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24 10:55

유럽연합,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규제 착수

특정지역 일방도입에 해운업 건전발전 저해 우려도

지난해 11월 스페인 연안에서 발생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 침몰사고 이후 여러가지 선박안전 및 해양환경 보호조치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지난 7월 입법 예고한 바 있는 단일선체 유조선으 운항규제제도를 10월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최근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프레스티지호나 에리카호 유류오엄사고가 선령이 오래된 단일선체 유조선에 의해 야기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같은 선종에 해당되는 유조선의 조기 퇴출은 물론 선박연료유와 같은 중질유의 역내 운송도 금지했다.
또 유럽연합은 선령이 15년 이상된 모든 단일선체 유조선은 디자인과 관계없이 반드시 상태평가검사를 받도록 하는 한편 선박 연료유를 많이 싣고 다니는 컨테이너선의 연료탱크를 이중 선체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의 이같은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규제조치는 최근들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해양오염사고에 대응한 자구조치로 인식되고 있으나 특정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한 제도라는 점에서 해운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KMI에 따르면 EU의 단일선체 유조선 규제조치는 조기퇴출과 중질유 운송금지가 핵심이다. 즉, 일정한 선령도 도달한 선박에 대해서는 기존의 계획과 관계없이 조기에 퇴역시키고 환경적으로 위해한 중질유 이중선체 유조선에 맡기겠다는 것이 규제의 기본골격이다.
EU관보에 게시된 사항을 중심으로 단일선체 유조선등의 규제조치를 살펴보면 먼저 건조된 지 오래된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금지 일정이 앞당겨졌다. EU는 본래 국제해사기구의 선박해양오염방??협약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카테고리1에 속하는 선박은 오는 2007년부터, 그리고 카테고리 2 및 3에 해당하는 선박은 2015년까지 연차적으로 폐선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EU 규칙에서는 이같은 일정이 기본적으로 2년에서 5년까지 단축됐다. 또 각 카테고리 선박에 대한 최고 운항가능 선령 기준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카테고리 1의 선박 가운데 1980년이전에 인도된 유조선은 2003년에 퇴출되고 1982년이후에 인도된 선박은 2005년에는 모두 퇴출되도록 돼 있다. 아울러 카테고리 2 및 3의 단일선체 유조선 역시 운항금지 일정이 당초보다 5년 앞당겨지고 선령제한도 28년으로 묶이게 됐다. 따라서 1975년이전에 인도된 선박은 금년부터 되출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는 역내항로에서 모든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이 금지된다. 다만 EU는 이같은 운항규제조치를 도입하면서 예외적으로 유류를 수홍하는데 이용되지 않는 카테고리 2 및 3의 선박의 경우 2015년까지 또는 선령이 25년에 도달할 때까지 운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U는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금지에 그치지 않고 이같은 선박에 대해선 선박 연료유와 같은 중질유의 운송자체도 금지했다. 반대로 말하면 환경적으로 위해한 유류에 대해선 이중선체 유조선만으로만 수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EU 규칙에 의해 운송이 금지되는 유류는 선박연료유와 중질원유, 역청 및 타르 등 대체적으로 점도가 높아 오염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쉽게 증발하지 않는 기름 등이다. 이런 물질이 사고로 바다에 유입되게 되면 프레스티지호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해양생태계와 연안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운송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EU의 입장이다.
한편 EU는 이같은 규제조치를 시행하면서 단일선체 유조선의 선체구조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도 아울러 도입했다. 이른바 선박상태검사제도가 그것이다. 이 제도는 본래 2001년 4월 IMO 결의서로 채택된 것ㅇ르ㅗ 이 검사에 합격한 단일선체 유조선은 협약에 규정돼 있는 운항금지 일정과 관계없이 계속 운항이 허용된다. 선박상태검사제도는 단일선체 유조선의 선체구조의 취약성 여부와 그 선박이 정기적인 검사는 받았는지, 또는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그 선박이 향후에 별이상없이 항해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제도이다.
EU는 이같은 선박상태검사대상을 크게 강화했다. 즉 IMO의 결의에 따르면 카테고리 1의 선박은 2005년이후 그리고 카테고리 2의 선박은 2010년이후까지 계속 운항하고자 하는 선박에 대해서만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카테고리 3의 선박은 이 검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EU는 운항의 계속 여부나 선박의 카테고리와 관계없이 선령이 15년이상 된 모든 단일선체 유조선은 반드시 이 검사를 받도록 했다. 2005년이후에 운항하는 선령 15년이상의 단일선체 유조선은 선박상태검사제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역내항로의 입출항이 금지된다.
이밖에도 EU는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한 유조선 안전대책도 내놓았는데, 발트해 운항선박에 대한 안전요건 강화가 그것이다. 이 규칙에서 EU는 발트해 지역의 유류운송이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어 이로인한 해양환경 훼손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같은 위협은 겨울철에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이 화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EU는 이 지역을 입출항하는 단일선체 유조선을 포함한 모든 유조선에 대해 떠 다니는 겨울 혹한기에 견딜 수 있는 선체구조와 별도의 추진기관을 설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한편 EU는 유조선 뿐만아니라 컨테이너 선박에 대해서도 일정한 유류오염 방지시설을 도입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연료탱크의 이중격벽설치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EU가 이같은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대형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대량의 선박 연료유를 적재하고 다니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면 소형 유조선보다 더욱 위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새로 건조되는 컨테이너선에 대해 연료탱크를 이중격벽으로 만들도록 하는 제안서를 의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EU의 규제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가장 당혹에 하는 것은 국제해사기구이다. IMO는 프레스티지호 사고이후 EU에서 단일선체 유조선 뿐만아니라 해양오염사고를 일으킨 선박 소유자와 선장등을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국제적인 다자 틀에서 선박안전 등에 관한 규제조치를 도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지역적인 차원에서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역차원의 규제조치 도입은 국제협약의 통일성을 저해하고 다른지역에서의 또다른 규제를 불러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IMO의 오닐 사무총장은 지난 7월 EU의 교통?환경위원회 파라치오 위원장을 만나 모든 선박안전에 대한 규제는 IMO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EU역시 이같은 의견에 동조한 바 있다. 이러한 일이 있은 이후 EU는 IMO에 단일선체 유조선의 운항규제를 핵심으로 하는 MARPOL 협약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협약 개정안에 대한 1차 심의를 이미 끝냈다. IMO는 이 협약개정안을 올 12월초 해양환경보호위원회 특별회의에서 확정짓는다는 내부방침을 정한 바 있다.
사안의 시급성과 EU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협약개정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종결한다는 것이 IMO의 기본방침인 것이다.
그동안의 사정이 이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EU에서 단일선체 유조선에 대한 운항금라는 강수를 두고 나오자 IMO는 지난 10월 이례적으로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 EU의 처사를 강력하게 비핀하고 나섰다. 선박안전 및 보안, 환경에 관한 기준을 지역적인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하는 경우 해운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특히 IMO는 두가지 이유를 들어 EU를 반박하고 이??. 첫째, EU 역내에서 유조선 에리카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 IMO에서 만족할 만한 선박안전조치를 강구했는데도 이번 프레스티지호 사고와 관련한 EU대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자간 기구인 IMO를 배제했다는 점과 둘째, 단일선체 유조선의 조기 운항금지조치 등을 포함한 프레스티지호 사고와 관련된 환경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합의했고 12월에 특별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이미 공지를 했음에도 EU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해 IMO는 서운하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IMO의 처지와 관계없이 EU는 이같은 규제조치를 인접국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에 EU에 가입할 예정인 10개 예비 회원국에 대해 이를 시행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으며 최근들어 석유 수출을 늘리고 있는 러시아는 물론 지중해 국가와 양자협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EU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ㅈ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협약 개정안을 IMO에 제출했음에도 인접국가와 이같은 양자협약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IMO의 새로운 협약 개정안이 올 12월에 채택된다 하더라도 2005년 봄이 돼서야 시행되므로 그 기간동안의 시간상의 공백을 메울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의 하나는 단일선체 유조선 규제방안이 EU에서 당초 IMO에 제안한 내용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U의 MARPOL협약 개정안이 IMO에 제출된 이후 그 내용에 대해 그리스, 한국 및 일본, 그리고 국제독립유조선주협회등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특히 단일선체 유조???의 조기 폐선은 2010년을 전후로 유조선의 공급부족을 초래해 건조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고 더 나아가 전세계 석유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EU의 단일선체 유조선 운항규제규칙이 EU에 선적을 두고 있는 유조선 뿐아니라 비EU 선적국의 선박에도 적용되기는 하지만 당장 우리나라 단일선체 유조선이 이 지역에 운항하지 않는 이상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오는 12월에 IMO에서 확정되는 MARPOL협약 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국내 유조선업계와 조선업계 등의 명암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판단되낟. 특히 6백톤(DWT)이상의 유조선까지 이 협약을 확대 적용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경우 소형유조선업계(600~5천DWT급)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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