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23 15:52

네덜란드에서 ‘물류’ 잘 하려면…제3자 물류창고 ‘필수’

네덜란드, 유럽내 화물트럭 운송비 최고 경쟁력 보유


네덜란드는 유럽의 허브로서, 거대시장인 독일, 프랑스와 인접한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와 로테르담항만 및 스키폴 국제공항 등 세계 최고수준의 배후 수송망을 가지고 있다. 물류강국으로서 오늘의 네덜란드를 있게 한 물류인프라를 이해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유럽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KOTRA에서 운영중인 ‘한국중소기업 유럽공동물류센터’를 소개한다.

수십년 동안 고민해 온 소량다품종 수출에 대한 해답이 물류에 있다. 유럽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물류라는 관문을 뛰어 넘어야 한다. 물류창고없이 대유럽 직수출만을 고집하는 것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이미 중저가 제품의 대량생산 및 수출이라는 고전적 해외마케팅 단계를 벗어났어야 했다. 중국의 엄청난 공세로부터 품질 차별화를 통해 시장방어를 시도해 왔으나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다. 현지 바이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기업에게 물류창고를 운영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것이 소량 다품종 오더에 적기 납품과 저렴한 수입단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제조중심이다. 중국기업으로서 물류창고를 활용해 수출하는 기업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중저가제품을 컨테이너로 실어내는 전형적인 직수출마케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보다 앞서고 있다. 삼성, LG, 한국타이어 등 유수한 대기업들이 네덜란드에 제 3자 물류창고를 이용하고 있고, 디지털웨이(MP3), 비올디벨로퍼즈(광디스크) 등 많은 중소기업들도 제 3자 물류창고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잘 버텨온 직수출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유럽시장에서 물류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중국, 이집트나 인도 등 후발국에 무너질 수 있다. 제 3자 물류를 통해 다수의 바이어들과 직거래를 하면서 시장네트웍을 먼저 구축하게 되면 무너지지 않는다. 초기 투자비 없이 바이어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대안으로 네덜란드에서의 제 3자 물류창고 이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국토면적이 남한의 40%에 불과하지만 1일 생활권인 반경 300마일 안에 1억7000만명의 인구가 집중된 중심지로서 유럽의 관문으로 불리고 있다. 유럽의 3대 시장인 독일, 프랑스, 영국의 중간지점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독일 루르공업지대를 비롯해 주요 지역에 수로와 육로가 직접 연결돼 있다.
NFIA(화란투자진흥청)의 2004년 자료에 의하면, 미국기업의 경우 611개중 57%, 아시아기업은 344개중 56%가 네덜란드에 유럽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세계 8위의 무역대국이자 물류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만 3만 명이 넘으며, 물류전문서비스기업만 160여개가 움직이고 있다.
▲육상운송 : 로테르담항구 또는 스키폴공항으로 들어 온 물건은 고속도로 및 철로를 통해 영국, 오스트리아, 스칸디나비아반도, 이탈리아까지 연결된다. 벨기에, 독일과 함께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 24시간내에 유럽 전역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도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특히 유럽내 운송화물트럭의 30%가 네덜란드 기업 소유로 물류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배송비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상운송 : 라인강을 중심으로 건설된 운하를 통해 벨기에, 독일 북부산업지역, 남동부지역, 프랑스 북동부까지 선박수송이 가능하다. 1992년 개통된 라인-마인-다뉴브강을 잇는 RMD 운하를 이용해 발칸국가까지도 연결된다. 수상운송시 낮은 수심과 다리 등을 감안해 특수 제작된 바지선을 이용한다. 바지선은 주로 건축자재, 철강재 등의 벌크화물을 처리하며 처리용량에 따라 300톤에서 4,000톤까지 크기가 다양하며 4척에서 6척을 묶어서 최고 15,000톤까지 한꺼번에 수송이 가능하다. 선박운송이 가능한 내륙수로가 총연장 5,000km로서 이 가운데 1,500톤급의 배가 다닐 수 있는 구간도 1,800km나 된다.

네덜란드는 ‘화란상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물류에 관련된 통관, 세제 등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자랑한다. 네덜란드도 EU 공통관세법의 적용을 받지만 운영의 묘를 살려 통관절차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매우 간편하고 또 융통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특유의 부가세 유예제도를 이용할 경우, 건별로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처리해 두었다가 나중에 일괄처리가 가능하다. 또 유럽도착물품에 대해 네덜란드의 보세창고를 이용할 경우 실제 물건이 판매될 시점까지는 관세납부가 보류되므로 수출업체의 자금운용에 매우 유리하며, 일정기준에만 부합되면 보세창고 설정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세관공무원은 비즈니스마인드를 보유하고 있어 신축성 있게 통관업무를 처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유럽물류센터는 유럽내 5개국 이상에 배송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복수의 외국어 구사는 물류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정되고 있는 데, 네덜란드인들은 유럽내 영어구사 능력 및 복수외국어 구사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네덜란드 물류 양대 축 - 스키폴국제공항과 로테르담항

스키폴공항 2004년도에 네덜란드 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4500만 명으로 자체 최고기록을 갱신했고 항공화물 취급량도 최근 4년간 20%가 증가한 150만톤으로 보도됐다. 스키폴공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 서남쪽 17km 지점에 위치한 스키폴국제공항(Schiphol International Airport)는 연간 40만대의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유럽 최고의 공항중 하나로서 세계 10대 여객수송 공항에 속한다.

영국의 유력 여행지인 ‘비지니스 트레블러’지는 연례 여론조사를 통해 1980년 이후 21차례나 유럽 최고의 공항으로 스키폴을 선정했다. 이러한 선정 배경에는 공항이용자들이 ‘스키폴 = 가장 편한 공항'을 연상할 만큼 시설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터미널이 한 지붕 아래에 구축돼 있으며, 카페, 사우나, 카지노, 공항내 호텔, 박물관 등 환승하는 승객에게 최상의 서비스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 밖에 나오더라도 잘 구축된 도로교통망은 물론, 공항에서 유럽 주요도시를 오가는 기차와 암스테르담 시내로 연결되는 기차를 상시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도 주 2-3회 항공화물 수송편을 운행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주 3회 인천-스키폴 여객편을 2005년 3월말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키폴공항 마케팅에 뛰어든 것이다.

로테르담항 로테르담항은 물동량에서 1962년 이후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물류항이다. 연간 500만개의 컨테이너와 3억1000만톤의 화물처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지역에서 선박으로 운송되는 화물의 37%가 로테르담과 암스테르담항을 경유하고 있다. 특히 로테르담에서 취급하는 년간 3억톤의 물동량중 80%가 다른 유럽국가로부터 들어오거나 나가는 환적 물량이다.

로테르담항은 화물을 실고 내리는 데 그쳤던 1세대 항만, 수송거점 및 상공항 중심지 역할을 했던 2세대 항만 기능을 넘어 복합운송체제와 국제물류 중심지로 기능하는 3세대 항만의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시장진출의 교두보 - 한국중소기업 유럽공동물류센터

1년 전에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에 한국중소기업 유럽공동물류센터(www. kotra.or.kr/kedc)를 개소했다. KOTRA 암스테르담무역관이 주관이 돼 운영중인 이 센터 운영사업은 현재까지 20개의 우리 중소기업이 이 센터를 이용해 다양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물류센터는 유럽 현지 물류전문기업을 아웃소싱해 활용하는 전형적인 제 3자 물류형태로서, 초기 자본투자 없이 유럽의 물류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물류서비스제공 사업자로는 네덜란드의 10대 물류기업인 ‘지오디스비테스(Geodis-Vitesse)’를 선정해 우리 상품의 통관, 운송, 재고관리 등 물류업무 일체를 위탁받아 처리하고 있다. 이 사업자를 우리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시너지효과가 많지만 비용면에서 독자 물류창고 이용시보다 30% 이상의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KOTRA는 암스테르담무역관에 물류지원센터를 설치하고 현지 물류전문가를 채용해 우리기업과 지오디스비테스와의 물류위탁계약 체결을 지원하고 있으며 물론 참가기업 임직원이 네덜란드에 출장 올 경우 지원센터를 지사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이 센터운영 사업에 참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납기단축과 물류비 절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비올디벨로퍼스), “유럽바이어들이 우리 회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스마트광학), “납기문제가 해결된 이상 3배 이상의 수출은 문제없다.”(필코전자), “여기서 더 물러날 곳이 없다”(디지털웨이).

이 센터운영 사업을 초기부터 기획, 실행해 온 김 상욱 암스테르담무역관장은 “유럽시장에 있어 물류센터는 곧 생존이다. 중소기업이 초기투자 없이 납기단축과 소량주문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자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대안이다”라고 확신하고, 중소기업들이 하루가 바쁘게 만나 상담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 서울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공동물류센터 운영 사업설명회에 200명 가까운 중소기업인들이 참가, 센터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제 3자 물류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감대가 개별 기업들의 수출전략으로 채택돼 단기적인 시장 확대는 물론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이름 난 한국 중소기업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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