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5 10:44

물위에서 비행기처럼 나르는 배, 위그선

500Km를 넘는 속도, 차세대 해송수단으로 부각 전망


세계화 물결속에서 국가간 경계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원거리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교통수단의 속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통한 한국고속철도(KTX)가 육지에서 가장 빠르다면 바다에서 가장 빠른 배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위그선이다.

보통 배는 물과의 접촉으로 인한 저항때문에 마찰면적을 줄인 쾌속선이라도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위그선은 일반선박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시속100~500km의 고속을 낼 수 있다. 일반 항공기보다 연비가 높고 수송효율이 우수하여 미래 해송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 위그선은 물위를 날아 다니지만 선박으로 분류가 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에 관한 법규가 적용된다.

1976년 카스피해에서는 물위에 떠서 시속 550km로 항주하는 괴물체가 스파이 위성에 의해 발견되었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배가 아무리 빨라도 시속 550km를 낼수 없었기 때문에 괴물체라 불릴 만큼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는 이 물체를 '카스피해의 괴물'로 명명하였고, 이 괴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였다. 이 괴물체가 바로 러시아에서 군사목적으로 개발한 군용 위그선의 하나였다.

지면효과(Ground Effect)를 이용한 이 위그선은 1960년부터 러시아에서 군사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2인승 같은 소형으로부터 배수량 550톤급의 대형 위그선까지 10척의 위그선이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1970년대에는 배수량 550톤, 최고속도 550km/h, 850명의 병력수송이 가능한 위그선을 개발하는데 성공하였으며 이것이 바로 전술한 ‘카스피해의 괴물’이었다.

앞서말한 “지면효과”란 비행하는 날개가 지면 또는 수면에 가까워질 때 생기는 현상으로 날개 끝에서 발생하는 와류(渦流)가 지면으로 인해 작아져서 전진을 방해하는 항력이 줄어들고, 날개와 지면사이에 갇힌 공기의 압력증가로 인해서 날개를 떠받히는 양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지면효과로 양력/항력의 비가 증가되며 이것이 비행기보다 수송효율이 높아지는 원리이다.

▲러시아 orlyonok호
러시아에서 주도한 위그선은 80년대 말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군사용 위그선의 개발과 건조도 중단되었다. 이후 러시아의 기술이 서방세계로 알려지고 민수용 개발노력에 힘입어 1985년 ‘8인승 Volga-2'가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후에 'Amphistar'로 개량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호수나 강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어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는 운항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소형 위그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소형 위그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hoverwing의 개념을 도입한 제2세대 위그선 개발에 힘을 기울이는 등 위그선 상용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중국도 3개 연구팀을 두고 2개팀은 러시아의 기술을, 그리고 1개팀은 독일 기술을 활용한 독자적인 위그선 개발을 추진중에 있다. 이밖에도 호주, 일본 등의 국가에서도 상용 위그선의 개발 및 건조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위그선 정보가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이다. 1993년 과학기술부의 한·러 과학기술 교류사업을 통해 위그선의 기술정보를 축적하였다.
이후 1996년에 국내 4대조선소와 컨소시엄으로 “여객수송용 해면효과익선 개념설계 기술개발” 연구를 실시하여 20인승급 최고속도 120km/h급 소형위그선 개념을 도출한 바 있다. 이후 설계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유인시험선을 건조, 실해역 시운전을 수행하였다. 개발된 위그선은 부상높이가 0.2m정도이며, 유의파고 0.3m이하에서 운항이 가능했다. 따라서 바다에서는 어렵지만 강, 호수같은 내해에서는 운항이 가능하다고 판단되었으나 수요가 없어 개발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최근 20인승급 이하 소형 위그선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개발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20인승 위그선이 상용화될 경우 민간분야에서 해상구난선, 정기 여객선, 세관 감시정, 병원선, 해상관측 및 탐사지원선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군수분야에서는 초고속 군수물자 수송이 가능하고, 탐색 및 구조작전시 기동성이 뛰어난 위그선 확보로 해상 방위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그선의 민수화 장애 요인인 파랑중 이착수 성능 개선으로 차세대 해송 시스템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차세대 해송시스템의 세계적 입지 확보 및 미래의 초고속 선박인 위그선 시장을 선점하고 초고속선의 수입대체 및 수출로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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