤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이영순 의원 대표 발의로 제출된 노동관계법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신속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12월 1일]
화물연대가 1일 오전 4시를 기해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개시 후 몇 시간 동안은 부산항은 보통 때처럼 화물이 원활하게 반·출입되는 등 정상 운영되는 모습을 보였고 광주.전남기업들도 처음에는 운송.물류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운송거부와 함께 총파업 결의를 알리는 집회가 개시됐지만 주요 도로 및 컨테이너 기지 등의 도로 봉쇄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는 하지 않아 물류 대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어느 정도 안도의 분위기가 보여지기도 했다.

[12월 2일]
하지만 파업 첫날이 흐를 무렵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의 화물 반출입량이 보통 때에 비해 50∼80%나 줄어드는 등 물류 차질이 차차 현실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화물연대측에서 차량방송과 전단지, TRS 등을 통해 운송거부를 적극 지시하는 등의 운송방해활동이 더해짐에 따라 수출입화물 반출량은 급감세를 타기 시작했다.

평택항의 경우에도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3분의 1가량 물동량이 감소했으며 인천항에서도 선광컨테이너터미널이 80%, 대한통운부두가 70%, 인천컨테이너터미널이 30% 감소하는 등 파업 여파가 극에 달했다.

수도권 수출입화물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도 하주들의 자가운송 물량처리에 차질을 빚는 등 혼선이 일었다.

한편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차량 방화·훼손 등 과격한 운송방해 행위가 잇따라 발생하기 시작해 폭력적 행동에 따른 우려까지 낳게 됐다.

[12월 3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사흘째로 접어든 가운데, 물류 대란의 우려도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교통부는 파업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강도 4단계 중 두 번째인 주의(Yellow)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화물연대가 항만 봉쇄나 도로 차단 등 불법행위에 나설 경우 ‘경계(Orange)’로 대응 단계를 올려가며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이날 주말이라는 특성과 컨테이너 철송 대체 등을 통해 물류기지의 운송은 평상시 주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의왕컨테이너기지는 지난 2일 컨테이너를 통해 2천661 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철도로 735 TEU를 수송해 평상시 토요일 대비 110% 이상 물량을 처리했으며 부산항도 3일 오전 평균 장치율이 52%를 기록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화물연대는 2일에 이어 3일도 대규모 집회보다는 10명 내외의 소규모 그룹별로 움직이며 집단 운송거부의 정당성을 알리는 가두 선전전을 벌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국에서 화물연대의 소행으로 여겨지는 화물차 방화 및 파손 34건, 도로 대못 살포 6건, 폭행 2건 등 불법행위 47건이 적발됐다.

[12월 4일]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나흘째를 맞으면서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주요 항만과 물류 집결지를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다시 가시화했다. 예컨대 주말과 휴일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했던 부산항 물동량은 월요일인 4일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다시 떨어졌다. 평소 4천1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광양항도 이날 오전부터 화물 반.출입량이 급격히 줄면서 1천500여개를 처리하는데 그쳐 화물연대 운송거부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였다.

수도권 수출·입 화물 물류기지인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도 주말 소강상태를 지나 4일은 평소 육로운송 물량인 3천500개의 60% 수준만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운송방해 행위의 강도도 더욱 높아졌으며 화물연대는 5일로 예정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법안심사소위 결과에 따라 운송거부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건교부는 이날 현재 파업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강도 4단계 중 두번째인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추후 상황을 봐가며 ‘경계’단계까지 올리고 운송 거부자에게 유가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

[12월 5일]
화물연대 운송거부 닷새째인 5일 부산항 등 전국의 항만과 내륙컨테이너기지의 물동량이 전날에 이어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국내 최대인 부산항의 경우 운송거부 이후 처음으로 물류운송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광양항은 평소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편 경찰은 닷새째에 접어든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전국에서 신고된 폭력·불법행위 79건을 수사중이라고 밝혔으며 5일 현재 불법행위와 관련, 2명이 구속되고 사전영장 등 수사대상은 26명에 이르렀다. 또 전국적으로 89대의 차량이 손괴됐으며 불에 탄 차량도 17대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은 오후에 반전돼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키로 결정해 물류 운송이 다시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김종인 화물연대 의장은 “건교위 법안심사소위가 표준요율제 도입과 주선료 상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재논의키로 함에 따라 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키로 했다”고 밝혔으며 “정부와 국회가 이들 법안을 심도있게 논의하지 않거나 화물연대에 대해 전면적 탄압에 나설 경우 즉각 파업에 재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로써 5일만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로 인해 물류 반출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적인 타격을 남겼으며, 차량 화재 등 재산상의 손해도 적잖이 발생했다.

국가적 손실 외면한 처사… ‘파업만이 살 길’인가

건교부 등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지난해 운송거부 때보다는 물류 상황은 원활했지만 부산항과 광양항의 수출비중, 컨테이너의 반출입 상황을 감안할 때 운송 및 선적 차질액이 수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화물연대는 운송거부 철회를 발표하면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표준요율제와 주선료 상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재논의키로 한 것`을 중요한 성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이런 화물연대의 희망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화물차 운송업자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하주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점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이 원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회나 정부가 화물차 운송업자를 노동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 또 화물과 조건에 따라 운송료가 천차만별이라는 점, 그리고 정부가 개인사업자간에 정할 요금에 개입해서 표준요금을 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표준요율제나 주선료 상한제도 도입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한편, 화물운송차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수급 불균형에있다. 지난 97년 이후 물동량은 5.4% 증가에 그쳤는데도 화물차(사업자)는 17만대에서 32만대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으니 화물차주들이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허가제로 전환했다고는 하지만 정부의 수급조절에 1차적인 문제가 있고, 무작정 과당경쟁 상태로 진입한 화물차주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화물운송업계 문제의 당사자는 화물차주, 정부, 화주로 압축되는 셈이다. 비조합원 차주가 엉뚱하게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차량을 잃고, 불과 며칠 사이에 수억달러어치의 선적 차질을 빚어 국가경제가 손실을 입을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번 파업기간 중의 폭력·불법행위자는 엄단해야 마땅하고 차제에 비상시의 화물운송 대체수단을 마련하는 일도 검토돼야 한다.

<최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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