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09 18:42

시론/ 글로벌시대 국가경쟁력과 동북아의 물류협력

진 형 인 평택대학교 교수/동북아 로지스틱스학회 회장


●●●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국제 관계에서 경제적인 관계의 중요성이 크게 증대되며 국가간의 정치적인 관계도 기실 경제적인 이해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기업은 무한경쟁을 위해 질주하며 개인과 기업의 활동은 종종 국경을 초월한다. 이들 경제 주체 간에는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상호 협력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국가간에는 개발과 성장이 자원의 보존, 환경의 보호와 균형을 이루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의 보장이란 측면에서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는 정치와 경제, 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입장이 상호 대립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국가라는 조직의 골격을 유지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자국의 입장에서 글로벌 경제활동의 많은 부분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한다. 반면 글로벌기업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윤 추구 활동을 전개하고자 하며 한 국가에 대한 충성보다 기업의 입장을 강조한다. 글로벌 기업이 종종 트랜스 내셔널(trans-national), 보더리스(borderless), 스테이트리스(stateless), 멀티 도메스틱 코퍼레이션(multi-domestic corporation) 으로 불리 우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시대 국가의 경쟁력은 자국내에서의 글로벌 기업의 활동여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각국은 글로벌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 질 수 있도록 자국내의 시스템과 여건을 개선하고 이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글로벌시대에 글로벌 기업 유치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 제고는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영토나 인구 규모 등에서 일본, 중국 등과 달리 자연적으로 경제 중심국가가 될 수 없다는 한계로 인해 글로벌 시대에 국가위상의 확립과 글로벌 경제화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일인당 GNP가 1995년 이후 10여년째 1만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일본 등 타 선진국 경우와 비교하면 2만불 진입을 앞두고 경제성장이 오랜 기간 답보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재무장을 해야 하는 단계에 와있다. 우리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으로 우리가 처한 글로벌 시대의 흐름과 내용, 의미를 인식하고 그에 걸맞는 대책을 수립하되 무엇보다 다이나믹하게 성장하며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해가고 있는 동북아의 경제 속에서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우리의 좌표를 확립하고, 경제활동 중심지로 성장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동북아 5개국 (남,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은 세계면적의 20%, 세계 인구의 27%를 점하고 있으며 전 세계 GNP의 비중이 2000년 20% 정도에서 2020년 30%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제 중국은 미국과 주변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본도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서 10년의 경기침체 기간을 보내고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에 끼인 ‘너트 크래커(Nut Cracker)’상황에 비유되고 있으며, 성장의 둔화, 국제경쟁력 약화, 잠재성장력 저하의 지적이 익숙해 지고 있다. GDP 증가율이 70~80년대의 8.1%, 90~2000년대의 6.5%에서 2001 3.8%, 2003 3.1%로 낮아졌으며 투자 증가율도 11.7%, 6.0%에서 -0.2%, 3.6%로, 소비 증가율은 7.0%, 5.8%에서 4.9%, -1.4%로 낮아졌다. 국내기업도 기술개발,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여건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어서 GDP와 무역규모는 세계 12위권이며 반도체, 조선, 철강에서 세계 1위, 자동차 세계 4위, 석유화학 세계 3위, 인터넷 가구 보급률 70%로 세계 1위, IT 산업경쟁력 OECD 국가 중 7위 등 세계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부문도 있다. 그러나 이들로는 세계화 시대의 선진국 기준에 크게 미흡하다. 주변 환경과 우리 인력의 잠재력을 감안해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새롭게 출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경제면에서 경쟁과 대립이 심화되고 협력의 필요성이 제고되고 있는 동북아에서의 경쟁력 제고와 경제협력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교역 연간 19% 증가

이를 위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동북아의 역내 교류가 경제 성장과 더불어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4국간의 역내 교역율은 1998년부터 2003년 까지 연평균 약 19%의 증가율을 보여 역외 교역 증가율 약 10%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2003년 역내교역 비중은 24% 정도까지 성장했다. 한국은 대일본 교역이 46%, 중국 교역이 52%, 러시아가 3% 정도며 중국은 대한국 교역이 29%, 일본 교역이 64%, 러시아가 7% 정도다. 일본은 대한 교역이 28%, 중국 교역이 70%, 러시아 교역이 3%이다. 동북아지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003년 기준 중국이 535억달러, 일본이 62억달러, 한국이 32억달러며 중국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은 99년과 2000년 각각 90억달러 정도에서 2001년부터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 누계액은 2003년 197억달러로 전체의 3.9%이며 홍콩이 2,226억달러로 전체의 44.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는 2003년 35억달러인데 이중 중국에 대한 투자는 13억달러로 3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빠르게 변모하는 동북아 경제권의 지리적 중심부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쟁력 향상은 보다 적극적인 대동북아 경제 정책에 있다. 특히 효과적인 국제 물류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동북아의 물류 거점화는 글로벌 기업시대에 기본적인 것으로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 교류의 본거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에 글로벌 기업의 본사, 지사, 생산 공장 내지 부품, 조립공장, 유통 물류센터의 유치와 이들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 여건을 조성함을 말한다. 이는 종래 국가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별, 산업별 직접적인 지원을 하던 것에서, 세계적 수준의 물류, 유통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기업이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진출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 하는 간접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변화함을 말한다.

동북아 경제권을 주요 경제활동 거점으로 살펴보면 대도시, 주요항만 등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경제 권역 형성이 두드러진다. 종전에는 대규모 메트로폴리탄 도시들이 인구수를 기준으로 삶의 중심지로 주목됐으나 이제는 대규모 도시가 항공, 해운 등 국제 운송 네트워크를 갖춘 경제 권역의 중심도시로 형성되고 있다. 동북아에서는 중국의 북경 톈진지역, 칭다오 등 산동반도 지역, 상하이 푸동 지역, 홍콩, 선전, 광저우 등 광동지역 등과 다롄, 심양지역 등이 주요 경제활동 권역으로, 일본은 도쿄, 요코하마, 고베, 오사카 지역, 후쿠오카, 키타 큐슈 지역 등이 대표적인 경제 권역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서울, 인천, 평택지역, 부산, 진해 지역, 광양만권 지역이 효과적인 물류망을 기반으로 하는 주요 경제권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높은 물류 경쟁력을 근간으로 글로벌 기업의 본거지와 교역의 중심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들 구역에서는 고용, 금융, 교육, 문화 그리고 주택, 의료 등 생활여건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실현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 한·중·일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물류 시스템 개선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항만의 경우 중국은 주요 컨테이너 항만인 상하이, 선전, 칭다오, 톈진, 다롄 등 물량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세관과 항만 기능과의 연계가 복잡해 환적 화물이 적은 것을 문제점으로 간주해 상하이항의 자유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 인근에 대규모로 건설하는 양산항에 자유 무역구를 설정해 통관수속을 간편화 할 예정이다. 이는 양산항을 초대형선박 시대돌입을 앞두고 동북아의 수퍼 허브 항만으로 육성할 목적이어서 우리에게 커다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지역별 중심 항만이 국제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수퍼 중추 항만을 지정해 집중 육성 할 전략이어서 도쿄와 요코하마항이 게이힌항으로, 고베와 오사카가 한신항으로 각각 항만 명칭을 합치면서 항만간 광역적 제휴로 윈-윈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은 2001년에 신종합물류대강을 발표하고 국내의 도시 물류, 지역간 물류, 국제물류의 개선을 위해 국내 및 아시아 지역과 연결되는 해상 하이웨이 네트워크 등을 중점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산, 광양, 인천항 등의 지속적인 개발과 더불어 최근 대형 물류 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물류기업 지정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2004년에는 제조, 물류 기능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기존의 관세 자유지역과 자유무역지역을 자유무역지역으로 통합·지정하고, 항만은 해양부, 공항은 건교부, 그리고 산업단지는 산자부가 관리 하는 것으로 했다. 항만공사제의 도입, 항만 하역인력 상용화 등은 항만 운영에 커다란 개선이 될 것이며, 지속적인 항만 배후지의 개발과 글로벌 기업 단지화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와 더불어 물류와 글로벌 기업 활동의 결합으로써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이와 같은 동북아의 한중일 삼국의 물류체제 개선노력은 글로벌 기업의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해 글로벌 시대의 경쟁력을 제고 하려는 것이다.

물류협력체 구성, 경제협력의 초석

그러나 한·중·일 삼국의 물류개선노력은 글로벌 시대 동북아 경제권역에서의 폭넓은 물류 국제 협조체제의 구축이 기반돼야 한다. 그 이유는 우선 글로벌 기업은 생산과 유통망 거점을 지역별 경제권역내에서 여러 곳에 분산 설치하고 이들 간에 효과적인 물류망과 공급체인(Supply Chain)을 형성해 관리하기 때문이다. 완제품, 부품의 생산 공장과 물류거점, 유통거점은 여러 곳에 분산, 설치되며 주요 소비시장을 고려해 중앙 물류센터 중심의 거점 중심 물류망 또는 분산 물류망을 운영한다. 중요한 것은 한·중·일에 위치한 주요 경제 활동 권역은 글로벌 기업 공급체인의 주요 거점으로서 또는 주 소비지로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한 거점의 경쟁력은 타 거점과의 효과적 연계 운송망 여부에 크게 영향 받는다. 특히 이들 거점이 주로 임해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효과적 해상 운송망의 구축이 필수적이며, 내륙으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효과적 국제 복합운송망도 주요한 경쟁관건이 된다. 따라서 이를 위한 국제적 물류협력이 긴요하다. 나아가 각국의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한 편리한 통관 등 제도적 뒷받침, 삼국간 관련 단체간에 연결되는 정보망의 구축과 시설·장비의 표준화 등도 현실적으로 경제권역에서의 글로벌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는 매우 중요한 협력과제이고, 인력의 상호 교류와 전문적 교육을 위한 상호협력도 긴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삼국간의 긴밀한 물류협력체제를 요구한다.

다시 강조하면, 우리는 국내의 주요 경제, 물류 거점 지역들이 동북아 경제권의 주 구성원으로서, 효과적인 글로벌 물류지원체제를 갖춰 글로벌 기업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적으로 동북아 지역이 글로벌 기업이 편리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국제 물류협력체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권에서 물류의 개선을 위해 동북아 삼국이 경쟁만이 아닌 상호 협력체제를 구축, 운영토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기업과 전문 물류업체의 효과적인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동북아 통합 시장의 실현, 나아가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것이다. 동북아의 경제 협력체 구성은 장기적으로 실현돼야 할 과제며 동북아 물류 협력체 형성은 이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형성과 동북아 물류 협력체 구성은 동북아의 글로벌 경제활동 구축의 근간으로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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