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5 17:09

환율.유가 이중고에 시달리는 구미공단

국내 내륙 최대 수출기지인 경북 구미공단이 환율 급락과 유가 급등이란 이중고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을 950원 가량으로 내다보고 사업계획을 수립했으나 최근 예상치를 밑도는 940원 이하로 곤두박질치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5일 구미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미지역 57개 수출업체는 경영계획 수립시 기준 환율을 평균 1천26.7원이라고 응답했다.

구미상의는 구미공단 기업들의 경우 환율 10원 하락시 연간 7억6천만달러 정도 수출 감소 요인이 있어 80여원 낮아진 현 환율을 적용하면 60억달러 이상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당초 올해 환율을 달러당 950~1천원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수립했으나 예상치보다 하락하면서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미 삼성전자 전체의 1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10%, 영업이익은 24% 감소한 상태다.

휴대전화 생산제품의 90%를 수출하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원가 경쟁력 확보와 결제통화 다변화 등 대책을 통해 환율 변동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환율 하락세에 따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950원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세운 LG전자 구미사업장 역시 제품의 80%를 수출하는 만큼 환율에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LG전자도 1분기 매출액이 전분기보다 6.2%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9.7% 감소하는 등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입고 있다.

추가 하락 가능성도 예상돼 LG전자는 허리띠를 졸라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 수출 비중이 80~90%를 차지하는 LG필립스LCD 등 구미공단 내 상당수 전자업체들도 환율 추이를 주시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병을 앓고 있다.

유가 급등에 따른 피해도 만만찮다.

기름값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구미공단 기업들 모두 영향을 받지만 석유가 원료인 석유화학업체들의 긴장도는 타업종보다 심각한 상태다.

구미공단 내 코오롱 등 화섬업체들은 유가 급등이 원료가와 연료비 인상으로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산 제품의 60%를 수출하는 코오롱 구미사업장은 유가 급등에 환율 급락이 겹치면서 고통의 강도가 더 심하다는 반응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유가 급등으로 원료가가 인상되고, 환율 급락으로 수출도 어렵지만 마땅한 대책 없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구미공단 내 기업들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1.4분기 구미지역 수출증가율이 국내 수출증가율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4분기 구미지역 수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으나 같은 기간 국내 누계 수출실적은 전년도 동기보다 10.7% 증가했다.

국내 수출에서 구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도 1월 11.7%, 2월 10.%, 3월 9.7%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구미상의 김종배 조사진흥팀장은 "구미공단의 경우 유가보다는 환율변수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대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에서 환변동보험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구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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