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0 14:41

기고/ 세계 해운의 중심, 영국 그리고 로이드

주영국 한국대사관 윤학배 해양수산관

영국은 한때 해양을 제패함으로써 세계 영토의 상당부분을 지배하는 대영제국을 건설했었다. ‘해가 지지 않는 국가’로 불릴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제국의 모습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해운을 포함한 해사(海事)분야에 있어서 영국은 아직도 명실상부한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잡고 있다. 물론 영국에서 우리의 부산항이나 로테르담처럼 엄청난 규모의 항만시설과 물동량을 찾아보긴 힘들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특히 런던은 세계적인 규모의 물류를 가능하게 하는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사분야의 국제기준을 규율하는 유엔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를 비롯 100여개에 달하는 해사 관련 정부간 또는 비정부간 국제기구가 런던에 위치하고 있다. 또 세계의 해사금융과 보험거래량의 30%를 런던 금융가가 점유하고 있다. 보험, 금융과 연계해 50여개 세계 유수의 로펌들은 이곳에서 성업중이다. 선박의 수주, 건조에서부터 운항, 폐선 등에 이르기까지 선박거래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해운 종합거래소’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선박수주도 거의 절반 가까이가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영국과 런던을 대표하는 해사분야의 대표 브랜드가 ‘로이드(Lloyd)’다.

로이드라는 이름은 보험, 은행, 신문사, 잡지사, 선박 검사기관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

로이드는 17세기 중반 런던항만 인근에 위치했던 ‘로이드 커피하우스’에 기원을 두고 있다.

17세기 중반 영국은 신대륙 발견 이후 커피가 유행해 1708년에는 런던에만 3,000여개가 넘는 커피하우스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런던항 인근 롬바드거리(Lombard Street)에 헨리 로이드(Henry Lloyd)가 운영하던 커피하우스가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세계적인 톱 브랜드 ‘로이드’ 탄생의 모태가 됐다.

당시 그의 커피하우스에는 항해를 마치고 갓 돌아온 선원들과 스페인 해적에게 당한 고참 선원들, 그리고 다소 겁을 집어먹은 채 잘만 하면 한밑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신참 선원들로 붐볐다. 이들 선원들은 항해 무용담과 크고 작은 사건들, 그리고 어느 배는 험한 풍랑에도 끄떡없었다는 등의 각종 소식들을 전해주었다.

로이드의 집에서는 곧 항해를 떠날 선박에 대한 투자 가능성과 혹시 있을지도모를 풍랑이나 스페인 해적을 염두에 둔 거래들이 이뤄졌는데 이것이 로이드 보험의 시초가 됐다. 가끔은 로이드가 본인의 돈이나 커피하우스에 들르는 손님들의 돈을 모아 화물이나 선박구매에 투자를 하기도 했는데 이것에서 선박금융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커피하우스 주인인 로이드는 매일 아침 웨이터들을 인근 부둣가로 보내 여러가지 들리는 소식들을 모아 가게 손님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라는 신문의 기원이 됐다. 뿐만 아니라 항해준비 중인 어느 배가 풍랑에 견딜 수 있게 튼튼하게 지어졌는지를 검사하는 경험있는 선원이나 기술자들이 생겨나게 됐는데 이들이 바로 로이드선급(Lloyd Register)의 시초가 됐다.

이러한 연유로 현재 로이즈 리스트 신문사의 기자들은 아직도 웨이터(waiter)로 불리우고 있다. 물론 로이드의 웨이터들은 음식 대신에 세계 해사의 중심인 영국과 세계 각국의 최고급 해사정보와 기사를 배달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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