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01 09:43

지역 내 물류유통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

한라대학교 물류유통학과

경영대학 학과 중 가장 큰 인기 누리고 있어
물류센터 내 고된 일로 학생들 많이 힘들어해
기업이 인재 육성 하려면 학교에 보다 많이 투자

한라대학교는 제주도에 있다? 아니다. 한라대는 원주에 있다. 처음 한라대에 취재를 간다고 하자 회사 동료들이 제주도에 출장 가느냐고 물어왔다. 한라산이라는 지명 때문에 ‘한라’ 라는 단어가 입력되면 자연스럽게 제주도가 연상되는 우리네 사고의 틀을 깨는 작은 ‘사건’이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시간 반 남짓 달려 원주시 외곽, 남원주에 자리한 한라대학교는 한라공업전문대학에서 시작하여 4년제로 개편된 대학교이다. 정인영 한라그룹(대학교 이름은 그룹 명에서 따왔다.) 전 명예회장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풍을 추구하며 실제적 적용이 없는 학문은 죽은 학문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문을 가르치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세운 단과 대학이 대학으로서는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공과대학, 그 다음이 경상대학(후에 경영대학으로 변경)이었다. 서울 계동에 자리한 현대그룹 본사 건물과 비슷하게 세워진 이 대학 본관에 경영학부가 둥지를 틀고 있다. 그리고 경영대학 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는 유통물류학과를 찾아갔다.

부산권에만 있던 물류 관련 학과가 중부권으로 올라와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물류학과가 생긴 곳이 한라대학교이다. 1998년 1회 신입생을 모집한 이래 한라대학교 물류유통학과는 학부제 이후 한라대학교 경영학부내 3개 학과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인기학과로 떠올랐다.

경영학부의 절반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물류·유통을 전공으로 선택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라대학교를 방문한 그 날 경영대학 물류유통학과의 홍성욱 교수는 점심 회의로 바빠 보였다. 올해 새로이 생긴 유통관리사 시험에 대비, 현재 개설되어 있지 않은 ‘상권분석’학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과목 수를 변경하는 것이 어려워 교과목을 바꾸기 위한 조정 회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학부제가 도입되면서 대학 당국에서는 다양한 과목을 이수토록 학생들을 격려하고 너무 한쪽 전공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보통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자신이 선택할 전공을 택하게 되는데 전공 필수 3~4 과목만 들으면 전공으로 인정해 주고, 복수 전공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 대비해 전공을 4학년 때라도 바꿀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 놓았다고. 하지만 너무 늦게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 학생들간 소속감이 희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해 전공 선택 시기는 단과대학 별로 재량껏 하도록 풀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중부권에서 처음 생긴 물류학과가 ‘원주’라고 하는 도시에서 생겨난 것은 원주의 사통팔달적 지리적 위치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중앙 고속도로와 영동 고속도로가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함으로 우리나라 최대 소비지인 수도권까지 소비재를 1시간 이내에 운송할 수 있고 남북 교통이 대구, 부산까지 연결되어 있으며 철도를 통해 중앙선 복선 작업이 완성되면 서울까지 50분 안에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물류유통학과가 원주 지역과 연대해서 산학 협력을 펴고 있는 것은 없다고 홍교수는 전했다. 하지만 점차 지역 산업과 협력을 꾀하기 위해 원주시에서 육성하고 있는 의료기기산업 물류, 횡성한우·복숭아 등 지역 농축산물 유통 등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원주지역 공단내 입주 가동율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산학 협력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홍교수는 요즘 들어 많이 논의되고 있는 (도요타시와 같은) 기업도시에 대해 원주가 이러한 기업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도시라고 소개했다. 50만평에서 200만평의 부지에 형성될 기업 도시의 요건으로 원주가 비 수도권 지역에서는 수도권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 수도권 개발 규제 등으로 사통팔달적 교통 입지에 자리하고 있는 원주시의 위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교수는 물류 유통이 강원도 산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강원도 내에서 물류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없다고 하는 편. 공무원들도 ‘교통이 중요하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의 인식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고.

그럼에도 홍교수는 물류유통학과내에서 산학협력을 위한 발걸음을 하나씩 조금씩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이제 겨우 간판만 내건 수준에 불과하지만 학교 내 ‘유통물류혁신센터’ 간판을 지난 여름에 걸고 물류 특성화 대학을 위한 구체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유통물류혁신센터에는 산학협력을 전담하는 교수 1명을 임용해 앞으로 물류 유통쪽 산학 협력을 위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된다. 그 동안 산학 협력에 대해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느끼고 구체적인 행동에 옮긴 것이 미비하다고 밝힌 홍교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앞으로 정부추진 산학협력 프로젝트 등에 연결되어 연구에 필요한 재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족회사’ 개념을 도입하여 학교와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들을 많이 늘려 나갈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이들 회사들을 통해 생생한 현장실습과 현장 학습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가능하다면 학점 취득까지도 가능한 수준으로 협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학교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해 내는 위치에 있는 홍교수는 물류현장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화두에 대해 ‘어디가 현장인가?, 관리자란 누구인가?란 질문을 꺼냈다. 물류에서의 실무란 것이 학생들이 취업한 곳에 따라 여러 분야(복운업체, 택배, 센터 등으로)로 다각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보니 현장감과 실무를 전달하는 면에서 생생한 지식들을 녹여 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교육적 측면에서 보면 학생들이 다양한 길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측면에서는 물류분야가 좋지만 특정 분야에서의 현장 실무를 중점적으로 가르치기란 힘든 어려운 점도 있다. 결국 개별 과목에 들어가서 따로따로 익힐 수 밖에 없고, 주로 방학기간을 이용한 인턴제 등을 통해 현장감을 익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류 기업에서는 금방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상태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출되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하는걸 들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기업이 학교에 기금을 출연해서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이 필요한 부분에 개발 및 연구를 요청하고 학교에 투자를 합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데려와 교육시키는 비용보다 차라리 학교에서 교육시키는 비용이 더 싸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은 인턴제 등을 통해 학생이 회사에 들어가면 학생에게 배워주려는 생각보다 직원이 하나 더 생겼다고 인식하는 부분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학생들을 취업현장에 보내면서 홍교수는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학교에서 모든 걸 다 가르칠 수 없는 형편이기에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현장에서 2년 정도 꿋꿋이 참고 견디어 경력을 쌓으면 학생들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또한 수업을 통해 “너희들은 물류 관리자다. 물류의 종합적인 분석, 계획, 기획, 전략 등을 짜는 전략가로 기업 물류의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면 취업에 나갔던 학생들은 “물류 관리자가 왜 이리 힘드냐”고 하소연한다. 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라난 세대이다 보니 어렵고 힘든 일에 쉽게 포기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류라고 하는 업무 자체가 현장과의 밀착성이 높은 직종이다 보니 3D로 분류될 일들도 많고 사무실에서만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센터나 매장 등에 업무 배정을 받아 일하러 가게 되면 대부분 체력을 요구하는 비교적 센 강도의 육체 노동이 많아 2학기에 센터에 취직되어 추석 대목을 한 번 맞고 나면 포기하는 학생들도 나타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홍교수는 학생들에게 “물류전문 인력과 일반 학생들의 차이가 첫 시작 단계에서는 전공한 학생들이 개념 정도나 더 알고 있는 정도에 그쳐 상당히 미비하지만, 특정 파트로 들어갈 때에야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고 격려한다. 그렇기에 현재 공부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배우고 익히라고 독려한다.

교통개발연구원에서 만 9년에서 며칠 빠지는 햇수만큼 근무하고 나서 한라대학교로 옮긴 홍교수는 원래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였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과정을 밟던 중 지도 교수가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도와주면 생활비와 등록금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하는 바람에 불쑥 발을 디디게 된 곳이 물류였다고. 미국 철도회사기금과 미학술재단 등에서 주는 돈으로 그가 공부했던 것은 지역 계획 중 교통 분야로, 화물운송망 설계(계획) 등에 대해 주로 연구했다.

물류 쪽에서 6년을 공부하는 동안 공과대학 과목들과 경영 대학 개설 과목들을 주로 공부해 스스로 잡학적인 공부를 했다고 밝힌 홍교수는 남들이 유학기간 동안 무엇을 공부했냐고 물으면 딱히 이거다 라고 하나로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 없어 고민 좀 했었다고.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 사회간접자본투자기획단 근무도 했고, 화물터미널이나 유통거점시설 등에 대해 주로 연구해 국가 물류 정책 결정 등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백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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