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25 10:27
특집:막오른 FTA시대 (中)한국의 FTA 추진현황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의 FTA 추진에 속도를 더하게 됐다.
한국이 국내 농업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면서 협상 경험을 쌓는다는데 중점을 두고 칠레를 첫 협상 파트너로 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 FTA 협상은 전초전을 지나 본궤도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FTA 추진이 검토됐던 나라는 일본, 중국, 멕시코, 미국, 싱가포르,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이스라엘, 태국, 뉴질랜드 등이지만 한.일 FTA 논의를 제외하면 아직 별다른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인교 팀장은 "단기적으로 농업부문에 대한 우려가 적은 일본이나 멕시코가 협상 파트너로 유리하다"면서 "이후 중기적으로 동남아.중국.미국, 장기적으로 동아시아.유럽연합(EU)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FTA = 최근 일본 외무성이 FTA 체결 우선대상국으로 한국과 ASEAN을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일본측의 관심도 높고, 이제 공동연구를 넘어 국가간 협상으로 격상시켜야 하는 단계라는 시각까지 있다.
양국간 FTA 논의는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 방일시 FTA 공동연구 추진을 제안한 것을 기점으로 2000년 9월 한.일 정상이 민간 차원의 `FTA 비즈니스 포럼' 설치에 합의함으로써 본격화됐다. 올 3월 양국 정상이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 설치에 합의, 민간에서 정부 차원의 연구활동으로 진전된 상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가 체결되면 우리가 얻는 경제적 이득은 단기적으로 연간 4억2천400만달러, 장기적으로 10억3천800만달러에 이르고 무역수지도 단기적으로 1억3천900만달러 정도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6억7천200만달러의 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무역협회 정재화 팀장은 "역사적 배경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고 무역 수지 악화, 국내시장 잠식 등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한.일 FTA 논의를 진전시키되 여타국가와 FTA 추진을 병행하는 전략적 사고가 요청된다"고 말했다.
◆한.멕시코 FTA =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FTA 논의에서 양국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이를 견제하면서 우리측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멕시코가 부상하고 있다.
게다가 멕시코는 우리나라와 농산물 교역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32개 국가와 10여 개의 FTA를 체결해둔 상황이어서 우리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방지하고 신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추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간 FTA 논의는 지난 99년 12월 주한멕시코 대사가 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 서 시작됐지만 아직 양국 정상간 FTA 논의가 진행된 적은 없고 다만 양국이 개별 연구를 진행키로 합의한 상태다.
◆한.ASEAN FTA = ASEAN 국가 내에서도 역내 경제협력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 국가와 양자간 FTA를 적극 추진하는 국가로 양분돼 있어 ASEAN이 다른 국가와 FTA를 적극 추진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 태국과 공동연구를 실시했지만 농산물 분야가 걸림돌로 작용, 별 실익이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으며 한국과의 FTA를 요청한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ASEAN과의 FTA는 농업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우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력, 우리 상품에 대한 인지도,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KIEP 정인교 팀장은 "중국이나 일본이 ASEAN과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 손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ASEAN과 FTA 추진을 검토하면서 연구그룹 결성 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 국내 기업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중 하나로 현재 전경련, 무역협회 등을 주축으로 한.미 재계회의 등을 통해 민간 차원의 논의가 전개되고 있지만 진척이 더딘 편이다. 과거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중 싱가포르와 한국을 가장 적합한 FTA 상대국으로 평가한 바 있고 지난해 10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미 FTA 체결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업의 경우 농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 정부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우리 기업의 관심은 높지만 농산물 개방압력이 거셀 전망이어서 현재로선 장기적 사안으로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입장은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EU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중 FTA = 전문가들은 중국이 일본보다는 한국과의 FTA를 선호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중국은 아직 한국이나 일본과의 양자간 FTA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2010년 타결을 목표로 ASEAN과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과의 FTA 협상도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궁극적으로 한.중.일 FTA로 가야 한다는 것이 대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 3국간에 비관세장벽을 포함한 교역장벽이 완전히 제거될 경우 한국의 수출은 5.36% 증가하고 수입은 2.94% 늘어나 전체적으로 120억달러 가량 무역수지 개선이 기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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