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6 11:24

기고/ 항운노조원 상용화 반드시 이루어져야

전일수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장)
지난 달 노사정은 항만노무공급체계 개혁(상용화)을 위한 협약서에 서명을 했다. 우리 항만의 숙원사항이 합의에 의해 해결된다는 데 대하여 모두가 반겼다. 그러나 지난 9일 인천항운노조의 임시대의원회가 불과 한달 전에 체결되었던 노사정 협약을 파기하였다. 이어서 13일에는 ‘일방적인 상용화와 특별법 수용여부’에 대한 전체 조합원의 찬반투표에서 절대 다수가 반대를 분명히 했다. 변화에 대한 인천노조내부의 강력한 반대가 불씨가 되어 정부의 추진계획이 저항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

얼마 전 인천은 인천대교의 경간폭을 본래 계획보다 100미터 이상 늘리도록 시민사회가 단결하여 성취한 바 있다. 경간폭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입출항선박의 안전을 위협해 인천항이 죽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행 항만노무공급체계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천항과 인천은 살 수 없다. 오늘날 다국적기업들은 공항과 항만을 다 같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입지하는 추세이다. 인천항의 발전 없이 국제공항 하나만으로서 인천이 동북아의 비즈니스 및 물류중심지가 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항운노조가 항만노무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현행 체계는 비리문제를 논하지 않더라도 항만에서의 물류비 절감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공급의 개혁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되어 왔던 것이다. 외국의 주요항만에서는 지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항만노무개혁을 완료하였다. 약 50%의 인력이 감소되고 생산성이 최소 14%에서 최고 100% 까지 향상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도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부두운영의 융통성 확대, 항만시설의 확충과 장비의 현대화투자 촉진으로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연간 최소 480억원의 물류비가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이 신설부두 개장시마다 항운노조와의 작업권 및 손실보상금에 대한 갈등으로 발생하던 사회적비용도 없어질 것이다. 그 결과 항만의 효율성이 증가하여 선사의 기항을 촉진하고 외국인투자도 증대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전부문에 걸쳐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다. 항만노무공급체계의 개편은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는 선택적 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실현시켜야할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항만노무개혁의 기본방향은 고령의 퇴직희망자를 제외한 전체 일용노조원을 하역회사의 정규직원으로 상용화하고 개별 근로자의 현수준 임금과 정년을 완전 보장하는 것이다. 퇴직희망자에게는 공무원의 명예퇴직수당 기준을 적용하여 조기퇴직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공무원은 기본급의 1/2이지만 항운노조원에게는 통상임금의 1/2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는 공무원의 경우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인천항 내항의 노조원 통상임금월액은 약 320만원이다. 퇴직금 이외에 퇴직수당으로서만 월 160만원씩 60세까지 계속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어느 정도의 기능인력인 건설업 특별인부의 평균임금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물론 변화한다는 것이 현상유지를 위협하기 때문에 항만근로자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항만근로자는 법률상 공식 사용자가 없기 때문에 고용보험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용직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상의 유급휴일, 유급휴가 등을 적용 받지 못한다. 따라서 전반적인 복리후생 수준이 타 산업분야에 비해 미흡하다.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경우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 더구나 현재는 20년 경력자에게도 신참자와 똑 같이 임금이 분배되고 있다. 상용화에 의해 회사소속이 되는 경우 숙련도와 기능에 따라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항운노조 소속일 때보다 사회적으로 개인의 자존심과 권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노력이 있어야 하겠다.

이제 인천항과 인천의 미래는 인천항운노조에 달려있다. 평택항, 당진항, 군장항 등으로부터의 경쟁, 그리고 중국으로의 산업이전 등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인천항 물동량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의 즉석카메라회사였던 폴라로이드는 장래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올 것을 가장 먼저 예측하였으면서도 적기에 변신하지 못해 파산하였다. 같은 항운노조소속인 철도하역노동자의 경우를 보자. 1970년대 초반의 4만여명에서 지금은 2천 7백명에 불과하다. 도급물동량이 줄어들면서 매년 3백-4백명이 보상금도 없이 직장을 떠났다. 인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저임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현재의 평균임금은 90만원 수준이다. 상용화에 의해 혁신을 도모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항만은 물론 노조원 개인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서도 반드시 달성되어야 한다.

항만개혁이 성공한 외국에서는 모두 국가의 강력한 의지와 아울러 사회전반의 개혁요구가 뒷받침되었다. 부산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적극 나서 항운노조에게 노사정 합의의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번 인천대교의 경간폭 확장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인천지역의 원로들과 시민단체들이 다시 한번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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