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31 15:50

유럽과 아시아 관문 흑해, 물동량증가로 재 부상

러 원유수출증가, 유럽연합 확대등으로

러시아와 터키, 불가리아 등 6개국이 둘러싸고 있는 흑해가 러시아의 원유 수출증가와 유럽연합의 확대 등으로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KMI는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으로 부상한 러시아가 이 지역을 통한 원유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선사들이 아시아와 흑해사이에 급증하는 화물수요를 맞추기위해 항로 개설을 늘리는 등 이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극동에서 콘스탄자-일리체브시크-오데사 항만사이의 서비스를 개설한 바 있는 프랑스 선사 CMA CGM사가 올들어 추가로 항로를 다시 연데 이어 비슷한 시기에 MSC사도 같은 항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지역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앞에서 지적한 요인외에도 적어도 3억명이상의 잠재적 고객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지역의 하나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예비 회원국인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데 이어 지난 14년동안 예산문제 등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하던 다뉴브강의 두번째 다리 건설사업에 합의함에 따라 유럽지역으로 이어지는 물류망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 최대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해상국 분쟁에 대해 긴장을 해소키로 한 점도 흑해 연안의 경제발전 및 물류활성화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성장의 이면에는 앞으로 제거해야 하는 걸림돌들도 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흑해국가 항만개발에 적극

우선 흑해 연안지역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선 물류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6개 국가들이 서로 공통된 역사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교역파트너가 아닌 라이벌 의식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있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 아직도 옛 소련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이 지역 물류장애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항만에 비해 물동량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흑해 연안에는 오데사와 노브로시스크 등 큰 항만들이 모두 16개나 자리잡고 있으나 유럽이나 중앙아시아로 가는 환적화물의 대부분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터키 및 조지아의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을 뿐 나머지 항만은 국내물량과 수입물량의 일부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서 이 지역 항만의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의 하나는 서유럽으로 나가는 물량의 상당부분이 터키 트럭에 의해 운송되고 있다는 점인데, 터키 교통부차관은 터키에서 나가는 화물의 60%가 도로로 운송된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속해 있는 흑해 항만의 경우 지금까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오일러시를 만끽하고 있는데, 흑해 안쪽에 있는 아조해지역 항만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오데사·일리체브시크항과 러시아의 노브로시스크항만은 최근 4~5년동안 원유 취급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흑해 연안국가들은 현재의 물량보다는 미래의 화물수요에 대비해 항만을 민영화하거나 개발사업에 적극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의 경우 지난해 항만시설과 조선소, 터미널 등을 50개 사업자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 흑해지역에 있는 트라브존, 라즈, 시놉, 호파 항만 등도 민영화됐다.

불가리아는 바르나 항만에 곡물과 컨테이너, 로로(Ro-Ro)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하고 지중해로 통하는 보스포루스 해협과 가장 가까운 버가스 항만에는 4개의 터미널을 추가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등 이 지역을 북쪽에 있는 항만과 오스트리아 린츠와 파소 항만으로 가는 선박의 환적물류센터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우크라이나 역시 오데사와 일리체브시크 항만을 포함해 다뉴브강 지역에 있는 항만을 적극 개발해 유럽과 아시아 적ㆍ양하 화물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며 러시아도 3억톤이 넘은 자국의 해상 및 수상화물의 40%가 이곳에서 처리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흑해연안의 항만을 현대화한다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러시아가 구체제 붕괴이후 석유수출을 늘리면서 흑해에서 지중해(에게해)로 통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리하고 있는 터키의 경우 특히 선박의 안전사고 예방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수출이 한계에 직면하자 대안으로 흑해 터미널에서 원유 선적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항만에서 배에 실린 원유는 4800만톤이었으며 전문가들은 2010년까지 러시아의 원유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해 운송된 원유는 지난 1996년에 6천만톤에 불과했으나 2003년에는 1억3400만톤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에는 이보다 50%정도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터키의 고민도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터키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 지난해 러시아가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선박의 톤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에게해에서 자국 수출원유를 대형선에 선적하는 방안을 추진한바 있는데, 이같은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 에게해에 엄청난 환경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준미달선 몰려 오염사고 우려

한편 흑해의 또다른 고민거리는 이지역이 기준미달선의 도피처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들어 주요국이 항만국통제를 강화하고 기준미달선에 대한 출항정지조치를 늘리자 유럽연합 역내 수역에서 운항할 수 없는 선박들이 이곳으로 밀려들고 있다.

흑해 항만국통제 사무국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에 이 지역에서 결함이 발견돼 출항 정지처분을 받은 선박은 모두 81척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선박의 40%는 북한과 캄보디아, 시리아에 등록돼 있는 선박이다.

또 외국에 등록돼 있는 선박 뿐아니라 흑해 연안 6개국에 등록돼 있는 선박 3515척의 평균 선령이 20년을 넘고 있어 앞으로 문제가 될 선박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환경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이곳에서 유조선 오염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흑해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혼수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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