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5 12:40

업체탐방/부여상선(주)

“물류로 부여인들의 옛 영광을 되살리겠습니다”
바지선 이용한 남중국서비스로 대륙공략 나서


   ▲안지현 사장
지난 2001년에 설립해 올해로 창립 4년째를 맞은 부여상선은 드넓은 대륙을 호령하는 부여인의 기상을 이어가겠다는 이 회사 안지현 사장의 꿈이 녹아 있다.

“대륙에서 큰 나라를 일궜던 고대 부족국가 부여(夫餘)국을 생각해서 부여상선이라고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설립된 회사지만 대륙으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죠.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옛 부여국의 영광을 재현해내고 싶습니다.”

그러나 접근지역은 예전 부여인들과 많이 다르다. 부여인들이 만주벌판에서 큰 국가를 건설했다면 안 사장은 남중국에서 부여상선의 이름을 알려가고 있다.

국적선을 이용해 부산에서 홍콩까지 화물을 1차 운송한 후 홍콩에서 바지선으로 환적해 최종 목적지인 허탕(荷塘), 지앙먼(江門), 셰코우(蛇口) 등지로 피더서비스하는 루트와 장강을 타고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서비스하는 두개 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부여상선은 이 서비스로 최근 금강고려화학(KCC)의 남중국 운송권을 따냈다.

“3일 빠른 남중국서비스에 빠져보실랍니까?"

남중국으로의 복합운송은 중국이나 대만국적의 여러 선사들도 많이들 하고 있다. 그러나 운송기간과 운임면에서 부여상선 서비스보다 크게 뒤진다.

선사들 서비스는 부산에서 홍콩으로 짐을 해상운송한 후 홍콩내륙으로 들여와 이를 피더선으로 다시 옮겨 실어 남중국 각지로 보내는 방식이다. 반면 부여상선 서비스는 내륙으로의 반입과정 없이 모선에서 바지선으로 곧바로 옮겨 싣는 미드스트림 오퍼레이션(Mid-Stream Operation)방식을 쓰기 때문에 운송기간이 훨씬 빠르다. 선사들 서비스가 부산에서 상하이등을 거쳐 황푸까지 8일이 걸리는 반면 부여상선 서비스는 5일이면 충분하다.

또 홍콩까지의 해상운송에 국적선사를 이용하는 것도 큰 강점을 갖는다. 국적선사를 통한 서비스는 컨테이너 공급과 선복, 운송기간, 항차 등에서 단연 우위에 있다. 현재 부여상선이 이용하는 흥아해운의 경우 주당 4~5항차로 배들이 부산-홍콩간을 직항으로 연결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대만 선사의 경우 주당 2항차로 서비스된다. 따라서 급한 화물일수록 국적선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안 사장은 바지선을 운영하는 중국 피더선사들의 운임이 저렴해 물류비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강조한다. 바지선사들이 큰 규모의 선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비교적 싼 운임으로 계약하기 때문.

부여상선은 남중국 운송외에도 다른 복운업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다각화된 서비스로 최근 많이 어려워진 복운업계의 가시밭길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

한때 쿠웨이트오일탱커회사(KOTC)의 한국대리점을 맡아 배부품 운송일을 보기도 했고, 해양연구단체인 한국해양연구원(KORDI)과 독일의 지오마(GeoMar)가 벌이는 극동 해양탐사 활동에서 선박대리점을 맡기도 했다.

이중 설립 첫해부터 맡아온 해양탐사 서포트는 복합운송업체로선 매우 드문 일이어서 업계에서도 부여상선의 다채로운 이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일본 등 동해를 끼고 있는 국가들은 매년 이 해양지역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독일의 지오마가 공동연구단체로 참가한다. 이들은 부산을 베이스캠프로 정하고 몇달에 걸쳐 오호츠크해나 동해 등의 해양환경 연구를 한다.

복운업계 불황에 이색서비스로 승부수

부여상선은 이들이 연구를 위해 한국에 들어올 때부터 모든 일정을 책임지고 서포트해 준다. 조사선을 러시아에서 용선해 제공하는 선박대리점 역할은 물론 유류공급, 음식, 식수, 숙소 등 제반 모든 일들을 꼼꼼히 챙겨 연구원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연구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들어 세계적으로 해양환경에 대한 관심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여상선의 특화된 노하우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해양연구를 서포트하는 일을 하면서 최근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동북아물류허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는 해운강국이 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과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이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계속 노력한다면 싱가포르처럼 세계적인 물류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여상선은 또 현대모비스의 중국 현지법인인 광둥현대모비스의 한국대리점 역할도 하고 있다. 컨테이너와 자동차부품 전문제조업체인 광둥현대모비스는 현대모비스 계열이긴 하나 국내엔 컨테이너 관련 인력이 없는 실정이다. 에이전트를 이용해 컨테이너 수주영업을 벌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안 사장의 컨테이너영업 노하우를 높이 사 국내영업을 맡기게 됐다. 부여상선은 이 회사의 컨테이너영업은 물론 제작된 빈컨테이너 운송까지 대행하고 있다.

안사장은 독서광이다. 1년에 40권이상의 책을 꼭 읽는다는 안 사장은 독서의 중요성을 입이 마르게 강조한다. 인터뷰 당일에도 회사 칠판엔 권장도서 목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경험적 가치'를 쌓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체득하거나 선배의 경험을 전수받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것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대신해주는 것이 책이죠.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혜를 얻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쉬운 예로 영업사원의 경우는 거래처와 대화하는 길을 책에서 찾을 수 있지요.”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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