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8-14 09:48

미국의 이라크공격과 세계해운경기 파급영향

미국 9.11테러직후 각국 정부는 미국의 아픔을 동정하는 듯 했다. 대다수 미국인은 이를 ‘미국의 정의’에 대한 세계의 전폭적 지지로 해석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최근 이라크를 공격하겠다며 2차 걸프전을 시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와반대로 유럽과 제 3세계 국가들이 오만한 미국을 대하는 경계성은 늦춰지지 않고 있다.
“유럽인들을 하나로 묶는 유일한 접착제는 미국에 대한 집단적 우려다.”“미국은 자신의 국가 이익과 글로벌 차원의 이해를 혼동하기라도 한양 다른나라는 아랑곳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는 평가각 이 지역 학자와 언론들 사이에 지배적이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미국의 일방주의와 국제법에 대한 입장차에서 빚어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지구온난화문제를 다룬 교토의정서 탈퇴,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위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협정 탈퇴, 대인 지뢰 금지협약 반대, 최근의 국제형사재판소(ICC)창설 반대 등 유럽의 불만의 리스트는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유럽인이 보기에 가장 심각한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동은 부시 정부가 필요하다면 단독으로라도 이라크를 공격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탈냉전이후 보편적인 규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추구해 온 유럽인들은 미국의 선제공격 독트린과 독자행동 노선에 경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견해차는 앞으로 수년간 대서양 양안의 관계를 신경질적으로 만들 수 있는 깊은 원칙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유럽은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의 궁극적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서로 반대편에 서 있다.
우리는 1990년 8월 2일 페르시아만에서 발발한 걸프전을 전사(戰史)로서가 아니라 20세기 해운사(海運史)의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직후 미국은 즉시 걸프지역에 대한 병력(다국적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이 걸프전을 준비하는데 놀랍게도 6개월이 소요됐다. 그러면 이렇게 장기간이 소요된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Carol R. Camphell은 한마디로 물자와 인력을 수송할 미국적 선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한다라고 인용하면서 해양수산개발원 강종희 선임연구위원은 걸프전의 교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시 상황이 너무나 급박해 미국 정부는 심지어 제 2차 세계대전 및 한국전에 투입됐던 계선된 노후 선박의 재 취항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이들 선박은 대부분 낡아서 일부는 침몰하고 또다른 선박은 출항후 대서양상에서 예인돼 항구로 되돌아 왔다.
설상가상으로 고물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미국 선원조차 항구로 되돌아 왔다.
결국 유럽등지에서 선박을 긴급히 용선했고 이때 수송한 인력과 물자는 사상 최대로 군인이 52만5천명이고 군수물자는 1천50만중량톤에 이른다.
이 물자 중 미국으로부터 424만톤을 수송했으며 여기에는 총 312척의 선박이 투입됐다. 이외에도 유럽으로부터 220만톤, 그리고 아시아지역에서 9만톤등이 수송됐으며 이러한 해상수송에는 많은 민간선박이 참여했고 우리나라 선박도 투입됐다.
즉, 전시 미군사령부는 전체 군수물자의 29%를 민간선사가 수송토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 선사가 수송한 컨테이너화물 중 81%는 미국선사가 수송했으며 더욱이 주요 군수물자는 미국적 선박이 운송했다.
미국은 걸프전을 계기로 지난 1996년 해운안보법(Maritime Security Act)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은 법 목적이 명시하듯 국가방위 및 기타 안보소요를 충족시키고 국제해운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사목적에 유용한 민간 상선대를 확보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이 법에 의해 해운안보선대로 지정된 선박은 1996년 230만달러, 그 이후부터 매년 210만달러씩 지원금을 받는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을 대가로 지정계약자는 전시 또는 국방장관이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 12년전에 일이다. 필자가 해운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으로 재직시 걸프전이 국제해운경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해운항만청에 제출했던 보고서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해운경기도 상승기에 있어 이는 새로운 해상물동량 수요 증가로 해운경기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았고 실제로 MRI지수가 사상최대인 400대를 상회하는 호황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은 상반된 상황이다. 이 지구상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을 부시 정부는 금년 12월을 D데이로 정해 놓고 강행하려고 준비중이다. 미국의 NYT紙도 “이라크 戰 美에 전혀 도움 안돼”라는 사설을 통해 부시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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