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4 13:26
정부의 5% 목표 공염불로 끝나나
잠재성장률 4% 중반 수준으로 하락 비상
경기침체 악순환으로 장기불황 터널
소비회복 위해 국민연금 신뢰확보 중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사실상 3%대로 전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정부가 줄곳 주장해온 5%대 성장률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민간연구기관도 아닌 국책연구기관이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성장률이 3%대에 머문다는 것은 내년에도 우리경제가 침체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당장 고용사정이 악화돼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성장률 하락은 투자감소와 생산성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향후 성장잠재력 훼손이 우려된다.
◆내년 성장률 사실상 3%대..정부 5%목표 구호로 끝나나
KDI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상반기 3.2%, 하반기 4.7%로 연간 4.0% 내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DI의 성장률 전망은 상.하반기 성장률 전망을 합산해 연간 성장률을 구할 경우 3.95%에 불과해 4.0%의 성장률은 소수점 둘째자리 숫자가 반올림된 수치로 사실상 3%대 후반인 셈이다.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은 또 4조~5조원 안팎의 정부 종합투자계획 시행을 감안해 작성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종합투자계획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내년 성장률은 0.5%포인트 가량 낮은 3%대 중반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목표인 5%대 성장률 달성은 단순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진 셈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고 삼성경제연구소가 3.7%로 전망하는 등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3% 후반의 전망을 내놓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 3%대 성장률 전망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GDP 성장률이 국내 경제주체들의 부가가치생산액의 총액임을 감안하면 성장률 하락은 당장 고용감소로 이어져 '소득감소→소비감소→투자위축→고용감소'의 악순환으로 연결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이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돼 장기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 10만명 가량의 고용이 감소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 40만개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같이 성장률 전망이 비관적으로 나온 것은 최근 몇개월간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불과 1~2개월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토대로 올해 4.4분기 성장률이 4%대 후반에 이르고 연간으로 5%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4.4분기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에 크게 못미치는 3.4%에 그치고 연간 성장률은 5%에 미달하는 4.7%에 머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2~3개월전까지만 해도 내년 성장률이 4%대 초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왜 계속 나빠지나
우리경제의 부진은 내수부진의 지속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요약된다.
작년부터 크게 감소돼온 민간소비가 올해 하반기에도 가시적으로 회복되지 못했고 투자는 지난 2.4분기 반등하는 듯하더니 다시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건설투자는 건물건설을 중심으로 둔화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상승을 주도했던 정보기술(IT) 부문은 경기하강이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로 인해 관련 제조업 경기를 주로 반영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4분기 이후 하강추세를 보이고 있다는게 KDI의 분석이다.
그러나 민간소비의 경우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급등하던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소득증가율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한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고 있다.
국민의 저축률은 2002년까지 하락하다 올해는 지난 1999년의 35.3%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국민소득 대비 소비감소는 충분히 진행돼 왔다는 게 KDI의 관측이다.
KDI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높여야 추가적인 저축이 발생하지 않아 소비회복이 지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성장잠재력 4.5% 수준 하락
최근의 순환기적, 구조적인 요인들로 인한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성장잠재력이란 요소 투입과 요소 생산의 합계치인데 현재 우리경제는 개인과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고 저축만 늘리고 있으며 기업은 구조조정 지연으로 생산성이 하락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의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KDI는 자본, 노동 등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기여도는 1990년대 5.0~5.5%에서 2003~2012년 3% 내외로 크게 하락했고 우리나라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1.5%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재 잠재성장률이 요소투입분 3%에 생산성증가율 1.5%를 더한 4.5% 수준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5%대보다 낮은 것이다.
KDI는 이에 따라 경제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진입.퇴출 원활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농업.서비스업 시장 개방 확대 등의 '창조적 파괴'를 통해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교육.기술개발 등도 경쟁이 보다 강조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체감경기는 개선될듯
경제성장률은 올해 4%대 후반에서 내년 3%대 후반으로 추락하지만 내년에는 체감경기와 직결되는 내수가 점진적으로 회복돼 피부로 느껴지는 경기는 오히려 개선될 전망이다.
KDI는 민간소비가 올해 0.8% 가량 감소하지만 내년에는 2%대 중반 수준으로 완만하게 회복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3% 후반에서 내년 8%대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수주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종합투자계획에 힘입어 올해 2%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2%대 후반으로 증가율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크게 떨어져 국민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내 소비여력도 그만큼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안정은 올해 급등추세를 보였던 유가가 배럴당 33달러로 안정되고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입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KDI는 그러나 ▲달러화 약세에 대응한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제금리를 동반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국제유가의 불안이 재발되고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져 이를 대체하기 위해 추가적인 저축률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 내수회복이 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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