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0 13:20

두바이유 45달러대..유가 어디까지 오르나

환율하락 상쇄불구 기업 채산성악화 '비상'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45달러대를 넘어섰다.

배럴당 45달러는 지난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평균가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현물 거래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유가급등은 환율하락이 일부 유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어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생각보다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16일 총회에서 감산 결정을 내릴 경우 국제유가가 끝모를 상승세를 지속할 지 모른다는 우려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 두바이유 가격 급등 원인은 = 최근 유가 상승은 석유 시장에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무엇보다 3월들어서도 미국 동북부 지역의 동장군이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의 난방유 재고 감소가 두드러진 것이 주요인이다.

이날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수요 증가에 따라 난방유와 경유 등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중간유분과 휘발유 재고가 지난주보다 각각 80만배럴, 20만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최근 달러화 약세에 따라 석유판매의 실질 수익이 줄어든 OPEC 회원국들이 유가 목표치를 상향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OPEC의 감산 결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도 석유시장의 불안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유가 급등이 계속되자 1조달러에 달하는 외환시장의 투기자본이 현물 및 선물석유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상승세에 기름을 부은 격인데 투기자본 유입은 수급 현황과는 관계없이 유가 예측마저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보다 두바이유 상승이 두드러진 것도 중동산 기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중동산 원유의 경우 중국, 인도 등 최근 유류소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국가들이 주로 수입하는데다 올들어서는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WTI나 브렌트유보다는 각국의 두바이유 수입량이 늘어난 것이 가격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 얼마나 더 오를까 = 투기자본 유입으로 유가의 정확한 단기 예측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는게 석유공사측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동북부 한파로 난방유 재고가 감소하고 있지만 두바이유 가격을 40달러 이상으로 끌고 갈 정도의 공급 부족은 전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선 올해 최악의 경우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이 40-45달러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주요 예측기관들은 두바이유가 단기적으로는 45달러를 상회할 수 있지만 올해 연평균 가격으로 보면 배럴당 37-39달러대 수준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OPEC가 더 이상의 유가상승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고 미국 동북부 한파 지속도 계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OPEC 경제분과위원회가 현재의 유가 급등에 대한 안정세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오는 16일 총회에서 생산쿼터 동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대해 구자권 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연초 유가전망 당시에 비해 여러가지 상황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정확한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OPEC 총회가 끝난 직후 올해 두바이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연초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에서 올해 두바이유의 경우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 경기 회복세에 찬물 끼얹나 = 올들어 유가상승은 원자재 가격 급등, 환율하락과 함께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돼 왔다.

대외경제연구소가 지난 80년 이후 25년간 유가가 국내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가에 물가상승분과 경제의 석유의존도 등을 반영한 유가영향지수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위축은 7-8개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월별로 최대 0.5%포인트, 연간 평균 0.25%포인트 가량 GDP 성장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가 2차 석유파동 당시보다 훨씬 낮아진만큼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유가는 지난 80년의 50%에 불과하고 경제적인 충격도 당시의 4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이 유가상승분을 일정 정도 상쇄하고 있는 것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의 완충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자부는 최근 분석자료에서 원화 환율이 10원 떨어질때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3원 가량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계속하면서도 국내 주유소 휘발 유가격이 오히려 작년 8월보다 45.75원 낮은 것은 이중 39원 가량이 환율하락 효과 때문이라는 얘기다.

고정식 산자부 에너지산업심의관은 "국제유가 상승이 기업의 제조원가 및 가계의 소비지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엔 이처럼 환율 하락이 유가상승을 크게 상쇄하는데다 석유의존도와 석유수입액의 국내총수입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여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80-90년대보다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 대응책 분주한 업계 = 환율하락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는 수출업계는 유가상승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른 업종에 비해 유가에 민감한 화섬업계는 올들어 원료 가격이 다소 주춤하는 기미를 보였으나 최근 원유가격 급등으로 화섬원료가도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고 공정상의 에너지수요량.관련비용 절감, 고부가품목 개발 등 대비책을 준비중이다.

전자업계도 유가상승에 따른 중장기적 채산성 악화를 우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수출품인 LCD, 휴대전화 등의 항공을 통한 수출 물량의 일부를 선박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말 도입한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강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으며, LG전자는 고유가 및 원가 상승 압력에 대비, 각 사업본부별로 경영회의 등을 통해 경비감축 지침을 공유하는 등 상시적인 원가절감운동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는 유가인상에 따라 식품 포장재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원가상승 부담 증가와 함께 라면, 과자 등 부피가 큰 제품의 경우 물류비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작년말부터 매장 이외 지역의 조명을 줄이고, 영업시작 전에 조명과 무빙워크 시험가동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에너지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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