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4 08:55

유가급등, 중소제조업 도산 결정적 요인

KFSB, '유가급등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조사서 밝혀



국제 유가급등에 따른 대응수단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되는 것으로 조사돼 유가급등의 영향이 중소제조업 도산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6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KFSB)가 발표한 ‘유가급등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급등으로 인한 영향은 대응수단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1차 석유파동기에 73년 23,293개였던 제조업 사업체수가 74년 22,632개로 661개 감소했으며 2차 파동기때는 79년 31,804개였던 제조업체수가 30,823개로 981개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국제 원유가격 급등이 국내 유가상승요인이라고 지적하고 1차적 가격파급효과로 석유 및 화학제품 가격상승, 2차적으로는 국산 석유화학제품을 중간투입재로 사용하는 관련 산업에 가격상승 요인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원유수입 단가지수가 2000년 39.6%, 2003년 1/4분기 53%, 금년 4월 15%에서 5월 30%, 6월 36.6%로 급상승, 석유제품 수출단가지수도 04년. 2/4분기중 3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유가급등으로 수입 석유화학제품이 상승하면 수입 석유화학제품을 중간투입제로 사용하는 관련 산업에 1차적으로 가격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즉 관련 산업의 가격인상은 이를 국산원자재로 사용하는 산업에 2차적으로 가격인상요인을 유발시키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한편, 유가급등은 여러 중소제조업 업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동력, 연료 투입비중은 비교적 낮으나 원재료 비중이 큰 섬유업종은 화섬업종의 수익률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후방연관 효과가 작용, 면방·의복업종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 화섬원료의 자급도가 5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원유가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저하를 초래하게 되며 수출부문에서는 채산성 악화와 국제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제지업계는 원재료부문보다 동력 연료비 증가로 인한 원가상승이 타 업종에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제품인 골판지, 백판지 등의 산업용지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된다.

석유화학 업종, 유가상승 피해 가장 커

석유화학 업종은 원유가 상승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업종으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동력, 연료비부분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재료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매우 크다. 국내경제를 고려한 제품가격인상 자제 시에는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방 연관산업인 자동차, 전자, 고무, 섬유 등의 업종 침체시 석유화학업종의 수익률이 더욱 크게 저하될 전망이다.

전기·전자업종은 제조원가 부담은 적으나 경기에 민감해 수요 위축이 예상된다. 또 이에 따른 중소부품 업종의 경기둔화가 예상되나 유가인상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유가상승의 파급은 가격전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으나 생산비 중 연료비 비중이 높고, 제1차, 2차 유류파동시 영향이 매우 컸던 점을 감안 비금속광물의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석유·화학제품계열의 가격상승분을 전가할 수 없는 업종이 1차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그 여파로 인해 전후방 연관 산업의 위축이 이어질 것으로 KFSB는 예측했다.

또 대기업은 유가상승에 따른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수시로 반영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원가승상분의 가격전가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경영수지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PE, PP, PVC 등 유화원료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원료가격 급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스틱가공 업종은 대기업에서 공급받는 원재료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약 40% 상승했으나 제품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내에서도 생활관련형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원가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반영이 어려워 원가절감이나 경영합리화를 통해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흡수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효율-고기술 기업체질로 전환해야

KFSB는 고유가의 지속은 1차적으로 원유수입대금을 급증시키고 원자재가격 상승과 물가상승으로 파급돼 국내 전체산업 환경을 크게 위축시킨다고 강조하고 고유가에 따른 중소기업의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대응방안에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고효율-고기술 기업체질로의 전환, ▲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으로 유가급등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분의 흡수전략 적극 강구, ▲에너지 절약형 고부가가치 상품개발 주력하는 것 등이다.

KSFA는 이와 함께 유가상승이 물가·제조원가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KSFA에 따르면 석유류를 중간원자재로 사용하는 공산품 서비스 분야의 원가상승에 따른 가격상승요인 등 간접요인까지 감안하면 전반적인 물가상승요인은 더욱 가중된다.

2003년 한국은행 작성한 산업연관표를 보면 원유가격이 10% 상승하는 경우 전산업의 제조원가를 0.43% 상승시키며 부문별로는 제조업이 0.70%, 서비스업이 0.19%로 제조업이 3.7배나 높은 비용상승효과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종에서는 운수 및 보관업(0.75%)과 전력·가스 및 수도업(0.21%) 이외에는 비용부담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에너지원별 구성비는 석유류가 52.9%로서 최근 원유수입단가의 상승은 국내 전 제조업의 원가상승으로 파급된 것으로 조사됐다.(2001년 기준)

특히 석유 및 석유파생제품을 원재료로 하는 코크스, 석유정제업, 화합물 및 화학제품 제조업의 제조원가 상승효과가 가장 크고 동력, 원료비 비중이 높은 조립금속제품, 고무 및 플라스틱, 펄프 및 종이제품제조업종의 원가상승도 비교적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원유가격은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3월에 배럴당 30달러를 넘어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고유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가급등의 요인은 중동정세 불안 및 미국 비축유의 감소에 따른 투기심리와 낙관적 경제전망에 따른 소비의 증가 및 공급능력이 단기간에 확대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SFA는 “향후 국제유가는 중동정세의 불안요인 해소 여부, 세계경제의 성장추세의 지속여부 등에 따라 변동될 것으로 보이나 기본적으로 수요대비 공급능력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 한 현 고유가의 장기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또 “실물시장에서의 공급차질이 이어질 경우 현재의 고유가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반대의 경우에도 유가수준이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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