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0 10:49

일본 유류오염손해 배상제도 개편

화물선 보험가입 의무화, 유류오염피해자에 폭 넓은 보호조치 도입


2002년 11월 스페인 연안에서 발생한 프레스티지호 침몰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선박안전과 해양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최근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국제협약을 수용하고 화물선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유류오염 피해자에 대한 폭 넓은 보호조치를 도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일본 참의원은 지난 4월 13일 해운보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데 이어 ‘해양오염 및 해상재해의 방지에 관한 법률’과 ‘선박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을 개정하여 해양환경보호에 관한 선사의 책임 등을 크게 강화했다.
이 같은 법률은 최근 국제적으로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해상 테러리즘의 예방과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강화, 선박의 운항으로 야기되는 지구 온난화 문제 등에 대처하는 일본의 정책적 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해운보안에 관한 법률은 오는 7월 1일부터 국제적으로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상인명안전협약(SOLAR 협약)의 개정안과 국제선박 및 항만시설 보안규칙(ISPS Code)을 일본에서 시행하는데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법률 체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많다고 KMI가 전했다.
또 해양오염 및 해상재해의 방지에 관한 법률의 개정은 IMO가 1997년에 제정한 선박대기오염물질 배출규제 협약을 일본이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이 협약을 비준한 국가가 13개국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가입을 약속한 사이프러스와 일본이 이 협약을 비준하는 경우 발효요건 15개국을 충족하게 되는 점에서 일본이 이에 필요한 입법절차를 완료한 것은 협약의 조기 발효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앞의 두 가지 법률이 전적으로 국제협약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는 반면, 선박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의 개정은 기존의 국제협약 수용은 물론 최근 일본 조야를 중심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선박에 의한 유류오염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법률을 개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북한 화물선으로 인한 일본연안의 오염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그 동안의 입법과정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근 외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며, 일본 연안 지자체의 경우 지난 2~3년 사이에 북한 화물선 등의 침몰이나 좌초 사고로 크게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 11월 일본 서쪽 해안에서 좌초된 화물선 종려(Chong Ryu) 2호 사고와 칠성호 침몰사고 등으로 관할 지자체가 방제작업비는 물론 선박을 인양하는 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사고를 일으킨 선박의 대부분이 만경봉호 입항 등으로 일본과 관계가 껄끄러운 북한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정계는 물론 여론까지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 국토교통성은 기존 법률을 개정하여 재발방지에 나섰다.

100톤 이상 화물선 보험의무화

일본은 이에 대처하는 방안의 하나로 이미 시행하고 있던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을 선박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으로 개정했다. 법률의 명칭을 ‘선박…’으로 바꿈에 따라 적용범위가 우선 달라졌다. 기존의 법률은 오로지 유조선에 실려 있는 화물유인 기름과 그 같은 유조선에서 사용되는 연료유의 유출이나 배출로 인한 오염사고에 대해 적용되었다. 이에 반해 새로 바꾼 법률은 제목에 나타난 바와 같이 유조선을 포함한 선박으로 인한 유류오염사고에 대해 적용한다.
다만, 한 가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법률의 적용범위가 확대됐음에도 오염사고에 대한 배상은 일반선박(화물선)의 연료유로 인한 유류오염과 그 같은 선박의 침몰이나 좌초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개정 법률은 제4조의 2와 제2조제5호에서 이 같은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즉 개정법률 제4조의 2에서는 일반선박에 대해 “여객 또는 산적 상태로 유류 이외의 화물 기타 물품을 해상으로 운송하는 선주류(船舟類)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이 법률은 배상대상이 되는 손해에 대해서도 “일반선박이 유출하거나 배출한 연료유로 인한 오염으로 일본의 영역 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입은 손해”라고 적시하면서 선사가 배상해야 하는 손해의 범위를 ▲일반선박의 연료유 오염사고 등으로 생긴 손해, ▲일반선박이 좌초, 침몰, 기타 사유로 일본의 영역 내에 방치된 경우에 당해 선박의 소유자 등이 항만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그 선박을 철거하거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는데 따라 생기는 손해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항은 이 법률을 개정하는 목적의 하나가 일반선박의 연료유로 인한 사고와 화물선의 침몰, 좌초 등으로 인한 손해를 전보하는데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법률에서 유심히 살펴봐야하는 점은 적용대상이 되는 선박의 톤수를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100톤 이상의 선박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법률이 “화물로 산적 유류를 2천톤 이상 적재하는 유조선”에 적용되는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으며 선박의 국적 또한 일본선박뿐 아니라 외국선박에 대해서도 적용하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일본은 특히 선사의 손해배상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이 같은 선박에 대해 책임보험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앞의 예에서 본 바와 같이 자국 연안에서 사고를 일으키는 외국선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손해를 배상하는데 필요한 보험이나 재정보증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을 개정하여 적용대상을 100톤 이상의 화물선으로 확대한다고 한들 보험가입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입항 전에 보험가입 여부 검사

그런데 일본은 이에 그치지 않고 법률을 개정하면서 몇 가지 선박의 통제장치도 아울러 도입했다. 일본 선박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법을 살펴보면 몇 가지 규제조치를 강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입항하고자 하는 선박에 대한 정보보고 의무와 보장계약체결 증명서의 비치, 입항한 선박에 대한 승선점검, 위반한 선박에 대한 입·출항 금지와 시정권고명령, 벌금 부과 등이 그것이다.
첫째, 일본 이외의 항만에서 일본의 항만(특수지역을 포함한다)으로 입항하고자 하는 선박은 국토교통성 장관이 정하는 규정에 따라 당해 선박의 명칭(선명), 선적항과 그 선박이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계약이나 일반선박 유류오염손해배상보장계약(이하 보장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와 함께 기타 국토교통성령이 정하는 사항을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통보한 보장계약에 관한 정보가 변경된 때에도 같은 절차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법률은 선장 등이 통보한 보장계약에 관한 정보가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선박을 방문하여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 관계 공무원이 확인하거나 질문할 수 있는 사항은 보장계약체결 증명서나 이를 갈음할 수 있는 문서의 진위여부와 선박에 그 같은 서류를 비치하고 있는지 여부 등으로 한정한다고 법률은 명시하고 있다.
둘째, 이 같은 절차를 거친 결과 해당선박이 법률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재조치가 뒤따른다는 점이다. 우선 이 법률은 선장의 보고 또는 승선검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선박이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때에는 선장이나 선박의 소유자 등에게 보장계약의 체결이나 기타 위반사실에 대한 시정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경우 법률은 국토교통성 장관에 대해 당해 선박이 시정조치를 이행하고 있는 기간 동안 항행의 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법률은 선장 등이 허위의 사실을 보고하거나 보장계약증명서를 위조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일정한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여 간접적으로 이행을 강제하고 있다.
일본의 이런 입법동향은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고 KMI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같은 유류오염손해 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선박오염사고 유형 역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내선박보다는 국제기준에 미달하는 외국선박에 의한 사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기존 법률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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