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5 16:35
건국이래 최대 물류대란 막대한 경제손실 초래…정부ㆍ화물연대 공동 책임져야
외국선사 부산항 기피현상 확산, 고부가가치 환적화물 유치에 큰 타격
화물운송 시스템 전면재고 절실, 동북아 허브항 구축에 찬물 끼얹어
건국이래 최악의 물류대란이란 엄청난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어 국가경제정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지입차주들의 파업(엄격히 말하면 운송 방해)으로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부산항을 비롯해 광양항이 사실상 물류 마비상태다. 정부의 공권력 행사 등 강경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의 파업은 수도권에 까지 확산돼 경인ICD의 화물연대 지부도 파업에 동참, 실로 나라가 엉망이다. 물류대란에 대한 대비가 전혀 안돼 있는 정부의 조직자체도 이번 사태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됐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물류대란을 경험한 것이 처음이고 물류중심국을 외치고는 있지만 물류에 대한 대 국민적, 정책적 인식이 빈곤한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빈약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이번 화물차 물류대란사태는 수요보다 공급량이 훨씬 넘쳤던 것이 화근이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사태의 핵심인 지입차주 문제가 불거진 근본적인 요인은 최근 수년간 화물수송 물량은 제자리 걸음인데 반해 화물차는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화주로부터 물량을 받은 운수회사는 직영차량과 장기계약한 위수탁차에 우선 물량을 배정한 다음 부족한 부분에 대해 화물운송주선업자를 통해 지입차를 이용한다. 이과정에서 물량이 모자라게 되면 지입차는 운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지입차주는 물량을 얻기 위해 몇단계의 알선업자를 거쳐 낮은 가격에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구조적 병폐에 애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운송업계는 시장기능을 통해 적정한 화물차 규모를 유지하는 한편 다단계 근절을 통해 중간단계에서 운임의 일부가 알선업자에게 흘러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산업용 면세혜택으로 경유가 인하조치 검토필요
건설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77년 17만5천대였던 사업용 화물차는 2001년 27만1천대로 54%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육상운송화물량은 4억8천9백만톤에서 5억3천5백만톤으로 9% 늘어나는데 그쳤다. IMF 외환위기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장을 잃은 실직자들이 지입차주로 운송업계에 뛰어든 반면 경기침체로 화물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요과 공급의 심한 불균형으로 화물차간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 졌고 특히 운수회사 직영차량이나 위수탁 차량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는 지입차주의 피해가 컸다는 것이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 과정에서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화물차가 넘치면 운임이 낮아지는 게 당연하다.
재계측은 문제점의 개선을 위해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차주가 운수회사 등에 차를 넘기고 운행을 중단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불법 다단계 알선을 금지해 화주가 지불한 운임이 엉뚱한 데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미 구축을 마치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국가물류전산망을 활성화하는 것이 화급하다고 밝혔다.
운송 운임을 인상하고 경유가를 산업용 면세혜택을 주어 내리고 통행료도 화물차자 주로 운행하는 시간대에 할인폭을 넓히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하고 아울러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을 뜯어 고쳐 5톤이상 화물차량을 5대이상 보유해야만 사업자 면허를 주던 것을 용달차 등과 같이 1대이상으로 완화해 지입차주들의 사업자 행위를 지원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한편 부산항과 광양항등으로 번진 물류대란으로 수출입화물의 해상수송이 거의 마비된 상태에서 국적외항선사와 외국 유수선사들이 부산항이나 광양항 기항을 기피하고 있어 부산항의 세계 컨테이너항만 3위자리를 예상보다 빨리 상반기중에 상해항에 내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 물류허브항을 만들기 위한 그동안 정부,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에다 고부가가치 물량이 환적물량이 부산항이나 광양항을 거치지 않고 이웃 일본이나 중국 경쟁항만으로 옮겨지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 부산항의 경우 컨테이너처리물량의 41%가 환적물량인데 이 물량이 앞으로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부산항을 기피할 것이 뻔해 이에 대한 대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편 지난 13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회의실에서 있은 부산항 화물 비상수송 대책회의에서 업체들은 화물연대 미가입 기사에 대한 가입 종용 협박을 차단하고 파업불참차량의 운행방해행위도 적극 차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원활한 차량운행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 톨게이트 등에 경찰을 배치해 주고 임항도로에 불법주정차 중인 파업차량에 대한 단속 및 견인을 요구했다. 철송 적극 확대 , 양산ICD 운송시 도로통행료 및 과속차량 단속 완화 그리고 군차량 및 운전병 적극 지원도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에 군차량이 긴급 투입돼 일부 컨테이너화물을 반출하고 있고 철송도 차량을 증편하고 있으나 철도노조들의 반발도 거세 정부의 보다 강경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물연대 파업 초기 지입차주들은 가장 큰 대형 화주인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운송거부행위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의 경우 토로스물류라는 자회사를 두고 또 그 밑에 트라이 원이라는 주선업체를 두면서 육상화물운송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육상화물운송 체계에 있어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다단계 육상운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대형화주 삼성전자와의협상에서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사항들이 받아들여 질 때 유리한 고지에서 또다른 협상들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군장비 등 동원에도 역부족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5월 13일 현재 파업이후 약 2.2억달러의 국내수출업체 피해가 발생했고 화물처리 중단시 1일 1.9억달러 피해가 초래될 전망이다.
본선하역비 피해액도 5월 12일 17시 현재 장치기간 경과 및 셔틀비용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일평균 컨테이너처리량은 평소의 32.1%에 불과했다. 5우러 10일에는 평소의 54.8%, 11일 33.07%, 12일 25.3% 그리고 13일에는 32.1%를 나타냈다.
부두내 장치장 포화(장치율 81.0%)로 하역차질도 예상되는데, 특히 일반부두는 13일부터 하역중단, 감만부두 일부선석은 화물장치 포화상태다.
부산항 환적화물 처리도 일부 중단됐다. 일시부두 및 감천한진부두 포화로 대 중국 환적화물 취급이 일시 중단됐으며 부산항 기항 예정이던 차이나쉬핑과 APL 등은 기항지를 일시 변경했다. 선박체선율은 평시 1.2%에서 파업이후 5.9%로 급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부산항 화물 비상수송대책을 세웠다. 우선 파업불참차량 및 부두내 Yard Tractor(Y/T)화물운송을 확대했다. 파업불참차량의 화물운행시 예상되는 노조측 방해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경찰력을 적극 동원하고 화주가 비화물연대 영업용차량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도 및 사업조합에서 이용가능 영업용 차량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25개 컨테이너운송업체 보유 비화물연대 차량은 2천5백32대다. 부두내 운송차량인 Y/T)의 일반부두 운행도 허용했다. 부두와 부두간, 부두와 부두밖 장치장 및 철송장간 컨테이너화물에 Y/T)를 적극 활용토록했다.
또 컨테이너차량 기사의 조속 현업복귀를 강력히 유도하고 있다. 운송사?터미널운영사 직원, 공무원 등을 동원해 컨테이너차량 기사의 현업복귀를 적극 설득하고 언론 및 운전기사 통신망 등을 통해 항만이 봉쇄돼 있지 않고 안전운행이 가능함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복귀차량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복귀차량과 차별화하고 있다.
철도, 군차량 등 대체수송수단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1일 21개 열차 420량을 26개 650량으로 증편하고 부산항 부두내 철도 CY이용을 유도해 컨테이너 직반출을 시행하고 있다. 의왕ICD봉쇄로 수도권 주변 철도 컨테이너기지를 최대 활용하고 있다. 운송업체, 화주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긴급수송화물 수요을 적기에 파악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군수송사령부 산하 트레일러 차량과 운전병을 확보해 냉동화물 등 긴급화물을 수송 지원하고 원활한 수송지원을 위해 국방부와 비상수송연락망을 확충했다.
해양수산부는 연안 해상운송을 확대해 연안 컨테이너 정기선을 부산항에 우선 투입했다. 기존 운항중인 내항 컨테이너 전용선 9척중 활용가능한 내항선 4척을 부산항에 긴급 투입하고 연안해송의 원활화를 기하기 위해 연안해송선박에 대한 선석을 우선 배정했다. 육상운송에서 연안해송으로의 실시간 화물전환을 위한 화물운송업체, 화주단체와의 협조체제고 구축햇다.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국적외항 컨테이너선의 연안항로 투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부산항 컨테이너항 3위자리 상해에 내줄 듯
또 동아시아 지역 해상운송 수출입화물의 경우 울산항과 마산항 이용을 유도하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운송에 시간적 여유가 잇는 화물의 광양항 임시 장치를 유도토록 했다. 관세청은 파업으로 수출업체가 겪게 될 애로사항을 적극 해소키 위해 수출물품에 대한 선적의무기간 자동연장과 수입업체 보유차량에 의한 보세운송의 전면 허용을 전국 일선세관장에 지시했다. 또 관세청은 부산, 광양 등 주요항만에서의 운송하역노조 파업에 따른 화물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부산, 광양 등 파업이 진행중인 세관에선 즉시 “24시간 비상통관지원팀”을 편성 운영토록하고 기타 세관에선 세관장의 판단에 따라 통관지원팀을 편성운영토록 했다. 아울러 밀수등의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관검사를 생략해 부두에서 직통관 또는 직반출될 수 있도록 신속통관을 지원하고 수입화물의 장치장소도 화주의 편의에 따라 부두밖의 컨테이너 창고를 부두내로 변경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했다.
한편 경제 5단체장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부산지역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한 경제계의 입장을 밝혔다. 부산항의 물류운송 마비는 우리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것이며 이번사태는 어려운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가운데 관련 주체들의 성실한 해결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의 이번 파업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가져 올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국가신인도에 있어서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돼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전문가들은 촉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물류먹이사슬 합리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KMI의 임종관 박사는 이번 화물연대의 파업사태는 그 수습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물류시장 먹이사슬의 합리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주→대형 운송/주선업체→(일부 자체운송)→중개업자/대리업자의 알선→영세물류회사→지입차주/위수탁계약 운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물류먹이사슬이 합리화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고비용의 불안정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물류먹이사슬의 합리화는 4~5단계 이상의 물류체인을 1~3단계 먹이사슬로 통폐합하는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다단계 체제가 이대로 고착되면 우리나라는 고비용 물류구조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먹이사슬 축소는 3가지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고 임박사는 밝혔다. 첫째로 관계부처는 단순 이권개입형 먹이주체를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체는 주로 인맥이나 이해관계를 이용해서 물류과정에서 참여함으로써 물류비를 높이는 장본인이라는 것. 따라서 관계부처는 물류체인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권개입형 먹이주체가 다시는 기웃거리지 못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는 물류정보 공유시스쳄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류체인이 다단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 물류시장의 불투명성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처럼 화주나 대형운송업체에 대해 정보공개 실적에 따라 혜택을 주는 제도를 한시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지입차주나 위수탁차주들이 공차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화물차 전용휴게소 겸 물류정보센터를 고속도로변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니면 정부차원에서 사이버물류거래소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지입차주나 위수탁차주들도 먹이사슬 단축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별차주들이 기왕에 이익단체를 구축한 이상 이 단체를 활용해 집단적인 물류정보 공유체제를 구축→운영한다면 먹이사슬 단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집단적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월드콜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 보다 더 적극적인 사슬단축을 위해선 개별차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대형 운송업체들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사태는 직접적인 손실 외에도 국가차원의 중장기적인 손실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우선 극동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운항하는 대형 컨테이너선박들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기피할 우려가 높다는 것. 현재 중국에선 선박이 부족해서 수출입화물을 수송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따라서 파업의 불안을 안고 부산항이나 광양항에 기항할 필요가 없는 실정이다. 우리선사들과 전략적 제휴체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박을 부산항이나 광양항에 기항시켜 온 외국선사들도 한국에 대한 선박 스페이스 공급을 대폭 축소시키는 대신 중국에 대한 스페이스 공급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됨녀 우리나라에 대한 수송공급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에 환적화물 유치를 위한 물류중삼화전략이 어려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수출입화물의 물류비가 계속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같은 중장기적인 파급효과를 예방하려면 이번 파업을 계기로 불합리한 물류먹이사슬을 합리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