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0 17:06
학교 설립자인 초당 김 기운 박사의 호에서 그 이름을 따온 초당대학은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 인재를 육성하자는 모토로 설립된 대학이다. 서울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전라남도 무안지역에 호젓하게 위치, 그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1994년 설립되었다.
학교가 문을 열면서 동반 개설된 ‘유통학과’(현 인터넷 마케팅학과)는 인근 지역 농산물의 유통 물류를 주로 다루기 위한 목적을 띠고 태어났다. 1996년부터 이 학과에서 재직중인 이석태 교수는 “산지에서 200원에 출하되는 생산물이 2,000원으로 탈바꿈하여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는 유통 경로를 수 많은 경비를 들여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중간 상인들이 그 차액만큼을 마진으로 붙여 그렇게 가격이 뛰었다고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 중간 유통 마진으로 들어가는 것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대부분 마모, 감모등 유통비용으로 밝혀져 농산물 유통의 비효율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지역 유통관련 문제를 연구하는 등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지방 사립대에서 학생들을 유치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이교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학생 유치 차원에서 ‘인터넷마케팅학과’로 학과 명을 바꾸었다. 인터넷과 마케팅의 접목으로 학생들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은 서울에 있는 대학이나, 지방에 있는 대학이나 모두 저마다 발벗고 나서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실정으로 대학교수라고 점잖게 앉아만 있어서는 자칫 잘못하면 학과가 없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학생유치 작전 서울지방 가릴 것 없어
“요즘 학생들의 학과 선택을 보면 서울이든 지방이든 가리지 않고 취업만 잘 되면 만사가 해결되는 식입니다. 그렇기에 학과를 선택할 때 이 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갔을 때 자기 자신의 부가 가치(몸값)가 4년의 기간만큼 올라 있는지 확인하고 재어본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정보를) 학생이 감당하지도 못하게 던져 주어서는 안되겠죠. 각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자신을 단련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실력을 겸비할 수 있도록 가르쳐 놓는다면 결국 학생들은 자기 힘으로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작년부터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초당대학교 산학연지원센터에서 가르치고 있다. 본교 인터넷 마케팅학과가 대략 학년당 20여 명 규모로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갖추어진 곳이라면, 이곳 학생들은 3학년부터 학제가 시작되어 3, 4학년 통틀어 40여 명 규모이다. 산업체 위탁 교육이라는 다소 특이한 학제를 따르고 있는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직장인들로,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강의를 듣는 주경야독 학생들. 고등교육법에 따라 초당대학교는 전문 대학과 일반 대학 사이에 위치해 있는 4년제 산업 대학(개방대학) 범주에 들어간다. 서울 산학연지원센터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전문대학 과정을 마치고 편입과정을 통해 3학년으로 들어온 학생들이다. 늦깎이 학생으로 들어오는 학생이 많다 보니 수업을 듣는 학생들 연령대도 다양한 편. 20대 후반에서 3, 40대 후반까지 연령 폭이 넓게 이루어져 있으며 졸업과 함께 학사 졸업증이 수여된다. 이들 학생들은 대부분 물류 쪽이나 마케팅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기에, 전반인 수업 내용은 e-Busines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학연지원센터로 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들 외에, 이교수는 삼성 로지텍에 들어가서 20 여 명의 학생들을 산업체 위탁 교육 형식으로 가르치기도 하였다.
주경야독을 하는 학생들의 요즘 고민은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수업 시간이 되어 회사를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가 활황세를 타면 학생들도 자기 일을 다 마쳐놓고 떳떳하게 수업 받으러 간다고 하고 나올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수업 받으러 간다고 하는 것 자체가 여간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자기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만큼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이 교수는 학생들을 격려한다. 이 교수 자신이 석 박사 과정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다니면서 어렵게 끝낸 당사자이기에 학생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다.
경기 안 좋아 수업 들어오는 학생들도 눈칫밥
학생 품귀 현상이 돌고 있다는 지방대에서 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일단 인터넷 시대에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학문적으로 연구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이교수는 말했다. 컴퓨터 시스템만 확실하게 갖추어 놓고 있으면 서울에 앉아 연구하는 것 못지 않게 구석 구석을 뒤져 많은 자료들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료, 책(보고서)에 관심이 많다는 이 교수는 그렇게 해서 모은 자료가, 남이 가지고 있지 않는 자료들이 꽤나 된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 위치하다 보니 스스로 나태해지려면 얼마든지 게을러질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는 이교수. 스스로를 다독여 처지지 않도록 연구에 정진하는 것도 그가 현재 처해 있는 환경인 셈이다.
“지방대 교수는 복사에서부터 문서 작성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스스로 다 해낼 수 있는 만능박사이어야 합니다. 교수는 핵심만 연구하고, 나머지는 밑에 있는 대학원생에게 맡길 수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환경이 그렇게 따라주지 못하니 스스로 할 수 밖에요.”
이석태 교수는 한국해양대학교에서 수송관리 중에서도 해상수송을 전공했다. 주로 해양개발의 경제성을 검토하는 것이 주업무였던 KAIST 경제 연구실에서 해양경제를 근 10년간 연구했다. 그리고 대한통운 공채 1기 박사 1호로 뽑혀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기업이 생리에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선급협회, 목포 해양대 등 기업체, 협회, 연구소 등을 두루 거친 후 최종적으로 이 교수가 안착한 곳이 초당대학교.
그는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높은 이상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비록 지방에 있는 산업대학 학생들이지만 자기 능력에 맞는 꿈을 세워 놓고 그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 나가는 것, 공부를 재미있게 열심히 하는 것이 요즘 학생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열심히 학생들을 격려한다. <백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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