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23 15:42

사설/ 실제 상용화 협상은 이제부터다

노·사·정(勞·使·政)이 우리나라 항만 노무공급 체계 개편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항만의 노무공급 방식을 상용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전격 합의해 해운항만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번 협약은 국내 항만 운영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우리나라 항만사(港灣史)에 큰 획을 긋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항만노무체계의 상용화는 하역사측이나 해양부에선 우리 항만운영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화급히 시행돼야 할 사안임을 오랫동안 강조해 왔으나 노·사·정간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그동안 표류해 왔었다. 이처럼 우여곡절끝에 노·사·정이 합의한 상용화체제 도입은 매우 값진 결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해운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협상은 이제부터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사·정이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기본원칙에 합의했지만 실질적인 상용화는 각 항만별 실무협상의 결과를 기준으로 추진될 계획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곧 시작될 각 항만별 실무협상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사·정 각 주체는 실무협상을 진행하면서 항만의 안정성, 항만발전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항만의 안정성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항만별 실무협상에서는 임금, 상용회사 선택, 퇴직 등 민감한 문제가 협의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자칫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각 주체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세계 해운항만업계 시선이 협상테이블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평화적이고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 내 우리 항만의 선진성, 우수성을 입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와함께 상용화가 항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만노무체계의 상용화는 항만비용 하락, 물류비 인하, 장비 현대화, 항만생산성 및 경쟁력 강화 그리고 항만투자 및 물동량 증가라는 선순환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 항만 성장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해운전문가들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작동시키는 것은 항만물류기업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항만물류기업은 상용화 대응, 장비 현대화를 위한 중장기 투자계획은 물론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계획 등 새로운 운영체계를 신속히 마련하고 선순환 프로세스가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부는 선순환 프로세스의 각 고리가 효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항만물류기업들은 상용화 이후에도 단기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각 기업의 단기, 중장기 계획을 검토해 그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한편, 필요한 경우 금융 및 세제지원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각 항만물류기업의 성과측정을 위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하역사들마다 상용화에 대한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상용화 협상은 우리나라 항만의 확고한 비전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바람직한 상용화 협상을 통해 동북아 물류 허브 경쟁에서 국내 항만이 주도권을 쥐고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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