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00만평 공단. 배후단지, 3단계 사업 개발
수도권 인접, 육해공 교통 원할, 물류허브 가능성 높아
(사)한국물류협회는 지난달 10일 물류협회 부서장 포럼 행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경복궁 주차장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한 방문단은 도라산 CIQ와 북축 CIQ를 거쳐 9시에 도착했다. CIQ에서 입국심사 및 절차를 감안하면 실제 이동시간은 80분도 안 걸린 셈이다. 개성은 실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편집자 주-
11개 대학이 위치한 교육도시, 인삼가공업으로 알려진 경공업도시, 고려 도읍지였던 역사적 도시, 그리고 남한과 가장 가까운 북한의 도시 개성.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개성은 지금 동북아 물류중심의 요충지라는 또 다른 얼굴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총 개발 목표인 2,000만평 중 1단계 100만평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개성공단의 첫 인상은 황무지에 가까웠다. 아직 부지조성을 위한 건설장비들의 엔진소리와 인부들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산과 구릉을 깍아서 펼쳐진 광활한 공사 현장은 개성공단 사업의 규모를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다.
지난 1년 동안의 시범단지 평가는 현지에서는 고무적이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초기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현재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성공적인 운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입주업체들도 가대 이상의 성과와 사업 안정화, 그리고 예상외로 근면한 북측 노동자들의 생산성 등을 꼽으며 사업 성공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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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공사에 사용되는 골재 및 기본자재는 단지 내 자체 설비에서 공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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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개성공단에 대해 들려온 우려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현지 분위기였다.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통일은 구호나 정치가 아니라, 이렇게 서로 부딪치며 친해지는 것이 통일”이라고 말하며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라면 개성공단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동시 진행 중인 개성공단 사업은 현재 1단계 100만평 부지조성공사와 시범단지 2만 8천평을 조성 중에 있다. 나머지, 1,900만평에 대한 개발은 북측과 협의를 거쳐 추진 중이다. 현재 평탄화 작업과 같은 부지조성공사는 99% 완료됐으며 폐수 및 페기물 처리장, 용수시설은 2007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전력은 지난 3월부터 배전방식으로 15,000kW 공급이 시작됐으며 한전에서 송전선방식으로 10만kW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문산~개성간 25km 송전선을 연결하는 공사를 착수하여 연말 완료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통신은 2005년 12월부터 남측과 직접 연결되는 유선통신을 개통, 최근 236회선을 사용 중에 있다. 올해 상반기내 개성공단 통신센터(5층, 3,000평) 건축공사에 착수, 역시 연내에 완료할 계획이다. 대북협의를 거쳐 이동통신 및 인터넷 개통도 추진 중이다.
내년까지 조성완료가 잡혀있는 1단계 100만평은 북측으로부터 개성시 봉동리 일원 토지를 50년간 임차, 공업단지로 개발 후 국내외 기업에 분양 및 관리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정부와 개발사업 위원회에 따르면 1단계 사업은 사업효과를 조기 실현할 수 있고, 비용절감 효과가 크며, 남북간 상호의존성 및 집적효과가 큰 업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선은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공단 조성이 기본계획이며 이를 반영하여 협동화단지, 아파트형공장 등 다양한 형태의 분양방식이 고려 중이다.
향후 2.3단계 개발에 대해 정부는 중강기적으로 수도권과 연계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동북아지역 분업체제 형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의 금융과 시장, 인천의 물류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개성공단을 수도권과 연계된 산업단지로 개발하며 동시에 동북아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다국적기업을 유치, 동북아 경제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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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리 마트에서 근무하는 북측 여직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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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사업은 남북상생의 협력 사업으로서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토지.노동이 결합되어, 상호이익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로 고민하는 남측의 제조업 기업들에게 청사진을 제공해 주고 있다. 또 개성공단 사업은 특수 형태의 남북 경제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남측 기업 및 사업자가 북측에 전력, 통신, 용수 등의 기본 산업 인프라에 투자하는 경제협력 투자사업 성향이 짙다.
개성공단은 물류경쟁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변 소비시장과의 접근이 용이하다. 개성은 서울, 수도권과 1~2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인천공항과 평양공항을 이용할 경우, 3~4시간 안에 일본, 중국, 러시아, 홍콩의 주변 주요 도시에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인천항과 평택항 등을 통한 해상운송과 경의선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등의 대륙횡단철도로 연결되는 철로운송의 가능성은 물류 측면뿐만 아니라 수출경쟁력과 소비시장 확보에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중국 및 동남아로 옮겨지는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의 물류경쟁력과 최적화 위치, 그리고 대륙 연결 운송이라는 장점은 그냥 넘어가기에는 힘든 조건임에는 분명하다.
개성공단의 초기 대상은 당연히 남측의 수도권이다. 거리상 장점과 절대적인 시장규모 뿐만 아니라 변동 사항에 대처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높은 시장성을 갖춘 수도권 뿐만 아니라 가까운 중국 및 동남아로의 수출 확대 가능성도 높다.
이미 개성공단 시범단지 운영 효과는 남북 교역량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무역협회가 발표한 올해 1/4분기 남북교역 동향을 보면, 이 기간 중 님북교역량은 2억6,060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56.8%가 늘어났다. 이는 개성공단에 반입되는 물량 증가에EKFMS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올해 1/4분기 개성공단의 교역규모는 5,157만 달러로 전체 남북교역액의 20% 정도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중 80%는 반출물량, 개성공단개발 관련 물자가 주를 이루지만 반입물량도 1,10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물량은 바로 시범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생산품이다.
현재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인력은 공사현장 근로자와 입주업체 근로자를 모두 포함하여 8,000명 정도다. 이 중 남측은 500명 정도며 나머지는 모두 북측 근로자들이다. 남북 구별을 위해 북측 근로자는 노란색, 남측 근로자는 하얀색 안전모를 쓴다는 공사현장 관계자에 설명을 듣자니 잠시나마 잊어버린 분단국가의 현실로 돌아왔다.
1단계 공사가 완료되면 10만명의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개성시의 인구는 약 13만명, 인근 지역을 합쳐도 20만명 정도다. 더구나 노약자 비율로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향후 개성공단 개발에 또 다른 애로사항을 작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측에서는 주민 이주 등의 방법을 강구 중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57.5 달러. 더구나 이 금액은 북한 정부를 한 번 통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실제 임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근로자들보다 최소 50% 정도 높다고 하니 공단 내 근로자들의 얼굴이 왜 그렇게 밝은지 알 것도 같았다.
시범단지는 우리 중소기업의 개성공단 조기 입주 수요를 충족시키고 공단 가동시의 법.제도, 투자환경 등을 사전에 점검하는 Pilot Project로 조성 중이다. 시범단지에는 2004년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어 로만손, 신원, 소노코쿠진웨어, SJ테크, 문창기업, 삼덕통상, 태성산업 등 11개 기업이 단지 내 공장을 가동 중에 있으며 4개 기업이 가동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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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내 위치한 로만손 전경 및 공장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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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시계제품을 생산하는 로만손과 의류업체인 신원에벤에셀을 방문했다. 자신들을 쳐다보는 수많은 남측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할 만한대도 그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올해 들어 외부 방문객이 급증했기 때문에 북측 근로자들이 익숙해진 점도 있지만 원래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는 편이라고 한다.
신원에벤에셀 개성법인의 황우석 법인장은 “일주일에 2~3회로 경기도 광주 물류센터로 물량을 배송, 다음날 오전 10시면 전국 어느 매장에나 전시가 가능하다” 고 말하며 개성공단의 장점을 저렴한 물류비와 물류효율성이라고 꼽았다. 신원의 국내 내수 5%를 책임지고 있는 이 곳은 2007년 오픈 예정이던 2단계 증축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해서 내수 기여도를 1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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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내 위치한 신원에벤에셀 전경 및 공장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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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북측근로자의 노동생산성에 높은 점수를 주는 편이였다. 다만, 향후 기술집약적 사업이 단계적으로 들어설 경우, 운영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측 근로자의 작업능력 육성 및 개성진출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직업훈련센터도 건립 중에 있다. 2007년 6월 준공되는 이 센터는 연간 4,000명의 인원을 훈련시켜 개성공단 이주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개성공단의 시설 및 설비는 모두 임시로서 부대시설 추가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04년 10월에 우리은행이 개점식을 가지고 공단 내 입주기업과 남측 인력의 송금, 환전, 계좌관리 등의 업무를 진행 중이며 아라코(주)가 같은 날 급식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훼미리마트가 개성공단지점 편의점을 오픈, 현재 2명의 북측 여직원이 운영을 하고 있다. 2005년 1월부터는 YMCA 그린닥터스가 진료 및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버스로 공단부지 전체를 순회하면서 토지공사의 한 현장 감독관은 “초기 이 곳 공단부지에 거주하던 북한주민들은 모두 장비 없이 수작업으로 거주지를 철거했는데, 기왓장 하나 남기지 않고 회수해 갔다” 고 말했다. 나중에 들은 일이지만 철거한 자재를 가지고 다른 장소에 이주민들이 살 집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윤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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