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12 17:32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57달러선에 근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 경제는 최근 3년간의 유가 상승 기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조롭게 대응해왔지만 럭비공처럼 움직이는 유가의 방향성에 대해 주도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간신히 회복으로 방향성을 잡아가는 경기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가 3년만에 5배 수준
한국 경제와 가장 연관성을 지니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지난 2001년말 배럴당 12.95달러에서 상승세로 접어들어 11일 56.79달러까지 올랐다.
3년여만에 5배 가까이 뛰어오른 셈이다.
지난해말 34.67달러를 저점으로 다시 급등하기 시작한 두바이유는 현재 사상최고가를 가리키고 있다.
문제는 이같이 급등한 유가가 앞으로도 내려갈 기미를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 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은행,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 전문가협회'는 11일 모임을 갖고 "이란, 이라크 등 산유국들의 지정학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제유가(두바이유 현물)가 배럴당 55달러 밑으로 내려오긴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세계 경제의 강세로 석유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딱히 늘어날 부분은 없다.
이 가운데 이란 핵문제, 사우디의 정치 상황, 이라크의 치안 불안 등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시한폭탄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위원은 "지정학적인 불확실 유인이 너무 많아 유가를 예측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수석연구원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수급불균형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유가가 안정될 기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은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와 공급 두 분야 모두 유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50달러 중반을 넘어선 두바이유가 올해 하반기에 6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앞으로가 '문제'
일반적으로 고유가는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려 하는 한국경제에 독이 된다.
유가가 오르면 수출기업 입장에선 원가가 올라가고, 세계경제가 유가급등의 타격을 입으면 수출 시장도 줄어든다.
수출이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온 우리나라 입장에선 수출 감소가 내수에 다시 타격을 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원화 강세 기조가 고유가 부담을 일부분 상쇄시켰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세계경제가 수출 시장으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
물가인상 압력도 그리 높지 않았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2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1천130포인트까지 상승, 10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윤기 연구원은 "생산원가에서 원유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어 오일쇼크 때처럼 국내 소비자 물가에 큰 충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오 수석연구원도 "3년째 지속적으로 유가가 오르면서 기업들도 각자 고유가 시대 대응책을 마련, 실천에 옮기고 있다"며 "현재로선 유가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현재까진 잘 견뎌왔지만 이같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유가에 대한 내성이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장기 에너지 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유가가 당분간 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단기와 중장기 차원에서 에너지 대책을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실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량 경관 조명시간을 조정하는 등 에너지 절약 방안을 마련중이다.
기업들도 생산과정에서 쓸모없는 에너지 남용을 줄이고 고효율 에너지 상품을 생산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높여 유가 상승 등 원가 상승 압박을 견디려는 노력도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중장기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원유 수입 채널을 다변화하는 등의 노력도 꾸준히 추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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