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3-25 14:40
(싱가포르 AFP=연합뉴스) 이라크 전쟁이 길어질 경우 아시아에서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올해 성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아시아 경제전문가들이 24일 내다봤다.
이들은 이라크전이 장기화될 경우 고속 성장을 지속해온 중국도 그 충격을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연 미 수출시장에 크게 의존해온 국가들이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소재 GK 고 증권사의 중국계 송성운 연구원은 "중국이 얼마간은 역내 경제의 뒷 힘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전쟁이 길어지면 여의치 않을 것"이라면서 "아시아가 여전히 미 소비시장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전의 경우 미 가계 부문이 이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것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파급 효과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미수출 의존도가 특히 큰 한국과 태국 등이 그 동안 내수 확대에 주력해 왔으나 주변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 경제의 3분의 2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는 점도 상기시켰다.
송은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에 타격 받을 경우 내수에서도 어려움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역내 정부들도 내수 쪽의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국과 같은 나라는 당분간 문제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역부족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 3개월 혹은 그 이상 계속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 총생산(GDP) 성장이 최대 2%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MMS 인터내셔널의 데이비드 코언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이 2-3%포인트 낮아질지 모른다"면서 전쟁의 충격이 계속되면 "올 하반기에 (부정적인 여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유가가 오르고 이것이 역내의 내수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나 대만처럼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시장 개방 폭이 넓은 국가들이 이라크 전쟁의 타격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언은 "무역과 관광에 대한 의존이 (상대적으로) 큰 싱가포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싱가포르가 지난 2001년의 경기 하강에서 아직까지 회복되고 있는 국면"이라면서 이런 시점에서 전쟁이 터짐으로써 "싱가포르와 태국 및 기타 아시아 국가들이 낙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 그룹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 경제전망 포럼에서도 한국, 태국, 대만 및 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이 침체로 빠져들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는 이들 국가가 높은 인플레에도 허덕일 것으로 관측했다.
포럼 보고서는 또 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까지 치솟는 최악의 상황도 초래될 지 모른다면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률이 0.23%포인트씩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인플레 상승률은 1.1%포인트로 추산됐다. 계산에 반영된 유가는 지난 해 평균인 배럴당 26.20달러였다.
GK 고 증권의 송은 전쟁 초기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면서 아시아 증시가 `전쟁 랠리'로 치솟았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따라서 "전쟁 초기 분석가들이 내놓았던 증시 전망이 상당 부분 수정돼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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