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13 18:22

한.일 FTA협상 연내개시 의미와 전망

(서울=연합뉴스) 한.일 정상이 이달 하순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2005년 체결을 목표로 올해 안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양국간 FTA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싱가포르도 방문, FTA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한.싱, 한.아세안 등 다른 나라와의 FTA 추진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FTA 추진경과 = 한.일 FTA는 98년 11월 양국 통상장관들이 민간공동연 구에 합의하고 다음 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일본 아세아경제연구소가 연구에 착수함으로써 시동에 들어갔다.
2000년 4월 공동연구가 끝나고 양국은 같은해 5월 FTA 심포지엄을 거쳐 9월에 두나라 정상이 `한.일 FTA 비즈니스 포럼' 설치에 합의했다.
2001년과 2002년 두차례에 걸쳐 비즈니스 포럼 합동회의가 서울과 도쿄에서 번갈아 열렸고, 2002년 3월에는 양국이 산관학 공동연구회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양국간 FTA가 민간 차원에서 정부간 협상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게 됐다.
이후 이달초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열려 FTA 효과와 추진방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총정리한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공동연구회는 양국간 FTA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악화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 대일수지 개선효과를 낳을 것으로 결론내리고 조만간 정부협상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한.일 두나라 중 FTA 체결에 더 적극적인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이미 작년말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산관학 공동연구를 빨리 끝내고 협상을 시작하자"는 제안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대일 무역수지와 업계의 반발 등을 감안해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지만 내부적으로는 일본과의 FTA 협상에 가급적 빨리 착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FTA 효과 및 전망 = 한.일 FTA가 맺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국내 산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반면 다른 산업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다.
즉, 섬유,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출증대가 기대되는 반면, 자동차, 기계, 전자 등에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
FTA가 주요 산업에 미칠 영향을 보면 자동차의 경우 현행 완성차 관세가 한국이 8%, 일본은 무관세여서 관세철폐는 일본 차의 한국수출 증대를 가속화시키는 반면 한국 차의 대일 수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철폐 이후 이미 도요타 등 일부 일본 완성차의 한국시장 진출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어 관세철폐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면 한꺼번에 수입이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관세를 일거에 철폐할 경우 일본차 수입이 급증해 향후 10년내 한국의 수입차 시장구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계 분야도 현재 일본의 일반기계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거의 제로 수준이며 별다른 비관세장벽도 없어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따른 국산제품의 대일수출 효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관세율은 7.5%로 기종에 따라서는 대일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자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일본제품 관세율은 8.0%, 일본의 한국제품 실행관세율은 0.8%에 그쳐 관세철폐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는 일본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양국간 경합분야에서는 무차별적인 가격경쟁이 우려되고 있는 컴퓨터 완제품의 경우, 관세가 없어지더라도 브랜드 문제와 제3국과의 경쟁으로, 통신기기는 규격 차이 및 기술장벽 등으로 대일 수출에 한계가 있다.
반도체의 경우 정보기술협정(ITA) 등으로 관세가 폐지된 품목이 60%인데다 한국은 메모리, 일본은 비메모리와 반도체 장비, 재료의 특화구조 고착으로 관세철폐가 양국 교역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간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전자 등을 중심으로 국내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일 FTA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 일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일본 및 제3시장 개척이 필요하며, 생산성 향상과 신규 무역창출에도 힘을 써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했다.
◆한.싱, 한.아세안 FTA = 한.싱가포르 산관학 공동연구회도 이달초 최종보고서를 내고 활동을 모두 마쳐 사실상 정부간 협상단계로 들어섰다.
한.싱 공동연구회도 한.일 연구회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보고서에 담았다.
공동연구회는 양국간 FTA 체결이 상품 및 서비스 무역 확대, 투자증진,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한국의 동남아 진출과 싱가포르의 동북아 진출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동아시아 무역자유화 및 경제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비관세장벽도 없애되 농수산업 등 한국의 민감산업을 특별히 고려하고, 제3국으로부터의 우회수입을 막을 수 있도록 적절한 원산지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른 시일 안에 FTA 협상을 시작해 `합리적 단기간'에 폭넓은 범위의 자유화와 협력사업을 포함하는 협정을 체결할 것을 건의했다.
정부는 싱가포르와도 올해 안에 협상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아세안과의 FTA도 적극 추진할 계획 이어서 `동시 다발적인' FTA 추진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제 통상무대에서 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일본과의 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아세안, 멕시코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과의 FTA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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