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1 10:49
북한 철도화물수송 포화상태…평양/신의주간 경의선 병목현상 작용
무역항에 2만톤급 선박 접안 부두건설, 하역장비 지원이 선결돼야
KMI 이정욱원장, 남북한 물류부문 경제협력 전망서 당면과제로 지적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KMI) 이정욱 원장은 최근 국제해양수산물류연구소 심포지엄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의 전망과 과제”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경의선이나 동해선철도 연결을 통한 남북한 수송로의 연결이 남북한 경제협력이 안고있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니며 이것이 앞으로 남북한간 협력의 긴 여정에 첫 출발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겠지만 섣부른 기대와 지나친 환상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라고 밝혔다.
이는 아직 북한이 안고 있는 수송관련 인프라나 그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잘 모르고 있고 현황파악도 제대로 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남북한간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면 기존의 해운을 통한 수송의 높은 물류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나 지금같은 폐쇄적이고 비상식적인 북한의 해운항만 관련규제나 관행이 개선되고 북한의 철도사정이 남한정도되고 운행스케줄상의 여유도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8년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중국 연변주 연합대표단간의 합의에 따라 중국 현통그룹과 북한이 공동으로 조사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의 철도는 레일의 마모나 침목의 부식정도가 심해 20~30톤정도의 컨테이너를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이며 터널의 아치와 측벽의 콘크리트도 부식이 심하고 통신선로도 그 설비가 매우 낙후돼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철도는 97%가 단선인데다 전철의 시스템도 우리와 다르고 평균 서비스 속도는 시속 30km에 불과해 경의선이 연결되더라도 과연 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철도는 북한화물수송의 90%, 여객수송의 62%를 분담하고 있어 이미 그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 자료를 보더라도 평의선의 평양~신의주 구간이나 평부선의 황주~사리원간의 운행회수는 각각 46회, 40회로 여유용량이 겨우 1~2회, 컨테이너수송을 기준으로 볼 때 하루 29~59TEU에 불과할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에 높였으며 이 지점이 당장으로는 경의선 전체의 병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정이 이정도이고 보면 경의선이나 경원선을 TCR 또는 TSR과의 연결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물류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은 고사하고 신의주 경제특구의 원활한 물자수송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경원선과 TSR를 연결, 철도를 건설하는 데만 약 20억달러의 건설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러시아측은 추정하고 있지만 투자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지난 1995년에 “한반도의 동북아물류중심화 전략”이란 보고안건을 당시 세계화추진위에 상정했을 때 북중국 컨테이너화물이 부산항을 통해 미주나 유럽으로 나가는 경로로서의 경의선을 대단히 중시했다고 밝혔다. 시일을 다투는 컨테이너화물의 속성으로 볼 때 경의선만 연결되면 북중국화물의 상당부분을 부산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냉철하게 현상황을 고려해 판단할 때 이러한 전략의 성공은 향후 경의선의 복선화와 시설개선, 남북한간 철도시스템의 통합 등을 통해 선로용량이 대폭 늘어날 때 비로소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볼 때 남북한간의 물자수송에 관한 한 보다 시급한 해결과제는 해운과 항만분야에서의 제도적 개선과 북한 항만의 처리능력을 단기간에 개선시키는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한에는 8개의 무역항(청진, 나진, 선봉, 흥남, 원산, 남포, 송림, 해주)이 있고 하역능력이 3천5백만톤으로 연간 취급화물량 428만톤에 비해 여유가 있지만 시설 및 장비가 매우 낡아 생산성은 크게 저조한 실정이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신의주는 외항선이 들어갈 만한 항만이 없고 수심도 얕아 대규모 준설이 필요하며 신의주가 경제특구로 성공한다해도 그 화물은 당분간 지금처럼 중국의 단동을 통해 수송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흔히 남북한간 해운운임이 지나치게 높아 철도연결이 이뤄지면 운송요금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화물단위당 해운운임이 높은 이유도 지금까지 화물량이 많지 않아 해운의 최대장점인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잦은 정전과 시설노후로 하역작업이 자주 중단되고 이런 이유로 선박이 장기 체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북한의 항비도 2500톤급 일반화물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만달러 수준으로 부산의 3배가 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비효율적인 항만운영으로 그나마 있는 시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형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북한의 개방에 따른 수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역항 몇군데에 2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부두를 건설,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다 단기적인 해결책을 찾는다면 모빌 크레인, 지게차 등 하역장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8개 무역항중 어느 것도 대형 컨테이너선이 입항할 정도의 수심이나 접안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향후 경제특구 등에서 나오는 컨테이너는 우리나라나 중국이외의 지역으로 수출될 때 부산, 광양과의 피더 네트워크를 미리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제도적으로 보다 시급한 해결과제는 남북한간에 해운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남북한간에는 물자교류가 확대되면서 화물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의 경우 남북한간의 컨테이너수송은 8527TEU로 지난 96년대비 약 3.4배나 증가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이나 나진, 선봉지구를 최근 북한이 구상하는 대로 중국의 센젠정도의 진정한 경제특구로 개방해 나간다면 남북한간 화물수송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남북한간에 선박, 선원에 대한 안전보장 및 구조, 구난체계가 없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보니 우리측의 인도적 지원물자를 제외하곤 남북한간의 물자가 제 3국선사에 의해 수송되고 있을 뿐아니라 2000년말에는 우리측 선박이 일방적으로 입항이 거부돼 해당업체가 큰 손실을 입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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