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30 13:00

한·중 수교 물꼬 튼 카-훼리 (下)

<모든 항로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있다>


카훼리 항로 개설은 사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밀었던 결과 탄생한 프로젝트이다.
1988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북방 외교 정책으로 대 공산권 외교를 힘있게 추진하였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근 40여 년 동안 서로간 이념의 차이로 등을 돌렸던 공산권 국가들과 마주보고 말을 건네기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화해의 몸짓으로 양국간 선박의 왕래를 생각하였고 먼저 1989년 6월 한·중 합작 컨테이너 선사를 세운 뒤 화물선을 통해 짐이 오가게 하였다.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때라 양국간 B/L전달은 번거롭기는 하지만 제3국을 거쳐 주고 받았다. 그 후 서로 항로를 개방하자는데 뜻이 맞아 우리 측에서 당시 해운항만청 관계자, 선주협회, 선사들로 구성된 중국 답사 팀이 중국 산동반도를 중심으로 중국의 항만들을 두루 훑었다.

◀ 한·중 항로 개설 및 발전과정 ▶

1988년 8월 : 한국선주협회에 북방해운 협의회 설치
1989년 6월 : 한중합작 컨테이너 선사 설립
1990년 9월 : 한중합작 카훼리 선사 설립
1992년 8월 : 한중국교수립
1993년 5월 : 해운협정 체결
1993년 8월 : 제1차 한중 해운협의회 개최
2002년 9월 : 제10차 한중 해운협의회 개최

1990년 9월, 북경에서는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었다. ‘북경 아시안게임에 한국 국기를 단 배에 선수단을 태워 보내자’는 아이디어가 물살을 타면서 카훼리 항로 개설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항로 개설은 아시안 게임 개막 후 성사되어 이러한 생각은 결국 불발로 그치고 말았지만).
당시 항로 개설 중국측 후보지로 청도항과 연태항, 위해항 등이 물망에 올랐다. 동남아해운이 신청했던 인천/청도항로는 청도 항이 당시 중국 내 ‘Big 5’에 들 정도로 발달된 무역항이라, 태평양 여객선이 취항하려고 했던 인천/연태 구간은 연태항이 어느 정도 발달된 상태였기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을 찾아 보자’는 초기 항로개설 취지에 맞추어 위해항이 역사적인 한·중 항로의 문을 여는 중국측 항구로 채택되었다.

북방정책의 일환으로 한·중 항로 열려

중국 문이 열린다는 소식은 한·중 항로를 열고자 했던 많은 한국측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많은 신청자들의 다양한 항로개설 요구로 결국 한국에서는 선주협회에서 참여자들을 조정,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당시 한국측 컨소시엄에는 유공해운, 동남아해운, 범주해운, 동원수산, 장기신용은행, 태평양여객선 등 6개사가, 중국측은 중국 대외무역운수공사의 산동성분공사(Sinotrans), 위해시 해운연합총공사 등 2개사가, 총 8개사가 한중 합작회사 설립에 참가하여 초기 자본금 100만 달러를 투자하였다. 당시 위해시는 한국에서 가장 가깝고 개발의 여지 또한 많이 지니고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았던 것이 당시 위해 시장의 개발에 대한 강렬한 의지였다고. 중국은 지방 분권화로 각 자치 단체장들이 나서서 도시 발전을 위해 부산히 움직였고 그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포착된다. 초기 항로 개설에 참가하였던 한 관계자는 인천/위해 항로 개설 의미를 한중간 공식적인 항로가 열렸고 이를 통해 인적 교류가 가능해졌다는데 두었다.
1991년 12월 개설된 인천/천진 항로는 양국 수도를 서로 연결하는 관문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인지 북한에서는 당시 이 항로 개설에 대해 매우 신경질적인 과민 반응을 보이며 방해 공작을(?) 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항로 개설 시기도 당초 예정되었던 1991년 9월보다 3개월 정도 늦은 1991년 12월로 늦춰 개설되었다고.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만들게 된 한·중 합작회사. 하지만 당시 중국측은 외자 유치에는 열을 올렸지만 국제 카훼리 사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결국 본사를 중국 쪽에 두기로 하는 대신 경영에 대해서만큼은 한국측에 위임하기로 합의하였다.
아직 수교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양국. 처음으로 개설된 한·중 카훼리 항로의 수혜자는 약 160만 중국 조선족과 우리나라에 와 있는 화교들이었다. 카훼리 항로가 개설되기 전 중국을 오가던 사람들은 중국시장을 타진하기 위한 한국 기업가들과 북방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던 조선족 정도였다. 당시 홍콩을 경유해 오가던 비행기 삯이 대략 3,000달러 정도. 중국의 부장급 임원 월급이 250원 정도하던 때니(미화 33.3달러 정도에 해당) 결국 부장급 임원도 비행기 한 번 타기 위해 7년 반 정도를 꼬박 일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던 차에 등장한 카훼리 운임은 내륙운송비까지 합쳐 대략 200달러 정도 있으면 충분하였다. 결과는 ‘인기 대폭발’. 타이밍이 주효했다고 평가하는 당시 영업전략의 대 성공을 보여 주는 일례로 위해시에선 위동 배표를 사기 위해 두세 달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고 터미널 앞에는 언제나 배표 구입을 위한 긴 줄이 만들어졌다.

배표 사기 위한 기나긴 줄 진풍경

초기 운임을 결정해야 했던 위동항운은 여객에서 50%, 화물에서 50% 정도씩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운임 설정을 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인 수익구조가 화물 쪽으로 기울면서 이제는 화물과 여객의 기여도가 화물 : 여객 = 75% : 25%로 전환되었다.
컨테이너 하나 실은 것이 승객 6-7명 실은 것과 똑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백두산항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한·중 카훼리 항로가 인천항에서 기항해서 중국의 산동 반도 지역으로 몰려가는 현실에서 유독 우리나라 동해에 위치한 속초에서 출항, 중국 동북3성으로 향하는 이 카훼리 항로는 동춘항운에서 운항 중이다. .
2000년 4월 28일 출항한 꿈의 백두산 항로는, 그러나 운항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10월 26일 부도를 맞았다. 가장 중대한 이유는 ‘과다 투자’. 한·중 회담에서 항로가 결정되는 우리나라 서해안에 걸쳐 있는 항로 대부분이 국가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선박을 항로에 투입하면 되는 시스템이었지만, 백두산 항로의 경우 항로 개설 전제조건이 자체 터미널을 설립한다는 것. 빈약한 재정을 가졌던 지방자치단체와 해양수산부 어느 곳도 속초에 터미널을 건설할 만한 여력은 없었다.
결국 터미널 건설에만 50억 원을 쏟아 붓고, 항로 운항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속초항에 예선 시스템 등을 들여오는 모든 과정들이 돈을 필요로 하였다. 또한 사업 파트너인 러시아측 운송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열악한 상태에서 영업 활동에 들어가 이로 인한 어려움도 상당했다.
결국 출항 6개월 만에 동춘항운은 97억 원의 빚을 지고 부도를 맞게 되었다. 상황 자체는 어려웠지만, 한국, 중국, 러시아 등 3국간 물적 인적 교류를 위한 특수항로라는 것이 법원에 설득력을 띠어 2001년 5월 4일 법정관리 인가를 받았다. 동춘항운은 법정관리를 진행하면서 원래 인원의 1/3 정도가 회사를 떠나는 등 구조 조정을 거치게 되었고, 떠난 사람들의 업무를 남은 27명의 사람들이 떠 안게 되면서 업무량은 가중되었다.
또한 올 초 두 건의 선박 사고로 ‘10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 상황이 조금씩 호전되어 7, 8월에 약간의 흑자를 본 것이 그나마 동춘항운에는 위안이다.
앞으로 상황도 호전되어 현재 한 달에 200TEU 정도 실려나가는 화물이 올 연말 정도에는 450TEU 정도로 증가하지 않을까 기대도 걸어 본다.

백두산 항로 원래 북한 경유케 되어 있어

사실 백두산 항로는 1993년부터 준비에 들어가 7년이라는 긴 준비 기간을 거친 항로이다. 처음에는 속초-나진-훈춘을 목표로 항로 개설을 추진하였다. 특히 훈춘, 연길 지방에 조선족들이 많이 살면서 훈춘시가 항로 개설에 발벗고 나섰다. 북한측과도 어느 정도 이야기가 잘 진행되고 있던 찰나에 금강산 항로가 터져 나오면서 결국 북한을 거쳐 가는 것은 유야무야(有耶無耶)되었다. 그랬기에 동춘항운은 아직도 초창기 항로에 미련이 많다. 처음 추진했던 나진, 선봉지구는 ‘나선시’로 불리며 외국인들이 체류하고 있는 경제특구이다. ‘나진 선봉’지역으로 항로가 열렸다면 북한 개방화에 일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동춘항운 측의 생각이다.
북한 출신의 조선족들이 연변에 모여 살고 있어 이들의 고향 방문은 별다른 제지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터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햇빛정책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아있다.
현재 카훼리 업체가 감당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 중 하나가 중국인들의 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다. 중국인들의 여행 자유화는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로 뭐라고 논할 수는 없지만, 항로라고 하는 것이 쌍방간 흐름이 이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실은 주로 한국인들만 일방적으로 오가고 있는 형세를 띠고 있다. 불법 체류 등의 문제로 중국 조선족들이 한국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상당 금액의 예치금을 여행사에 넣어 두고 나와야 하기에 자금의 여력이 없는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직까지 자유 여행은 꿈만 같은 소리일 뿐. 그렇기에 이번 2002 월드컵을 치르면서도 정부에서 소리 높여 ‘중국 특수’를 외쳤지만 현실을 빤히 알고 있는 업계의 냉소만 샀을 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카훼리 항로에 컨테이너선 투입 허용은 연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카훼리 업계에서 터져 나온다. ‘카훼리’항로가 그 본래 의미대로 자동차를 싣고 양국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카훼리 선사들도 충분히 운영 수지를 맞출 수 있겠지만, 중국인들의 여행 자유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카훼리 선사들은 ‘여객+화물’ 선사로 꾸려 나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객만으로 수지를 맞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상황에 따라 뛰어난 유연성 지녀

한·중 합작이 대부분인 카훼리 선사들이 겪어본 중국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는 것. 그들의 필요에 의해 어떤 정책을 실행한다고 결정을 하고 일단 시작만 하면 엄청난 추진력을 가지고 밀어 부친다. 때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법’까지 바꾸어 가면서 일을 추진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본 사람들에 비해 사업상 겪어본 기간이 짧기에 중국의 속내를 정확히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역사이래로 간직해온 ‘대국의 자존심’이 있어 이 자존심을 잘 지켜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중국이 사업을 배우는 단계라 가르쳐 주어야 할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대하고 솔직하게, 투명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형성이 되면 ‘간도 쓸개도 다 빼 줄’ 정도로 감정적인 사람들이 중국사람들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기에 중국인들과 일을 진행시킬 때는 ‘빨리 빨리’의 습성을 접어 놓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끝>
글·백현숙기자 (hspaek@shipschedule.co.kr)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0/250

확인
맨위로
맨위로

선박운항스케줄

인기 스케줄

  • BUSAN HOCHIMINH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Pegasus Proto 11/28 12/03 Pan Con
    Pegasus Proto 11/28 12/03 Dongjin
    Kmtc Pusan 11/28 12/05 Dongjin
  • BUSAN SHUAIB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Hmm Raon 11/30 01/02 Yangming Korea
    Kota Satria 12/05 01/09 PIL Korea
    Hakata Seoul 12/06 01/05 KOREA SHIPPING
  • BUSAN CHITTAGONG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Mogral 11/28 12/28 KOREA SHIPPING
    Ym Warmth 12/03 12/26 Yangming Korea
    Star 12/03 12/27 SEA LEAD SHIPPING
  • BUSAN JAKARTA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Kmtc Haiphong 11/28 12/09 KMTC
    Wan Hai 288 11/28 12/17 Wan hai
    Incheon Voyager 11/29 12/12 KMTC
  • BUSAN SEMARANG

    선박운항스케줄 목록 - 선박운항스케줄목록으로 Vessel, D-Date, A-Date, Agent를 나타내는 테이블입니다.
    Vessel D-Date A-Date Agent
    Wan Hai 288 11/28 12/19 Wan hai
    Ym Certainty 11/30 12/19 Wan hai
    Wan Hai 293 12/01 12/12 Wan hai
출발항
도착항

많이 본 기사

광고 문의
뉴스제보
포워딩 콘솔서비스(포워딩 전문업체를 알려드립니다.)
자유게시판
추천사이트
인터넷신문

BUSAN OSAKA

선박명 항차번호 출항일 도착항 도착일 Line Agent
x

스케줄 검색은 유료서비스입니다.
유료서비스를 이용하시면 더 많은 스케줄과
다양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