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09 11:33
조선, 올 한해 수주-건조-수출실적 사상 최고
수주-건조-수출실적 사상 최고..호황구가
노사분규로 몸살..한-EU 분쟁결과 `촉각'
(서울=연합뉴스) 올해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 수주의 역사를 다시 쓰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말부터 계속된 발주물량 증가세로 일치감찌 올 한해 수주 실적을 달성했고 건조와 수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워낙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진 탓에 내년에는 수주량이 올해보다는 밑돌 것으로 예상되나 호황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 한-EU 분쟁에 대한 WTO 제소 판정결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편 두산중공업과 한진중공업 등 일부 중공업체는 노조간부 자살 사건 등으로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는 등 업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다.
◆사상 최대 `수주풍년' = 올 3분기 누적 선박 수주액은 382척, 1천319만CGT(보정총t수)로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2000년도 연간 실적(1천40만CGT)을 크게 뛰어넘으며 기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빅3'가 이미 수주 목표를 크게 뛰어넘은 것은 물론이고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신아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중견업체들은 7월말 이전에 목표를 조기달성했다.
4분기도 수주가 꾸준히 이어져 올 전체 실적은 1천600만CGT 수준으로 예상된다.
특히 컨테이너선 수주량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8천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주가 눈에 띄게 증가, 수익성 증대도 두드러졌다.
호황기였던 2000년 수주물량이 건조로 이어지면서 건조량과 수출량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가 올들어 `수주 대박'을 터뜨리게 된 것은 지난해 말 발생한 스페인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침몰사건 이후 발주량 회복 효과가 가시화됐기 때문으로 EU와 IMO(국제해사기구) 등의 단일선체 유조선 규제 강화로 유조선 시장을 중심으로 발주가 끊임없이 이어져 나왔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부진세를 면치 못했던 선가가 올들어 조금씩 회복세에 접어든데 이어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도 `겹경사'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부문의 부실과 수주부진으로 전체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 `옥에 티'로 남기도 했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자사주를 기존에 전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던 현대미포조선에 매각,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자회사)-현대미포조선(손자회사)간 순환출자구조를 조성한데 이어 자사주 비중을 30%대에서 15%대로 대폭 낮추는 등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의 토대를 닦았다.
◆내년도 호황 계속..한-EU 분쟁 결과 주목 = 올해 워낙 발주물량이 폭증한만큼 내년 국내 업계의 수주량은 올해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나 업계가 기대하는 예상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호황 지속에 더해 중국이 전세계의 생산거점으로 부상하면서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선 발주가 줄줄이 예고돼 있고 컨테이너선의 초대형화도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업계에서는 적지않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미 3년치 이상의 넉넉한 물량을 확보한 만큼 고수익 위주의 선별 수주에 주력,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더 내실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환율면에서 부담을 안아야 하고 포스코가 내년초부터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등 원자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데다 선가가 바닥에 있던 2001년 테러 이후 수주물량이 내년 매출분에 본격 반영되는 점 등은 수익성 면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WTO협정에 위배되는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며 EU가 지난해 10월 국내 조선업계로 상대로 제소하면서 촉발된 한-EU 조선분쟁에 대한 WTO의 판정결과가 내년 상반기 나올 전망이어서 업계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제재조치가 가해질 경우 영업 및 수출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어 결과에 따라 핵폭풍급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한진중 노사분규 `몸살' = 일부 중공업체가 노조 간부의 죽음으로 촉발된 노사분규 장기화로 몸살을 앓으면서 사회적 이슈로 확산됐던 것도 올 한해 조선.중공업계 일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회사측의 임단협 일방해지로 무단협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상황까지 맞은 후 지난 1월9일 노조 대의원 배달호씨의 분신 사망 사고로 노사갈등 이 본격화돼 노조의 사측 부당행위 문건폭로, 사측의 고소고발, 노동부의 특별조사 착수 등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 3월 12일 노동부장관의 직권 중재로 타결됐다.
노사가 기싸움과 소모전을 반복하는 사이 극심한 수주 부진과 대외신인도 하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노사분규의 후유증으로 회사가 하반기 사무직.생산직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또한차례 진통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임단협이 불발되면서 시작된 한진중공업의 노사분규도 129일째 단신 고공 농성을 벌여오던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지난 10월 17일 목숨을 끊으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노사는 극한 대립으로 맞서다 거의 한달만인 11월 14일 임단협에 극적 합의, 17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갔지만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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