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31 10:30
국내 랙시장 ‘소규모 단발’ 생산체제 에서 답보상태
공장따로 물량따로’ 인적 네트워크만이 경쟁 요인 대농엔지니어링 부도로 약간의 시장 변화만 감지
물류센터를 비롯해 넓게는 유통과 물류 전반에서 요구되는 랙은 물류산업 전반에 기초적인 골격이다. 랙을 필요로 하는 보관공간은 날로 그 기능면에서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만 랙시장의 구조는 한 해가 지난 뒤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눈에 띄는 것이라면 일반랙 부문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던 대농엔지니어링이 경영악화로 부도를 맞아 약간의 시장변화가 있었다는 것 외에도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허나 랙은 기업체내에서 부수적 사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자체공장을 보유한 큰 업체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연합체의 구성도 간간이 보인다.
국내 랙시장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나름대로 일반랙과 자동창고랙 고유영역 고수
자동창고용랙과 일반랙으로 나뉘는 국내 랙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보아도 역시 큰 변화는 없다. 한편 자동창고용랙 분야에서는 현재 코오롱엔지니어링과 에스렉이 우위를 점하고 있고, 일반랙은 TL korea, 산건, 한국OFA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일반 랙 생산업계 분야에서 지난해까지 우위를 점했던 대농엔지니어링이 부도 이후 이합집산의 형태로 흩어지면서 현재 TL Korea를 비롯해 두서너개 업체가 이 분야에서 자리다툼을 하고 있다. 물론 대농엔지니어링은 이후 대농ENG로 전환해 기존의 인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편 연간 랙시장 규모를 25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점치는 등 업계마다의 시각이 격차를 보이고 있어 신규 수요에 대한 여지는 많으나 여전히 비고정적인 매출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랙이 물류설비라는 근본적인 특성상 계절적인 수요나 경기영향 외생적인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이목을 끌었던 대농의 부도는 ‘이제 랙만으론 안 된다!’는 인식을 해당업계에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기실 랙만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는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통한 물량의 수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물론 랙영업이 ‘물량따로 공장따로’의 열악한 환경을 모체로 하고 있으며, 실제 업체와의 수주 관계도 인적 네트워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데서도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한편으로 랙이 여전히 ‘영업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접근성 용이한 시장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다소 작용한다. ‘랙업체가 하나가 문을 닫으면 곧바로 서너개 업체가 생겨난다’는 속설도 여기에서 연유된 듯 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정한 협의체를 중심으로 랙시장 전반을 일괄할 수 있는 기능적 역할을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의 영세성이나 가변성은 협회구성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일견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뿐이고 업계의 발전적인 방향 제시와는 별도로 여전히 치열한 각개전투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협회의 존재가 일정 부분 시장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감안한다면 현재 랙 분야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업체들은 자사의 매출안정화까지도 꾀할 수 있지 않나 해본다. 물론 주된 목적이야 시장질서를 가다듬고 포장이나 파렛트처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업종과 유동적인 관계를 형성한다는 데 맞춰져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도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랙 표준화 위해 협회 구성도 고려돼야…
포장→파렛트→랙으로 이어지는 표준화의 수순은 물류표준화를 지향하는 국가적인 안목으로 볼 때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누구나 랙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전문화/고도화 단계에 이르러서야 해당 시장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 보일 듯 한다. 따라서 현재 랙을 생산/판매하는 일부 업체는 파렛트나 컨베이어, 혹은 물류센터내 바닥재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물류업계의 하드웨어적인 측면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는 랙은 일종의 파렛트나 컨베이어, 바닥재 등 그 어느 것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2차산업 형태를 탈피하고 이른바 물류컨설팅 분야, 실질적으로는 랙 생산에서 물류창고구축에까지 노하우를 현장에서 도입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수익구조의 개선 그 이상의 효과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근본이어서 앞으로는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분야의 노하우와 노하우가 자연스럽게 고리를 연결한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다분히 하드웨어적인 성격에서 소프트웨어형 기업으로 전환되는 변화도 이를 통해 나타날 것이다.
Tip1/파렛트랙
파렛트랙은 랙 시스템 중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화물을 목재나 플라스틱 파렛트 위에 올려놓은 상태로 지게차를 이용하여 입출고 보관하는 랙이다. 먼저 파렛트랙의 기능은 M형의 일반 성형 제품에 회사마다 90~100mm 간격으로 연속된 홀을 타공하고 파렛트가 얹혀져 힘을 받는 로드 빔(Load Beam)이라는 부재를 볼트를 이용하여 조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기둥의 측면은 브레이싱(Bracing)이라는 구조 유기체가 용접식으로 부착되어 전후 기둥을 잡아 후레임(Frame)을 형성한다. 후레임과 로드 빔의 결합방식은 3개의 걸림고리(Hook)가 부착된 로드빔을 기둥 후레임의 구멍에 끼워 쐐기 효과를 발휘하므로 강하고 견고하게 연결된다.
Tip2/드라이브인랙
드라이브인랙은 지게차를 운전한 채 랙 내부에 들어가 파렛트를 입출고하는 시스템으로 보관장소와 통로를 겸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로면적이 줄게 되어 보관효율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주요 부재는 파렛랙의 부재를 응용한 제품으로 화물의 종류가 적으면 보관량은 많은 화물의 경우에 적합하다. 지게차로 운전작업 중 랙의 후레임에 충돌할 경우에 대비 하부통로에 가이드 레일을 설치하여 주고 상단부의 작업 중 파렛트가 탈락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입출고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선입?선출형과 그 반대의 경우인 선입?후출형이 있다. 하지만 △보관물이 다품종소량일 경우 △입출고 빈도가 클 경우 △파렛트 사이즈가 통일되지 못하는 경우 △휘기 쉬운 파렛트(목재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부적당한 것이 단점이다.
랙에서 바닥재까지 접근 못할 여지없어…
다양한 영역확장도 경쟁력 확보의 첩경인 듯
한편 일반랙 분야에서 활발한 영업활동을 펼치며 인지도와 사업영역을 점점 더 넓히고 있는 업체 가운데 (주)TL Korea(전 용성TLS)는 올해 1천여평의 랙생산라인을 증축할 계획을 가지고 기존 업체들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편 TL Korea는 물류센터에도 바닥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착안, 지게차 등 중량물의 하중이나 긁힘 등에도 바닥재가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특수화학처리 바닥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런 내용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강성사장은 자회사인 용성화학을 통해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견고한 바닥재를 만들어 냈고 국내 물류센터에 이를 보급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랙 가운데서는 ‘파렛트랙’이 바로 TL Korea이 중점적으로 역량 강화를 기하는 분야로, 파렛트랙은 가장 업체수가 많고 그만큼 시장도 문란한 영역이어서 일정 수준의 경쟁력만 확보하면 오히려 시장선점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TL Korea 이강성사장의 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파렛트랙 시장은 더욱 어지러워진 셈입니다. 그러나 열악한 시장환경이 나쁘다는 평가는 섣부른 것 같습니다. 연간 총 매출이 250억원대 수준이고 제품의 성격이 그다지 변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한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정확한 지적이다.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가 요구되지 않는다면 랙시장을 점검하는 것도 헛손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랙시장의 혁신적인 변화, 아마 이런 내용이 화두(話頭)가 될 때쯤이면 우리의 물류시장도 더불어 성숙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되지 않을까 해본다.
글·조현주기자(hjcho@ksg.co.kr/물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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