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10 10:53
기획취재/근해항로, 운임회복 고삐 ‘바짝 죈다’
동남아항로, 작년 이어 운임농사 순풍 예고
한일항로, 물량증가로 운임회복 청신호
한중항로, 수출입항로별 인상폭 차별화 승부수
4월부터 근해항로가 일제히 운임인상(GRI)에 들어가면서 이의 성공여부가 업계 관심으로 떠올랐다.
작년 잇따른 운임인상 성공으로 근해항로 운임회복에서 모범사례가 됐던 동남아항로가 여세를 몰아 다음달 1일부터 TEU당 100달러의 운임인상을 실시하기로 했고 한중항로도 TEU당 한국→중국항로에 50달러, 중국→한국항로에 100달러씩의 운임인상을 확정해놓은 상태다. 이어 한일항로도 4월 15일부로 지난 2003년 1차AMR(최저운임제)수준으로 운임을 회복하기로 결정하고 하주홍보에 들어갔다. 2003년말 AMR 이후 오랫만에 3개항로가 운임회복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에 근해항로의 시황과 운임회복 노력들을 되짚어보고 이들 항로의 올해 운임농사는 어떻게 전개될지 조명해본다.
1차AMR 도입과 그 이후…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 등 3개 근해항로는 2002년말부터 중국효과(China Effect)로 불어닥친 사상최대 해운호황을 한동안 강건너 불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과잉선복과 이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근해항로 선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지 않으면 안됐다.
원양항로는 시장 자체정화력이 있어 신규진출선사가 있다 하더라도 견뎌내지 못하고 퇴출당하는 경우가 많으나 근해항로는 배 1척으로 항로에 들어오는 선사가 많을 만큼 선복과잉이 쉽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 여기에 용선료 폭등, 고유가, 원화 강세까지 가세해 채산성 유지는 더욱 힘들어졌다.
이같은 저가운임 구조와 외부 비용상승에 따른 수지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급기야 근해항로 선사들은 지난 2003년 11월 AMR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고 실질적인 운임회복에 나섰다.
한중항로는 그달 1일 한중항로 취항선사 단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황정협)가 각 항만 수출입화물별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80~210달러에 이르는 운임인상안을 발표하면서 AMR 도입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동남아항로와 한일항로도 같은달 15일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와 한국근해수송협의회(KNFC) 등의 선사단체를 통해 최저운임제 시행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동남아항로는 최저운임제 실시에 따라 TEU당 100달러, FEU당 200달러를, 한일항로는 20~30%대의 할인율 축소를 통해 운임회복을 단행했다.
근해항로의 AMR은 선사 사장단의 단호한 입장과 실무진들의 결속으로 한동안 성공하는 듯 보였다. 복운업계가 AMR에 반발해 포워더의 집화역할을 인정하라며 ‘집화물량별 운임인센티브제’를 요구하며 협조를 구한 것도 선사들의 굳은 결속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선사들은 1차AMR이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작년 3월에 2차AMR을 도입하기로 하는 등 운임회복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선사간 결속은 불과 5개월을 못버티고 무너졌다. 지난 3월 이후 2차AMR을 도입하기로 했던 한일항로는 오히려 기존 1차AMR 운임도 지키기 힘든 상황으로 악화됐다. 한중항로도 2차AMR 실시 직후인 작년 5월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중국경제 연착륙’ 발언이 몰고 온 중국쇼크로 물량이 급감하면서 선사간 운임덤핑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고 결국 운임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양 항로는 AMR 도입이 무색할 만큼 운임은 다시 바닥을 쳤고 선사들간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운임 영업은 더욱 심해져갔다. 이는 곧 선사간 불신감을 조장하는 계기가 돼 하주들은 선사간 불신을 이용해 선사들을 일일이 열거해가며 서로 운임경쟁을 부추기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남아항로 “운임회복은 요렇게 해야”
그러나 동남아항로는 달랐다. 3개항로중 유일하게 AMR 이후 두차례 더 진행된 운임인상에서 모두 성공하며 원양항로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호황을 누렸다.
고려해운과 흥아해운이 작년 한일과 한중항로의 부진속에서도 큰 영업이익을 낸 것은 동남아항로의 운임인상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분석될 정도다. 고려해운은 작년 한해 영업이익 140억원, 당기순이익 210억원을 올리며 85년 이후 20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고 흥아해운도 300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 전년대비 829%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흥아해운은 영업이익도 300% 늘어난 222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이렇듯 동남아항로는 근해항로중 유일하게 작년 운임농사에서 풍작을 거뒀고 이에 따라 다른 2개항로의 귀감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일항로와 한중항로 관계자들 일각에서 동남아항로의 성공에 대해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남아항로가 이렇듯 운임회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량 증가, 원양항로 호황에 따른 원양선사들의 전배조치등 외부적 요인도 있었지만 그와 함께 국적선사들의 자구적인 선복감축노력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항로 물동량은 수출항로의 경우 작년 한해 76만3천TEU를 수송해 전년보다 8%가 증가했고, 수입항로는 46만2천TEU를 실어 2.8% 증가세를 보였다. 이같은 물량증가세와 함께 북미, 유럽, 남미 등 원양항로가 중국효과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호황세를 보이자 글로벌 선사들이 동남아항로에 투입하던 컨테이너선들을 수익성이 좋은 이쪽 항로로 돌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동남아항로의 선복감소로 이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와 더불어 흥아해운과 동남아해운, 장금상선 등 동남아항로를 공동운항하는 3개 선사가 2003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월간 1만5천TEU에 가까운 선복을 줄여 운임회복을 위한 시장형성에 밑틀을 다졌다. 흥아해운등 3개선사는 이 기간동안 공동운항하던 1천500TEU급 선박 2척을 줄인 것을 비롯해, 1천500TEU급 선박들을 1천200TEU급으로 바꾸는 선복감축을 꾀했다.
동남아항로는 이같이 한껏 고무된 시장상황을 기반으로 운임인상에 박차를 가했다. 작년 3월 15일 TEU당 70~100달러의 운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그해 6월과 9월 TEU당 각각 50달러씩 운임인상을 실시했다. 물론 이 3차례 GRI는 모두 성공적으로 마감됐다.
선사관계자는 이와 관련 “AMR과 작년 3차례의 운임인상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며 “100% 적용은 못했다 하더라도 평균 70%선까지 운임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말해 동남아항로의 운임인상이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동남아항로는 올해도 4월과 9월에 TEU당 50달러씩 인상하는 두차례 GRI를 예고해놓은 상태다. 이 또한 선사간 단단한 결속력과 물량증가등을 이유로 성공적인 진행을 보일 것으로 취항선사들은 관측하고 있다.
국적선사들, 운임인상에 화물점유율 뺏겨
그러나 이같은 동남아항로의 운임인상 성공담이 우리 국적선사들에게 좋은 얘기만을 들려준 것은 아니다. 국적선사가 인상된 운임을 철저히 받으면서 그간 동남아 수출화물에서 73%대를 보이던 국적선사 점유율은 작년 한해 65%대로 떨어졌고, 반면에 27%대의 점유율을 보이던 외국적 선사의 화물적취율은 35%대로 올랐다.
현재 동남아항로를 서비스하는 선사는 총 30개 선사로 이중 7개사가 국적선사이고, 나머지가 외국선사다. 외국선사는 서비스항차나 품질면에서 국적 선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따라서 점유율도 외국선사가 국적선사를 따라올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 점유율 차가 줄어든 것은 국적선사를 이용하던 하주들이 운임이 50~100달러정도 더 싼 외국선사를 찾아 떠났기 때문.
이와 관련 동남아해운 관계자는 “국적선사는 주3항차이고 외국선사는 1항차 서비스라 서비스품질 측면에선 비교가 되지 않지만 국적선사의 점유율이 한해 갑자기 8% 가까이 떨어진 건 운임인상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선사의 경우 주1항차 서비스라 선복이 국적선사와 비교가 되지 않을 뿐더러 선복이 부족하면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하주라도 통보없이 선적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아 하주들이 웬만해선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입화물에선 국적:외국적간 점유율이 2003년에 이어 작년에도 73:27을 유지한 것에서 국적선사 선호도를 읽을 수 있다.
수입화물 적취율은 유지됐으나 수출화물 적취율은 떨어진 이유로 한 선사 관계자는 포워더의 운임구조와 무조건 싼 운임만 선호하는 국내하주들의 성향을 들었다.
그는 “포워더의 경우 선사와 하주간 운임 차액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면 싼 선사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고 우리 하주들의 성향이 질보다는 저렴한 비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높아 운임인상은 곧 화물이탈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질의 서비스를 선호하는 하주풍토가 하루빨리 국내 물류시장에 자리잡는 것도 중요하고 포워더가 무분별하게 운임을 깎지 않게 하려면 포워더의 집화에 따른 커미션을 보전해주는 ‘집화보상금제도’의 도입도 신중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항로 “물량 늘면 운임 올리는 건 당연지사”
한편 작년 2차AMR이 무너지면서 한동안 침체국면을 걸었던 한일항로는 최근 들어 그 어느 때보다 운임회복에 대한 의지가 뜨겁다.
한때 취항선사 관계자들이 한일항로를 일컬어 “운임회복을 못해본 항로는 운임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며 “언제쯤 그 시기가 올 지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이 항로는 운임 회복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피더서비스 화물에 대해 원양선사들과 운임회복을 합의해나가고 있으며 게이힌지역(도쿄ㆍ나고야ㆍ요코하마)과 한신지역(오사카ㆍ고베) 등 메인포트를 중심으로 한 운임회복도 4월부터 들어갈 계획이다.
이같이 한일항로가 운임회복에 불을 당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KNFC의 선복 감축 제안을 한일항로 전 운항 선사가 극적으로 합의해 작년 12월 전격 시행한 ‘한신지역 항차 감편’이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한일항로 취항 12개사는 운임회복 전략의 일환으로 작년 12월 6일부터 한신지역 서비스에 대해 한 항차씩을 줄였다. 기존 주3항차가 주2항차로 감편된 것. 이에 따라 고려, 흥아, 남성해운 등 3개 공동운항 선대의 한신지역 서비스항차는 기존 주 9항차에서 주 6항차 서비스 체제로 조정됐다.
‘흥아해운 운항그룹’은 흥아해운, 동남아해운, 동진상선, 동영해운. ‘고려해운 운항그룹’은 고려해운, 천경해운, 범주해운, 태영상선. ‘남성해운 운항그룹’은 남성해운, 범양상선, 장금상선 등이다.
항차 감축은 곧 소석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당장 선복을 대폭 뺀 한신지역의 경우 선복 감축 이후부터 선복대비 평균 90%정도의 화물을 매 항차 실어나르고 있다. 선복감축 이전의 70% 수준에 비하면 최고 20% 가까이 상승한 것.
게이힌 지역도 지난 11월에 100% 가까이 소석률이 상승했으며 예전엔 월말이나 주말에만 선복이 부족했으나 이제는 주중에도 화물이 넘치는 오버부킹상황까지 나오고 있다고 선사들은 전한다.
실제로 한일항로 취항선사 단체인 KNF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물동량 실적과 소석률 현황은 작년 같은달과 비교해 큰 상승폭을 보였다.
1월 한일항로 물동량 실적은 수출 2만9천TEU, 수입 1만8천TEU등 총 4만7천TEU의 화물을 운송해 작년 같은달 실적인 4만TEU보다 16%가 뛰었다.
1월 소석률도 한국→일본항로의 경우 일부 피더화물을 선적하지 못한 상황에서 TEU당 최고적재중량인 14톤 기준으로 게이힌지역 106.6%, 한신지역 89.4%, 기타지역 79.6% 등 만선에 가까운 실적을 보이고 있다. 2월도 이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선사측은 전한다.
이런 상황은 자연 운임회복에 호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비수기로 분류되는 1~2월이 이 정도일 경우 성수기가 시작되는 3월말부터는 선복이 없어서 못 싣는 ‘선복난’도 점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KNFC 관계자는 “1~2월은 전통적으로 비수기라 물량이 많이 빠지는 시기이나 오히려 선복이 많이 찼다"며 “특히 2월은 설날 연휴가 껴 있음에도 소석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물량은 비수기보다 평균 30~40%가 늘어난다”며 “이럴 경우 하주들이 스페이스가 부족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해 운임회복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시사했다.
對日 수출물량 고르게 늘어
최근 대일본 수출은 IT 제품, 가전제품, 생활잡화, 농수산물, 제당, 고가 케미컬 등 한 품목에 편중되지 않고 고른 품목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가격은 중국보다 비싸지만 품질면에서 우수한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이 물량증가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한일간 FTA가 성사되면 양국 교역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일항로는 최근의 호재를 바탕으로 다음달 15일부터 드디어 운임회복에 들어간다. 지난 4일 한일항로 12개 취항선사 영업팀장들은 작년 2차AMR 도입을 위해 모인 후 수개월만에 KNFC에서 회의를 갖고 운임회복의 지표인 소석률이 높고 그간 운임이 바닥세였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는 곧 운임회복의 당위성에 대한 전 선사들의 공감대로 이어졌다.
운임회복 수준은 지난 2003년 11월에 실시했던 1차AMR 수준. 메인포트와 로컬포트간 요율 차이는 있으나 그 수준은 약 5% 내외 정도로 파악된다. 각 선사들은 4일 모임 이후 하주들에게 운임회복에 대해 홍보에 들어갔다.
임원과 영업팀장등 선사 관계자들은 “스페이스 부족 현상과 전 선사들이 운임회복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이 어우러져 운임회복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는 시장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선사 영업팀장들은 이같은 기세를 몰아 매주 정기적으로 KNFC 팀장회의를 가지면서 실무자회의도 병행해 운임회복에 대한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작년 2차AMR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피더서비스도 운임회복 시동
한일항로 선사들은 피더선 서비스에 대한 운임회복에도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도마코마이, 아키타, 히로시마, 니가타 등 로컬포트를 연결하는 피더서비스는 그간 원양항로 취항선사들의 지나친 덤핑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같은 시장상황에 취항선사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한일항로에 피더선을 운항하고 있는 선사는 흥아해운,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등 4개사. 이들은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 피앤오 네들로이드 등 글로벌 원양선사들의 모선이 부산항에 기항했을 때 피더선으로 일본 로컬화물들을 운송해준다. 즉 중국이나 북미, 유럽으로 나가는 일본화물을 원양선사 대신 환적해주는 것. 따라서 피더서비스 선사에게 원양 선사는 대형 하주인 셈. 선박 대형화와 유가(油價) 상승, 운송시간 등으로 원양선사들이 기항 항만을 줄이면서 피더서비스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일항로도 피더서비스가 원양선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원양선사들은 피더서비스 선사들에게 대형하주란 점을 들어 지나친 운임할인을 요구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간 피더서비스 선사들은 원가이하로 떨어진 운임에 적자운항을 감수해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곧 배를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피더 선사들을 옭좼다.
피더서비스 4개사는 이같은 왜곡된 운임체계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15일 영업책임자간 회의를 갖고 한진ㆍ현대ㆍ피앤오 등 3개 원양선사들을 대상으로 운임회복을 도모하기로 결정했다. 피더 선사들은 한진해운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운임회복에 들어갔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피더 선사들은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같은달 20일 한일간 피더서비스에 대해 한진해운 화물을 전부 보이코트하는 초강수로 맞대응해 운임회복에 대한 의지가 호락호락 하지 않음을 외부에 알렸다.
결국 피더서비스 선사대표로 흥아해운이 한진해운과 마지막 담판을 벌인 끝에 다음달 1일부터 최고 70달러까지 운임을 올리기로 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한진해운은 근 2주 동안의 선적거부로 하주로부터의 클레임, 리딩컴퍼니로서의 이미지 손상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
피더서비스 4개사는 현대상선과 피앤오 네들로이드 등에도 운임 조정안을 통보하고 곧 이들 선사 책임자와 운임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피더 선사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운임회복에 합의한 만큼 다른 2개사도 다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들 3개사가 피더서비스 화물중 40%를 차지할 만큼 메이저 하주인데, 이들과의 운임회복이 성공하게 되면 다른 원양선사들과의 협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간 용선료가 세배 올랐고 원화도 작년 1월보다 13%가 평가절상돼 선사들이 겪는 채산성 악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운임을 올리지 않는 선사는 바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날선 말로 운임인상의 당위성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한중항로 “두차례 운임인상 예고”
한중항로는 4월1일부터 운임인상을 발표하긴 했으나 운임성공 가능성은 호락호락 하지않다. 인상과 함께 곧바로 무너지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을 뿐 아니라 취항선사도 국적선사로만 이뤄진 한일과는 달리 한국 13개사 중국 19개사 등 운임인상을 위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황정협은 다각적으로 운임회복을 위한 장치들을 모색하고 있다.
한중항로는 배 한척으로 운항하는 소규모 선사가 많다는 점이 선복과잉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운임회복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화물은 늘었지만 현재 한ㆍ중 각 6개선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규모 선사들이 한중간 항로를 취항하고 있어 운임 덤핑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화물은 작년 한해 10%가량 늘어났다. 작년 한중간을 오간 화물은 수출화물의 경우 84만2천TEU로 2003년보다 7% 늘었고, 수입화물은 113만5천TEU로 14%가 늘었다. 전체적으로 10% 증가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신규선사들, 소규모 선사들 중심으로 덤핑영업이 여전해 운임인상안이 발표돼도 몇달 안가 다시 곤두박질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3개선사가 신규진출을 통보해놓고 있어 선복과잉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중항로가 현재같이 선복과잉을 겪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2000~2001년을 거치면서 16척의 신규선박이 한중항로에 들어왔고 총 10개사가 한중항로를 노크했다.
이와 관련 취항선사 관계자는 “한중항로가 본격적으로 개방된 것은 97년 이후로, 신생항로고 중국강세 등으로 배를 띄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신규선사들이 운임덤핑으로 시장질서를 흐트려 놓았다가 다시 안정될 듯 싶으면 또 들어오는 식이 되풀이 돼 왔다”고 말했다.
운임인상 지표인 소석률이 주말이나 월말엔 타이트하나 주초나 월초엔 50%선을 보이는 것도 운임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따라 주말에 올렸다가 주중에 낮추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국→중국으로 나가는 이른바 수출화물의 경우 황정협 비회원사인 머스크 시랜드나 OOCL등의 원양선사들이 공컨테이너 포지셔닝 차원에서 싼 운임으로 짐을 싣는 사례가 종종 있어 수입화물(중국→한국)보다 운임이 싼 것도 한중항로의 특징이다. 중국발 물량이 워낙 강세이기 때문에 상하이나 센젠 등을 기항하는 원양선사들은 공컨테이너 수급을 맞추기 위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부산항에서 일반운임의 절반수준에서 컨테이너 화물을 싣는 경우가 많다. 작년 9월에 TEU당 50달러 인상한 GRI도 수입화물은 어느정도 성공했으나 수출화물은 곧 유야무야되고 말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
한→중항로 취항 소규모선사 적자폭 커
따라서 수입화물은 현상유지를 하고 있으나 수출화물은 적자운송이 일반화돼 있다. 선사별로는 메이저선사는 3국간서비스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소형선사들은 매 항차마다 누적되는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올 들어선 수출화물을 그나마 받쳐줬던 레진화물이 감소해 1~2월 실적이 저조했다. 선사관계자들은 1, 2월 비수기가 지나고 3월이 오면 물량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원/달러 환율이 계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또한 여의치 않다.
고려해운 관계자는 “레진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의 물량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 전체 수출물량감소에 큰 영향을 주었다”며 “원화평가절상이 수출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 원활한 물량수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이같이 선복과잉과 수출ㆍ입 화물간 운임 차이등 항로의 여러 특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임회복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중이다. 선복투입을 자체 규제하는 제도와 수출과 수입화물간 차등을 두는 인상안이 그것.
선복투입을 규제하는 방법으로 황정협 회원선사들은 전년도 물량 증가분에 따라 선복투입을 결정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화물이 5만TEU 늘었을 경우 선복투입은 1천TEU로 정하는 것이다. 이때 회원사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선복증가가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다.
또 이번에 시행되는 한중항로 GRI에 대해 수출과 수입항로에 대해 차등을 두는 방법을 택한 것도 운임회복 성공을 위한 전략적인 접근방법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비회원사가 공「컨」 포지셔닝을 위해 덤핑선적을 하기 때문에 수출은 수입보다 운임이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입 화물을 일괄적으로 인상하게 되면 하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은 자명하다. 황정협은 이를 감안해 수출은 TEU당 50달러, 수입은 100달러 인상하는 차별적인 GRI도입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황정협 관계자는 “수출화물은 비회원사 덤핑이 많아서 성공이 미지수지만 수입화물은 비회원사와의 경쟁이 없어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중항로는 운임이 워낙 바닥이고 인상률도 낮아 하주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일-중항로 예를 들며 하주들의 무분별한 운임깎기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일중항로는 중국선사들의 덤핑영업으로 일본선사들이 모두 고사하고 말았다”며 “지금은 중국선사들이 시장을 장악해 한번에 1천달러를 올리기도 하는 등 일본하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중항로는 오는 9월에도 TEU당 50달러의 운임인상을 계획해놓고 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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