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27 13:01
기획취재 / 물류공동화사업 어디까지 왔나 급변하는 물류환경 효율적 대처 관건 ‘물류공동화사업’
급변하는 물류환경 효율적 대처
물류기업간 상생, 경쟁력제고… 물류수준한단계 업그레이드
물류공동화를 축으로 하는 산업공동물류단지에 대한 전국가적인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국가물류비를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 대규모의 공동물류단지 조성은 필수 사업으로 인식되어 정부주도의 적극적인 지원이 펼쳐지고 있다. 허나 개별기업은 운영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정작 물류공동화의 추진은 요원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공동물류단지조성 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하며 성공적인 물류공동화의 패러다임을 일면 제시하는 듯한데, 공동물류단지 그 성공의 청사진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물류공동화 선결과제는 ‘개방적 인식’ 전환
우리의 물류수준을 판가름하는 데 쓰이는 척도 중에 ‘국가물류비 현황’을 들 수 있다. 2001년 기준으로 한국은 일본, 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물류비 수치를 기록하며 물류공동화·표준화의 이상적인 실현에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국내 물류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물류공동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정보 공유의 기피’다. 전통적인 기업윤리에 얽매여 지나치게 경쟁관계에 집착하다보니 자사의 물류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는 최선책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물류산업 자체가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잡아 인식되기 시작한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고, 기업 내 물류부서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물류비를 정확히 산출해 그 효율성을 제대로 점검해 보지도 못했다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게다가 물류기업의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다단계알선 형태가 넓게 퍼져있어 물류효율화 달성에는 오히려 뒤처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어찌보면 현재의 우리 물류수준을 일천하기 짝이 없는 역사를 들먹여가며 비난만을 일삼는 듯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은 물류공동화에 대한 논의도 이 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아직도 ‘공동물류단지 조성이 중소기업의 존폐를 위협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한 이를 해소할만한 적절한 대안도 물류단지 조성 사업과 병행해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물류 ‘사각지대’ 못 헤어나
산업단지 공동물류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역시 물류공동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개별운송을 고집하고 있는 중소기업 물류비 절감의 유일한 해법을 ‘공동물류시스템사업’으로 인식하며 기업의 판매비와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특히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형태를 벗어나 서비스를 통한 이윤창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시대의 기업은 반드시 물류부문에서 최대한의 효율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물론 여기에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요구도 적지 않다. 단순하게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공동으로 창고나 센터를 운영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에 맞는 정보시스템을 도입해 변화하는 기업물류의 경향을 그대로 따라가야만 한다.
물류공동화·표준화·정보화를 통해 효율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산단공의 공동물류 지원사업 역시 여기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IT와 e-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 물류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내용들이다.
실상 이러한 사업의 배경에는 이미 얘기한 바대로 다단계 알선이나 물류정보공유의 기피, 개별운송 관행 등으로 인한 기업의 물류비 가중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성공적인 물류공동화의 운영모델이 부재하다는 데서도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체계적인 방법이나 절차 등이 여전히 미흡하고 공동물류화의 추진 주체가 불명확하다 보니 그 진전은더딜 수밖에 없다.
또한 자금력에 뒤처지는 중소기업은 물류공동화의 기치에 전혀 부합할 만한 능력과 대안없이 물류사각지대에 외롭게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표1참조)
여기에 최근 전자상거래, B2B 등 상류(常流)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지만 물류(物流)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종의 ‘물류지체현상’이 야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객들은 소량의 빠르고 잦은 서비스를 요구하는 데 반해 기업은 이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호 ‘Win & Win 물류’지향한다
산단공이 밝히고 있는 이상적인 공동물류의 조감도는 참여기업 모두의 ‘Win & Win 물류’다. 단순하게 많은 입주기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 이익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정보시스템 도입을 통해 물류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여기에 물류업무대행서비스를 가미해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하게 수행되는 시점에는 당연히 물류체계의 개선이 뒤따르게 된다.
화주의 비용감소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신장할 수 있고, 물류비 감소에 따른 제품의 동반 가격인하로 소비자 역시 경제적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차량의 이동감소에 따라 환경오염이나 교통혼잡 문제도 다소나마 해소될 수 있다. 유류비 절감에 따른 외화 지출 감소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입주업체로서는 창고의 운영과 관리에 들어가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반갑다. 또한 거래단계를 축소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는 전체 유통채널의 단순화가 이뤄져 물품의 가격인하가 가능해진다. 개별업체로는 불가능했던 수출입물류를 비롯한 물류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져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수혜라면 수혜다.
특히 산단공처럼 일반개인기업이 아닌 공신력있는 단체로부터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대규모 물류공동화 사업에 소극적인 업체들에게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 거래명세서나 세금계산서 등 상호간의 거래문서를 표준화·전산화함으로써 해당 부문의 인력을 줄일 수 있어 입주업체로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산단공은 이같이 참여업체인 물류업체나 화주업체 모두 Win-Win이 가능한 공동화 전략 및 시행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산단공 1차년도 사업 ‘긍정적’ 평가
4년 동안 총사업비 126억원이 들어가는 산단공의 공동물류시스템사업은 현재 1차년도(’01.6~’02.6) 사업을 마치고 2차년도 사업에 들어간 상태다.
1차년도 사업은 ’01.6월 해당 컨소시엄(현대택배, SLI, SK, NDS, 삼성테크윈 등)과 전략을 수립하고 시범사업운영용역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위탁 주간사업자인 현대택배가 올해 1월에 공동물류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이후 2월과 3월에 각각 창원과 시화에 공동물류센터가 개소된 바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산업단지 물류환경을 조사하고, 총 4차년으로 계획된 사업의 추진전략을 수립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정보시스템 개발을 중심으로 시화와 창원을 중심으로 공동물류사업이 시행되었다.
산단공은 현재 1차년도 사업 종료 후, 그 성과에 대해 “아직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동물류사업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영향을 미친 듯 하다. 기업물류(B2C, B2C)를 전담하는 3자물류업체들은 “그나마 부족한 고객(화주)마저 잃는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산단공 물류개발실의 김흥수 팀장은 “물류공동화 사업은 규모와 지역을 불문하지 않고 효율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어떤 업체의 입주도 환영하지만, 이 사업은 우리의 물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이라며, “입주업체와 3자물류업체가 좀더 냉정하게 사업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세한 물류업체로서는 새겨듣기 어려운 현실적인 지적일 지도 모르겠다. 높은 지입차율과 열악한 수익구조를 제대로 들여다본 셈이다. 실제로 물류산업에서 80%를 차지하는 중소물류업체는 40~ 60% 가량의 높은 지업차율을 보이고 있다. 창고 효율성 또한 60%를 넘지 못한다.
한편 시화와 창원을 중심으로 지역기반의 물류공동화를 시도한 1차년도 사업은 그 성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예로 H사의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한 납품물류 공동화(시화센터 140개사, 창원센터 30개사)가 원활하게 이뤄진 바 있으며, 산단공은 여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저렴한 임대료가 입주기업의 물류비 절감에 기여한 부분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창고투자에 대한 부담 감소는 물론이고 계절적인 수요변동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공동보관의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물류공동화의 미래 ‘백화점’
올해 6월말을 기준으로 산단공이 관할하는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는 총 14,991개사로 가동업체 13,013개사를 제외하면 1,978개사가 휴·폐업 및 건설중이거나 미착공업체다.
가동업체의 업종별 분포를 살펴보면 기계업종이 41.2%, 전기전자 14.7%, 석유화학 10.4%, 운송장비 7.0% 등으로 이들 4개 업종이 전체가동업체의 73.3%를 차지하고 있다.
총면적 262,224천㎡의 규모에 178,366천㎡(68%)가 산업시설구역으로 마련돼있다.
이미 시화와 창원을 중심으로 진행된 공동물류시스템 시범사업은 결국 이들 산업단지의 유형을 ‘백화점’ 개념의 물류단지로 조성하기 위한 준비 단계인 셈이다.
김흥수 부장은 물류단지의 백화점화는 곧 부지와 건물을 개별적으로 마련하기 힘든 우리 물류산업이 지향해야 할 컨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조, 생산, 유통, 운송, IT 등 여러 산업군에 속하는 업체들이 일정한 컨소시엄 형태를 축으로 물류공동화를 달성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명하고 빠른 길이라는 말이다.
한편 2차년도 사업에 들어간 공동물류 지원사업은 한익스프레스를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했다.주관사업자인 한익스프레스가 산업단지간 공동수배송사업 및 IT개발을 총괄하고 NDS와 SLI가 종합물류정보시스템 고도화를 담당한다.
한익스프레스 측은 산업자재의 공동물류와 3자물류 경험을 토대로 OK-NET과 연계하여 화물위치추적 모바일서비스 운영경험에 큰 장점을 갖고 있다.
한익스프레스는 “공동물류와 기업물류의 경험이 풍부해 그만큼 시행착오의 가능성이 낮고, 컨소시엄을 이룬 기업들 역시 물류 각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며 사업의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산단공 역시 이러한 용역업체 선정에 있어 정부관련기관, 협회, 물류업체의 전문가드로 구성된 세밀한 심의과정을 거친 만큼 주관사업자의 수행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허나 사업규모가 많은 자금과 시간을 요하는 만큼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물류센터 조성사업을 통해 발생되는 물류기기 수요나 고용창출도 그다지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이즘에서 공동물류화에 대한 인식도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주관사업자나 입주사업자 역시 날로 고도화되는 물류산업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물류산업 역시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도록 점점 더 전문화·고도화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이러한 노력들이 하나로 결집될 때 만이 진정한 물류공동화의 효과도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글·조현주기자(hjcho@ksg.co.kr/물류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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