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22 17:26

위안화 절상 한국경제에 영향주나

중국이 21일 전격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하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당장,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증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다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 등을 공급하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폭이 예상수준인 5%에 크게 못미치는 2.1%에 불과한 만큼 한국의 외환시장과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특히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오히려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위안화가 계속 절상될 것으로 시장이 예측하고 움직인다면 의외로 파장이 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근원적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하고 산업구조도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하는 등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환시장 어떻게 되나

중국 위안화가 절상되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가 절상되는 상황에서는 한국의 외환당국이 원화 환율을 일정 수준에서 방어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국 흑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절상되는 만큼 원화가 버티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위안화가 앞으로 계속 절상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의 참여자들이 충분히 예측한다는 데 있다.

즉, 위안화 절상의 물꼬가 트인 만큼 추가적인 절상은 단계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은 다시 1천원대로 접근할 것"이라면서 "위안화 절상폭 2%는 크지 않지만 다시 환율이 떨어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절상은 이제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중국이 통화바스켓제로 바꾸면 계속 절상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민규 LG증권 연구원은 "위안화가 추가로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달러가 중국으로 더욱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더욱 높인다"
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곧바로 한국의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면서 "따라서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외환시장이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곧바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희남 재경부 외화자금과장은 "위안화 절상폭이 예상보다 낮고 시장의 불안요인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면서 "정부는 한국은행과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 증시는 어떻게 되나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의 증시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위안화 절상이라는 악재가 한국의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면서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과 상관없이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은 미국경기의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변수와 맞물리면서 증시의 투자자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목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오히려 수혜를 입게 되며 수입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음식료.제지.전기가스.항공.해운관련 종목들은 긍정적인 쪽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대우증권의 주희곤 선임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내수시장의 구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보기술(IT) 제품, 자동차 등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위안화 절상..업종별 영향 엇갈려

위안화 절상이 한국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는 현단계에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위안화 절상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절상되면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미국 등 다른 해외시장에서 중국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올라가게 된다.

산업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3년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4%로 우리나라 3.7%의 2.5배에 달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떨어지고 한국은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에 따른 중국의 대외수출 위축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된다.

우리나라는 주로 중국에 완제품보다는 중간재와 부품 등을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은 한국 수출의 20.4%나 차지하고 있어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 증가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 큰 문제는 위안화 절상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이 수출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이 5% 떨어지면 수출감소 등으로 국내총생산(GDP)은 0.2∼0.3%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진동수 재경부 국제업무 정책관은 "이 정도의 위안화 절상은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경제주체들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경제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절상이 지속되면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세계 경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내 정부와 기업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은 이미 원화가치에 상당부분 반영된 데다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서로 상쇄되는 만큼 지나치게 과잉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위안화의 절상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는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 박사는 "세계 경제가 둔화된다면 수출주도 산업구조의 우리나라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환율 등의 대외적인 문제는 정부도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수출선 다변화와 가격경쟁력 강화 등의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원은 "정부가 과거처럼 외환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하기는 힘들다"며 "결국 규제완화 등으로 침체에 빠진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의 내성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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