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9 16:51
건설교통부가 9일 인천-타이베이 노선 운수권을 배분함로써 이 구간 정기 여객항공편 운항이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재개되게 됐다.
정기항공편 운항으로 대만과 한국간의 거리는 크게 좁혀지게 됐으며 관광 및 경제교류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교부는 정기편 운항으로 한-대만 노선 승객수가 연 40만명 정도로 늘어나고 동남아 노선 비행기가 대만 영공을 통과해 비행할 수 있게 돼 항공사들의 운송수입이 연간 250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노선권 배분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이번 배분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특히 대한항공측은 그동안 여러차례 공언했던 대로 법적대응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상하이 노선 배분 때에 이어 또다시 건교부와 항공업계가 운수권 배분을 둘러싼 소송사태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양 항공사 대만노선 배분에 '불만' 제기 = 한.대만 정기 항공노선에 대해 '원상회복의 원칙'을 주장했던 대한항공은 이번 노선 배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단항전에 주 14편을 운항했으며 노선면허도 살아있기 때문에 최소한 주 14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9편을 배분 받는 데 그치자 법적 대응 등을 강구하겠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금번 건교부의 대만 노선권 배분은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후발사 밀어주기식 노선배분으로 인정할 수 없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한항공은 "단항 때 당시 교통부는 동 노선에 대한 대한항공의 '운항휴지'를 승인했고 지난 95년 건교부의 대한항공에 대한 국제선 노선면허 발급에서 대한항공의 한국-대만 노선면허가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해 줬다"며 "건교부가 이를 무시하고 이중잣대를 적용해 후발사 밀어주기식 편파행정을 펼쳤다"고 비난했다.
이 회사는 이어 "기준과 원칙이 없는 국제항공정책방향을 이번 기회에 폐지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성이 있는 항공정책규범을 새로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주 11편을 요구했던 아시아나도 "단거리 노선은 후발업체에 우선권을 줘야 하는데도 이런 원칙이 무시돼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향후 노선배분에서는 복수민항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려 건전한 경쟁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선배분의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대만노선 배분 결과를 수용할 뜻임을 시사했다.
◆ 대만 노선배분, 소송사태 가나 = 대한항공이 법적대응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실제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교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이기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유럽노선을 비롯, 노선을 배정받아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선뜻 건교부와 법정에서 마주치는 일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이 법적 대응을 거론한 것은 실제 소송에 들어가겠다기 보다는 불만을 더욱 강하게 표시하고 추후 노선배분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상하이 노선 배분을 둘러싸고 아시아나가 부당성을 호소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곧바로 취하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필요하면 법정소송에 들어가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실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건교부는 이번 노선을 배분하기 전 사전에 '복항'인지 아니면 '신규취항'인지 등에 대한 법리판단을 거쳐 '신규협정'으로 결론을 내린 데다 단항당시 운항현황이나, 국제항공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노선을 배분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사전에 항공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고 모든 상황을 고려해 형평성에 맞춰 노선을 배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양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이해만을 앞세워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노선배분 기준 재정립 논의 대두 = 항공업계에서는 주요 노선배분 때마다 항공사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배분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이번 기회에 공평하고 흔들림 없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그동안 건교부는 '국제항공정책 방향'이라는 구속력 없는 내부 원칙에 따라 노선을 배분해 왔으나 상황에 따라 원칙이 흔들리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대한항공은 건교부의 국제항공정책 방향이 특정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언제까지 후발항공사를 지원해야 하느냐"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항공자유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노선배분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으며 노선을 예측가능하고 합리적으로 배정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존의 국제항공정책방향이 옳다면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거나 아니면 객관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지침을 제정해야 노선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항공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정부, 항공사,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열어 노선배분 등 국제항공방향에 대한 원칙을 세우고 한번 세운 원칙을 확고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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