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01-23 11:01

[ KSG 칼럼 - 범양상선 韓基宣 회장 ]

불황을 이겨내는 평범한 지혜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전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1995년 1월부터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게 되면서 세계경제는 새
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었으며 더욱이 우리 경제는 이제 OECD가입이라는 환
경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UR협상 개시에서 WTO협정에 이르기까지 각산업 부문에서 이미 상당수준의
개방이 이루어졌으나 이제 OECD가입으로 시장개방은 민간 주도의 경제 체
제아래 더욱 가속화 될 것이며 기업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전쟁의 시대

해운업은 근본적으로 국제시장에 노출된 완전경쟁 산업이라는 일반산업과
비교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자국 해운업에 대한 보호장치가 개방화의
물결에 따라 차츰 허물어져가는 이 시점에서 더욱이 해운시황의 불황국면
을 맞이하여 우리 해운기업은 대외적으로는 보다 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내실을
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고 한다. 호황일 때는 모르고 혹은 바빠서 지나
쳤던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불활시에는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바로 이
때가 날로 확실해 지고 있는 국제경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비
경제적이고 불합리한 요소들을 들춰내어 개선하고 내실을 다짐으로써 경쟁
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부문에서 경영혁신을 추구해
왔으나 아직도 만족할 많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급격한 변
화를 추구하는 제도의 개혁은 있었으나 변화의 추세가 되는 구성원이 변화
에 대한 적응이 미흡한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기업은 인체 조직과 같다.
사람이 건강할 때 힘이 나노는 것과 같이 기업도 각 단위 조직이 모두 제
기능을 다하고 있을 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어느 하나라도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그 기업은 알게 모르게 건강을 잃게 된다.
환자가 건강한 사람과 경기를 한다고 할 때 누가 이기느냐 하는 것은 자명
한 일이다. 기업도 튼튼한 체력이 전제되어야만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우
리나라 기업의 어려움 중에 첫째로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꼽고 있다. 고
비용, 저효율이야말로 개별기업이 스스로 해결해야할 가장 시급한 과제이
다. 그러나 당장에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효율이 급격히 제고되는 처방
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조직의 여기저기를 살펴보면 걷어내야 할 거품들이 보일 것이다. 눈에
보이는 거품을 거두어 내다보면 남는 것이 진국이다. 급격한 개혁이나 혁
신보다는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 하나 바로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다.
결국 경쟁력을 높이고 불황을 이기는 길은 내실을 다지는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함께 따라야 하며 모든 구성원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가능한 것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함으로써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내실을 다지는 부단한 노력 필요

불황은 중병을 앓고 있는 시기가 아니라 불활속에서 체질을 더욱 강화하여
호황기를 철저히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업은 불
황일수록 正道經營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
조직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인간존중의 합리적이고 원리원칙을 중시
하는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영업이익의 창출은 결국 조직
구성원의 각자의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옳은 판단과 행동과 실천
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관리하고 인재를 육성, 교육
시키는 일은 기업의 기본적인 임무가 돼야 한다.
더구나 해운회사와 같은 서비스 상품은 구성원의 자질과 전문성이 상품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 없다.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능력과 자질이 일류가 될 떼 일류기업이 될 수 있
기 때문이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넘어지지 않듯이 기업의 뿌리가 되는 구성원의 자질
을 높임으로서만이 어떠한 어려움속에도 견딜 수 있는 강한 조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불황이란 특정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기업과 산업에 걸쳐 두루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관련 주체가 똑같이 겪게 되는
상황이므로 오히려 기업간의 건전한 경쟁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 어
느때 보다 더욱 절실한 것이다.
동종업계가 됐든 유관업계가 됐든 개방화 시대를 맞이하여 자칫 협력관계
가 허물어지기 쉬우나 불활일수록 동반자적 인식을 갖고 과당경쟁을 피하
고 상호 유대관계를 공고히 하여 대외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다.
시장개방은 더욱 가속화되고 이제 머지 않아 외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막강
한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 기업들을 위협할 것이다. 우리 해운인들도 국내
해운기업 상호간의 협력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하주에 대한 고객만족 정신
을 기본으로 한 선주와 화주간의 협력 체제를 공고히 함으로써 불황을 극
복하고 기업의 장기적 이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내업체간 협력관계 적극 모색

경쟁이라는 것이 반드시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싸움만은 아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호이해와 협력을 하는 풍토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
엇보다도 중요하다. 기업과 기업간에, 기업과 고객간에 서로 신뢰와 이해
를 바탕으로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개별기업 뿐만아니라 우리 경
제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더이상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출혈도 불사하는 식의 지나친 경쟁으로는 누
구도 살아남기 힘든 시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합리적인 경영으로 진정한 경
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업을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역경제예측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지역의 경기침
체는 경제쇠락을 의미하기 보다는 일시적인 경기싸이클의 한 과정이며 성
장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낙관적이라고 한다.
우리경제도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운 문제점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동시에
무한한 성장 가능성ㅇ르 지니고 있다는 점을 되새기며 우리 기업들도 변화
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허물어 가면서 인간존
중을 바탕으로 한 인재육성 및 기업상호간 이해와 협력으로 불황을 극복하
고 세계를 무대로 당당히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거
듭나야 할 때이다.
시장개방의 물결과 함께 기업간 경쟁이 더 가속화될 이 시점에서 작금의
불활을 오히려 우리가 지닌 구조적 병폐들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
해 전력을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 불황을 극복하고 호황을 대
비하는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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