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30 11:47
“운임·용선료·물동량” 해운업계 호황 견인역할 톡톡히
원양항로ㆍ부정기 황금시대 구가… ‘대박’ 러시 연말까지 전망
일부 근해항로ㆍ포워더 공급과잉속 힘겨운 집화경쟁 ‘진땀’
북미, 구주, 호주 등 원양 정기컨테이너항로가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업종별, 항로별 시황이 호황과 불황이란 양극화현상을 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의 빈익빈부익부현상으로 불려지는 현재의 호ㆍ불황 상황은 각각의 해운업체들에게 운임인상ㆍ덤핑이란 문제와 맞물려 민감한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기선 항로 경우 한일항로와 동남아항로 등의 근해항로를 제외한 북미, 유럽, 호주항로는 대표적인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항로로 선복부족에 따라 하주들이 선복잡기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이들 항로 취항선사들은 IMF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던 운임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선사측의 운임인상노력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또 악재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던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됐으며, 사상초유의 물류대란마저 해양부를 비롯한 정부의 발빠른 대응으로 조속한 타결이 이뤄졌고 물류대란의 영향이 하주-선사간의 갑을 관계를 역전시킴으로써 이들 항로의 승승장구에 한동안 제동을 걸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들의 활황은 선복감축과 물량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결과로 분석되는데, 지난해 미 서부항만 노무자들의 집단 파업으로 선사들의 스케줄에 변동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런 선복감축이 이뤄졌다. 반면 세계의 생산기지로 부상한 중국화물과 동남아지역 화물은 큰 폭으로 증가, 매 서비스마다 만선을 기록하는 등 이들의 황금시대는 당분간 계속 되리란 것이 업계측의 공통된 평가다.
북미ㆍ구주ㆍ호주 최대호황 지속
이와 같은 각종 호재에 따른 호황기 구가로 이들의 운임회복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북미항로 취항선사들은 5월 1일부터 미서안, 미 동안 등 모든 해상운송 화물에 대해 TEU(20피트 컨테이너)당 525달러, FEU(40피트 컨테이너)당 7백달러를 각각 인상한다고 하주측에 통보했다. 또 미 내륙운송화물(MLB, IPI)에 대해선 20피트 675달러, 40피트 9백달러를 각각 인상했다. 구주운임동맹인 FEFC는 물량이 호조를 보이자 지난 4월 1일부터 20피트 컨테이너당 150달러, 40피트 컨테이너당 3백달러씩 운임을 인상해 실효를 거두고 있으며 시황이 계속 호황을 보이고 있어 오는 7월 1일부터 20피트 당 250달러, 40피트 당 5백달러씩 운임을 다시 인상할 계획이다. 호주항로도 지난 1월에 이어 오는 7월에도 TEU당 250달러씩의 운임인상을 실시한다고 통보하면서 운임인상 러시에 동참하는 등 이들 항로 선사들은 이제까지 움츠렸던 운임기지개를 맘껏 펴고 있는 상황이다.
부정기선사들 경우도 건화물선 위주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선복은 감소해 상당히 좋은 상황이다. 선박공급량은 2000~2001년 동안 증가하다 2002년 접어들면서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화물은 중국화물의 급증과 남미곡물 시즌이 겹쳐 선복수요치가 선박공급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어 부정기선사의 호황 또한 원양 정기항로 못지않은 상황이다. 업계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95년 이후 최고의 호황”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철광석과 곡물 등을 수송하는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8일 지수가 2천3백44를 기록, 99년 11월 BDI가 생긴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이 지수는 매주 2~3%씩 계속 상승하고 있어 벌크선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운임의 높고 낮은 정도를 나타내는 벌크선 운임지수는 화물 종류와 선박크기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데 통산 1천포인트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1월 톤당 17달러였던 극동~아시아간 곡물 수송운임이 최근 31달러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BDI(Baltic Dry Index)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회복국면에 들어서 3월 1천포인트선을 회복한데 이어 11월 1천5백, 12월 1천7백대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호황의 축…중국
한편 이들 정ㆍ부정기선 해운시장의 호ㆍ불황을 결정짓는 요인에 대해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의 수출입 동향은 세계해운업계의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세계 해운경기는 하강추세에 빠졌으나 지난해 이후 소위 ‘중국붐’에 의해 해운경기가 급속한 상승물살을 탔다. 중국붐은 물동량 증가, 운임인상, 선박 수요 폭증, 용선료 및 선가 상승 등 연쇄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해운경기 분석가들은 이러한 중국 변수를 ‘중국효과’, ‘중국붐’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중국해운시장 침체가 세계 해운경기에 미칠 파급효과를 “중국이 기침하면 세계가 감기 걸린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세계 해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강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벌크선의 경우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지난 90년 1,430만 톤에서 지난해엔 1억 1,150만 톤으로 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일본은 3% 증가했으며, 유럽 수입량은 18% 감소했는데, 이렇듯 중국은 세계 최대 철광석 광산인 브라질의 최대고객이었던 일본을 완전히 대체했다. 또 대두수입량은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미국 농무부는 2002/2003 회계연도 중국 수입량을 54%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올해 1~2월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무려 90%나 폭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의 석탄 수출량은 지난 90년 1,170만 톤에서 2002년 8,390만 톤으로 5배 증가해 호주에 이어 세계 2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호주 농업ㆍ자원국은 2015년까지 중국이 2위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탱커선 해운시장에도 중국효과가 막강한데, 미국의 한 선박브러커는 “지난 5년간 중국의 석유소비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0년 후의 석유소비량은 현재 소비량의 2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원유와 정제유 수입량은 지난 95년 이후 7년 동안 연평균 13%의 놀라운 증가추세를 보였다. 현재 중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도약했다. 이런 수입 증가분을 수송하려면 VLCC급 유조선 70척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해운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향후 중국이 전략적 석유비축프로그램을 반영한다면 석유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컨테이너선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생산공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서방 선진국의 1/10에 불과해 선진국들의 생산시설이 대거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어 해운업 분석가들은 “생산시설 재배치가 향후 5~10년 동안 세계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에 가장 중요한 구조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20~25%를 좌우하고 있으며, 극동~북미항로와 극동~유럽항로와 같은 세계 핵심 운송시장에선 50~60%의 물동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 2001년의 2,100만TEU에서 오는 2005년에는 최소 4,000만TEU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 새로운 컨테이너항로가 중국에 개설된다”고 표현될 정도로 중국의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은 급팽창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시장 화물에 따른 세계 해운시장의 호황은 액면상으로는 황금시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나 국내 상황으로 봤을 때는 나름대로의 문제도 지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호황을 구가하는 항로 취항선사라 할지라도 국적선사나 대리점 선사, 또 외국법인선사에 따라 그 호황의 정도가 다 다르며 또 공컨테이너 수급문제나, 선복량의 지나친 감축 등 국내적인 부분에서의 애로사항도 지적되고 있다. 국내로컬물량이 중국물량 증가에 비해 지나치게 미미한 반면 운임상황은 오히려 중국보다 못해 외국적 선사들 경우 국내기항을 줄이고 중국쪽에 선복을 집중하는 정책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해운대리점 선사들은 가뜩이나 줄어든 선복량 상황에서 운임이 인상된다 할지라도 결국 전체 수익 면에선 피장파장이란 지적이다.
호황으로 인한 공컨테이너수급 차질 빚어
또 수출물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수입물량은 예전처럼 기준치에도 못미쳐 공컨테이너부족난이 심각하다. 과거 우리나라가 컨테이너를 제작했을때는 리스사를 통해 선사들이 무료사용 최고 60일까지 보장 받은 시절도 있으나, 요즘은 컨테이너 제조가 대부분 중국시장으로 넘어가 한국에서 부족한 컨테이너를 리스사를 통해 확보하려면 이동비용 등 여러가지 애로점이 있으며 단기리스는 해주지도 않는 실정이다. 더구나 최소 200일 정도의 장기간 계약이 보통이라 수입이 수출에 50%도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선 선사들의 공컨테이너 부족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측의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공컨테이너가 없어 화물을 싣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우리나라 경우 운임이 가장 저렴한 지역 중 하나로 중국운임보다 낮아 공컨테이너가 부족해도 이에 대한 대비책이 별로 없다는 것. 필리핀 경우 인바운드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공컨테이너가 쌓여 있어 이를 배로 싣고 와서 컨테이너 부족을 메울 수도 있지만 한국화물의 운임메리트가 너무 적어 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고 선사측은 밝히고 있다. 한편 원양정기선사들의 이같은 즐거운 비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적 기간항로인 한일항로와 동남아항로, 한중항로 등의 근해항로와 선ㆍ하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포워딩업체들은 남의 호황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봐야되는 상황이다. 특히 한일항로는 메인포트별 물동량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고질적인 선복과잉이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 취항선사인 고려해운, 흥아해운, 남성해운 등의 메이저급 선사들과 여러 중소선사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물량에 대한 치열한 경쟁은 곧 운임덤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근해항로는 여전히 난국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한일항로 운임은 취항선사들의 운임덤핑으로 하락일로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신규업체들의 진출로 집하경쟁은 더욱 과열돼, 현재는 운임이 끝없는 나락을 향해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 나간다면 선사들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돼 노선 철회까지 생각해야만하는 상황이라고 취항선사관계자들은 한숨섞인 하소연을 전해왔다. 선사관계자는 “물량은 호전된다 하더라도 취항선사가 워낙 많다보니 경쟁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운임덤핑이 있는 한 GRI나 부대운임 인상은 요원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라크전으로 인한 TEU당 20달러의 EBS 적용도 선사들의 운임경쟁으로 흐지부지되는 수난을 겪었다.
동남아항로는 홍콩, 중국 등의 경제계를 강타하고 있는 ‘사스’ 라는 악재가 동남아항로에도 미치지 않겠냐는 불안감이 관계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실제 4월 접어들면서 물량이 감소세를 면치 못해 선사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는데, 한 선사관계자는 “3~4월은 전통적인 성수기인데 사스의 영향 때문일 거라고 추정한다”며 동남아항로도 ‘사스’의 영향권에 있음을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가시화된 사스로 인한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이 질병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장기화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래도 사스발견지역 물량은 꺼리게 된다는 것. 내달 중순까지는 지켜봐야 사스의 영향권 여부가 파악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운임사정 또한 한일항로와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는데, 업계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적선사들 경우 운임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합의를 보고 있으나 외국적선사 위주로 운임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 룰을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선ㆍ하주 사이에서 울상짓는 포워더
포워딩업체 경우도 지속적인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3000여개 업체에 육박하는 포워더들의 난립이 불러온 운임경쟁은 차치하고서라도 하주들의 물류비절감노력과 선사측의 운임회복 러시에 맞물려 포워딩업체들은 중간에서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포워더 관계자는 “한쪽에선 올려달라고 성화고, 한쪽에선 깎으려고 성화라 중간에서 죽어나는 건 포워딩업체”라고 한숨지으면서, “하주들이 양질의 서비스보다 저가 운임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탈피, 물류업계와 제조업계가 동반자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제조업체들의 무분별한 ‘운임깎기’행태를 비판했다. 현재 대형포워더 중심으로 ‘받을 건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 선사들이 요구하는 각종 부대운임이나 해상운임 인상폭에 대해 하주들에게 일괄 청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양질의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하주들을 설득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소포워더들은 유일한 경쟁무기인 저가운임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어 ‘제값받기’움직임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포워더 물량은 늘지 않은데 반해 선사들의 물량증가세가 두드러진 것과 관련 포워더관계자는 “선사 물량 증가의 주요인은 대부분 대기업물량에 따른 것”이라며, “포워더물량은 보합세를 유지하던지 감소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포워더물량이 한정된 반면 대기업물량이 선사물량증가세를 주도하자 포워더들의 선복잡기는 그만큼 더 힘들어졌으며, 앞에서도 밝혔듯이 중국으로 많은 선복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입장이라 포워더들의 고충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양항로와 부정기선 중심으로 긴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각종 낙관적인 지표가 해운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호불황의 양극화 현상은 해운업계의 빈익빈부익부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항로 선사들은 공동배선이나 자구적인 선복감축을 통해 운임덤핑의 소지를 제거하고 운임보다는 서비스로 경쟁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며, 포워더들 경우 서비스와 함께 샌드위치 입장이란 상황을 잘 조율해 선사와 하주측에 갑을관계가 아닌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운임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글ㆍ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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