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7-19 16:43
실리노조 정착, 신노사관계 모델
현대중공업 노사가 19일 올해 임단협에 잠정합의함에 따라 '10년 연속 무분규'의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날 합의는 민주노총 핵심 사업장으로 지난 94년까지 국내 과격분규를 주도했던 노조가 '실리노조'로 완전 탈바꿈하게된 것은 물론 대립적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대부분의 사업장에 협력적 노사관계의 모델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10년 무분규는 그간의 발전적 노사관계로 보아 예견되긴 했으나 올해는 정년 보장과 주5일제 등이 예민하게 떠오르면서 걱정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주5일제는 이미 근로조건의 저하 없이 실시되고 있는 것을 유지하되 생산성 향상 등의 문제를 추후 논의키로 하면서 피해갔고 '정년을 보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 했던 회사의 요구는 조합원의 정서와 멀어 철회됐다.
무분규를 막을 외부적인 요인은 올해도 없었다.
노조가 임단협 요구안을 마련하면서 상급단체 공동요구였던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아예 거론하지 않았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도 임금인상 보다 후생복리 분야 처우개선에 무게를 둬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노조가 수 년째 금속연맹이나 민주노총의 정치적 투쟁에 동참하지 않은데다 연초 불거진 박일수씨 분신자살 사건으로 이들 단체와의 관계가 더욱 멀어져 올해 협상은 그야말로 '내부문제'로만 마무리될 수 있었다.
회사로서는 시행중인 주5일제가 근로기준법의 취지에는 맞지 않았지만 현대자동차가 근로조건의 후퇴 없이 시행하되 생산성 향상 문제를 추후 논의키로 한다는 선례를 남김에 따라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커 노조집행부가 '결렬'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조정신청 등 쟁의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파업을 원하지 않는 조합원들의 정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7년부터 94년까지 매년 장기, 과격투쟁을 되풀이 하면서 엄청난 임금손실과 사회적 비난을 감당해야 했던 근로자들이 평균연령 40세를 넘기면서 안정된 직장과 삶을 바라게 된 것이다.
이같은 정서변화는 과격.선명성 경쟁을 하던 현장 노동조직들을 거부한채 실리 노선의 조직을 집행부로 선택하게 됐고 자연히 상급단체의 정치파업을 거부하는 추세로 흘렀다.
특히 올해는 원자재가 상승과 비조선 사업부의 실적부진으로 경영압박이 심한 상태여서 임단협을 빨리 마무리하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데 노사가 모두 공감하고 있어 조합원 찬반투표도 무난히 가결된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근로자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려 했다"며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조합원들도 인식하고 있어 찬반투표도 무난히 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울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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