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20 10:44

한.일 FTA 협상 본격화되나

(서울=연합뉴스) 한.일 정상이 20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올해 안에 교섭에 들어가기로 합의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양국간 FTA 체결 노력에 한층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두 정상은 또 사회보장협정 타결을 공식 선언하고 비자면제 및 김포-하네다 셔틀항공편 운항 등도 논의할 것으로 보여 양국간 교역뿐 아니라 기업인 왕래 등 비즈니스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FTA 체결 어떤 효과있나 = 두나라 사이에 FTA가 맺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한국의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만 비경합 산업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게 지금까지 나온 한.일 FTA에 대한 연구결과의 결론이다.
섬유,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반면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 기계, 전자 등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
FTA가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면 자동차의 경우 현행 완성차 관세가 한국이 8%, 일본은 무관세여서 관세철폐는 일본 차의 한국수출 증대를 가속화시키겠지만 한국 차의 대일 수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철폐 이후 이미 도요타 등 일부 일본 완성차의 한국시장 진 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세철폐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한꺼번에 수입이 급 증하지는 않겠지만, 관세를 한꺼번에 없애면 일본차 수입이 급증해 향후 10년내 한국의 수입차 시장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 분야의 경우 현재 일본의 일반기계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거의 제로 수준인데다 별다른 비관세장벽도 없어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따른 국산제품의 대일 수출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반면 한국의 관세율은 7.5%로 기종에 따라서는 대일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자분야는 한국의 대 일본제품 관세율이 8.0%, 일본의 한국제품 실행관세율은 0.8%에 그쳐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 면에서 일본 쪽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양국간 경합분야의 경우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이 우려되고 있는 컴퓨터 완제품 은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브랜드 문제와 제3국과의 경쟁으로, 통신기기는 규격차이 및 기술장벽 등으로 대일 수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는 정보기술협정(ITA) 등으로 관세가 폐지된 품목이 전체의 60%인데다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비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재료의 특화구조가 굳어지고 있어 관세철폐가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전망이다.
두 나라는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오는 2004-2005년 FTA 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협상이 양국 정부 뜻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전자 등 한.일 FTA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일 FTA에 따른 국내 산업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려면 기술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 일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일본 및 제3시장 개척이 필요하며, 생산성 향상과 신규 무역창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일 FTA 어떻게 추진돼 왔나 = 한.일 FTA는 98년 11월 양국 통상장관들이 민간공동연 구에 합의하고 다음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일본 아세아경제연구소가 연구 에 착수함으로써 시동이 걸렸다.
2000년 4월 공동연구가 끝나고 양국은 같은해 5월 FTA 심포지엄을 거쳐 9월에 두나라 정상이 `한.일 FTA 비즈니스 포럼' 설치에 합의했다.
2001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쳐 비즈니스 포럼 합동회의가 서울과 도쿄에서 번 갈아 열렸고, 2002년 3월에는 양국이 산관학 공동연구회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양국 간 FTA가 민간 차원에서 정부간 협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놓이게 됐다.
이후 이달초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열려 FTA 효과와 추진 방안 등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총정리한 최종보고서가 나왔 다.
공동연구회는 "양국간 FTA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악화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 대일수지 개선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만간 정부협상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두나라 가운데 FTA 체결에 더 적극적인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이 이미 작년말부터 "산관학 공동연구를 빨리 끝내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해온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정부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대일 무역수지와 업계의 반발 등을 감안해 겉으로는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오래 전에 일본과의 FTA 협상을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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