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1-15 09:50
강현구 감만부두공용관리(주) 이사/소장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부두운영협의회 간사위원
부산항은 역사적으로 구한말 갑오경장 이후 인천과 더불어 외국문물이 왕래한 우리나라 최대의 관문으로서 국제항으로 대외 개방을 한지 100년이 넘는 현재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대ㆍ최고 항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 제국시대 초기에 대륙침략의 전초기지로 병력과 물자이동의 관문이 되어 아주 기초적인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설치됐고 태평양전쟁, 만주전쟁시에는 대량의 약탈물자의 반출입과 병력이동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또 6.25 한국전쟁동안은 최후의 피난지로 전국의 피난민이 모였던 곳이기도 하며 유엔군이 상륙하면서 대량의 전쟁물자와 병기, 병력이 이곳 부산항을 통해 반출입됐다. 이로 인해 항구의 확충과 대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고 항구도 여러 기능을 갖추고 발전하게 됐다.
50년대 초 한국전쟁이 휴전되고 난 후 많은 외국의 원조식량, 소비재 등 원조물자들이 지금의 북항(1, 2, 3, 4, 중앙부두)을 중심으로 하역이 이뤄졌고, 이에 따라 부두 주변에 많은 창고업(하역/보관)이 발달했으며, 이때부터 부산항의 기능은 다기능화되면서 급속히 발전하게 됐다.
6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별로 크지는 않았지만 월남파병 물자와 병력이 내왕하면서 대량물류수송과 기능별 항구 구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때부터 북항은 상항으로서, 남항은 어항으로서 기능분할이 됐다. 그리고 영도 북측 해안을 중심으로 선박서비스업(조선업, 수리업, 선용품)이 발전하게 됐으며 이 시기 대량물류수송을 위한 개발부두 계획이 입안됐다.
70년대 초반부터 부두개발을 시작한 1단계 부산항 개발사업으로 70년대 후반에 준공한 국제여객전용부두가 1부두에 조성되면서 3, 4, 중앙부두 주변의 창고가 정비되고 부두전용도로가 구축됐으며, 5부두에 양곡전용부두, 컨테이너전용부두, 7부두에는 석탄부두, 고철부두로 하역 기능별 전용부두가 조성됐다.
이때부터 항만법 등 항만관계법령이 정비돼 실체적이고 현대화된 항만관리가 시작됐으며 수출중심의 국가경제 개발에 발맞춰 부산항 2단계 개발사업으로 6부두(‘컨’ 전용부두)가 조성되고, 부산항 3단계 개발사업으로 신선대컨테이너부두와 감천부두가 만들어졌으며, 부산항 4단계 개발사업으로 감만컨테이너부두와 신감만컨테이너부두가 조성됐다.
70년대부터 수출중심의 국가경제는 물류의 원활한 소통과 저렴한 물류 비용을 요구하게 됐고 급속한 산업화는 대량 물류수송의 조작, 보관, 처리능력을 요구케 되어 이때부터 정부는 부산항을 컨테이너부두를 중심으로 급속히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어느 항구보다 우수한 천연양항의 조건(수심이 깊고 간만의 차이가 별로 없으며 영도가 태평양의 파도를 막고 있는)을 갖추고 있는 부산항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동안 물류수송 인프라구축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또 70년대 이후 중앙정부 주도의 항구개발로 부두운영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전용부두로 개발한 5부두는 78년 부산컨테이너부두운영공사라는 비영리 사단법인체로 발족해 중앙정부 산하단체로써 그 기능을 수행해 왔는데 비용적인 측면이나 관리적인 측면은 비효율적인 면이 많았다. 그다음 91년에 개장한 신선대컨테이너터미널은 최초의 주식회사로 발족했으나 정부가 최대주주(25%)로 참여해 부산컨테이너부두운영공사보다는 약간 개선된 형태의 부두운영공사에 머물고 말았다.
부두운영에서의 변화는 90년대말 감만컨테이너부두가 개장되면서 급속히 진행됐다. 같은 시설조건에서도 물류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것과 시장경제논리를 지키는 책임경영 구현이 그 핵심이라 할 것이다. 감만컨테이너부두는 민간기업이 시장경제를 지키면서 경영한 결과 처리물량면, 부가가치창출면, 생산성면 등 모든 면에서 기존의 ‘컨’부두운영사를 앞섰다. 정부 주도로 부두운영을 했을 때 부두운영사가 당연히 부담했던 여러 비용에 대해 현재의 부두운영 민간기업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역할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절대 부족해 원자재를 수입ㆍ가공ㆍ제조해 그것을 다시 수출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이 우리경제를 지탱하는 지식형 수출중심 경제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부산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항만은 도로나 공항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을 투자한 시설로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가 매우 큰 국가기간산업시설이며 국가중요시설이기도 하다.
첫째 기능적인 면으로는 금전적으로 산출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전년도 우리 국민은 화물연대 파업(운송거부)을 겪었다. 화물차에 의해 항만이 봉쇄되면서 우리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대외신인도 문제, 수출지연에 따른 클레임, 수출중소기업 도산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와 같이 그 기능은 국가경제에서 두말할 나위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둘째 비용적인 면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물류비는 제조품의 원가비용에 포함된다. 수출입 물품의 원가절감은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 부산항에서 취급한 컨테이너의 약 40%가 환적화물로 저렴한 물류비인 경우에는 더욱 많은 환적화물을 유치해 외화획득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부산항 「컨」 관리 및 운영 변천사
70년대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수출중심형으로 만들고 부산항을 그에 수반되는 대량물류수송을 대비한 항만으로 개발하면서부터 부산항의 체계적 관리와 운영에 직접 관여하게 됐다.
60년대 이전은 세관에서 밀수방지 역할이 항만을 관리하는 것만으로 여겨왔으나 화물의 보관, 관리, 화물의 집화기능, 시설경비, 보안, 하역노무자 관리, 하역요율 결정, 장기적 수요예측에 의한 항만건설 등도 70년대 항만법, 항만관계법 등의 정비로 체계화됐다. 이때부터 부산항부두관리협회, 부산항만하역협회 등이 만들어져 정부가 해야할 여러 업무를 대행하기도 하고 업체의 여러 공통업무를 맡아서 했다.
그 후 항만의 수출입화물은 물류체계 변화에 의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컨테이너화 돼 갔으며 그에 맞춰 정부는 항만개발을 컨테이너부두 확충에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현재는 원목, 석재, 철강, 원유, 석탄, 양곡을 제외하고는 거의 물류전체가 컨테이너화된 실정이다. 이런 변화는 항만의 고용변화를 초래했고 부두별 운영회사를 만들게 했으며, 기계화된 장비와 전산화된 물류정보시스템화를 촉진시켰다. 또 이런 변화들은 대량물류수송을 가능케 했다.
따라서 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물류체계의 변화는 부두운영의 많은 요소를 변하게 했고 현재도 항만 및 해운 전문가들은 보다 나은 현대화된 장비와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물류정보를 통해 대량물류수송과 값싼 물류수송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런 물류체계 변화는 항만기능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두 운영도 변화시키고 있었다. 초기에는 정부가 부두운영을 주도했으나 운영전담회사가 설립되면서 민간주도 운영회사로 변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보다 저렴한 양질의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쟁의 관계에서만이 발전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컨테이너 전용부두 전체를 민영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항만 운영의 여건은 30여년동안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나 관리적 제도형태의 변화는 미진한 실정이다. 그래서 운영회사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바란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대외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취급실적은 전년도 세계 3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그것은 중국의 상해항과 선전항의 급속한 성장 때문이다. 물론 화물연대의 파업(운송거부)과 태풍 ‘매미’의 내습으로 하역시설의 파괴와 그에 따른 부산항의 대외신인도 하락 등도 영향을 미쳤다.
부산항이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첫째, 값싸고 양질의 하역서비스가 선사에 제공돼야 하고 홍보가 잘돼야 할 것이다. 둘째, 운영회사에게 준조세와 유사한 부담을 제도적 개선을 통해 줄여줘야 한다. 셋째, 부두시설 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해 과감한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 넷째 운영회사의 운영형태 개선을 위해 제도적, 법률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운영회사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창구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BPA의 재정을 위해 항만부대 연계사업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고 BPA로 인한 부두운영사의 추가부담은 없어야 한다. 운영사의 추가부담은 하역요율 인상을 초래할 것이며 그것은 부산항의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렇게 부산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가 경쟁력을 갖췄을 때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허브항으로서의 기능을 다 할 것이고, 항만이 건전한 발전을 기할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항만은 수익성과 공익성 양측을 함께 발전시켜야만이 본래의 기능과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이 공익성과 수익성은 서로 상반된 내용일 수 있지만 BPA에서는 ‘컨’부두운영사의 의견을 진지하고 겸허하게 경청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때 부산항은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이루는 대외 경쟁력이 강화된 물류허브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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