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25 17:41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대한 논의수준은 한-일 FTA 등에 비해 진척이 훨씬 더딘 편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다.
이는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대기업 154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바람직한 협정체결 대상국(복수응답)으로 36.8%가 미국을 꼽았으며 중국 29.3%, 동남아 12.6%, 일본 8.0%, 중남미 6.9%, 유럽연합(EU) 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 권영민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미국시장의 규모가 세계 최대이고 경쟁이 심한 시장이어서 FTA 체결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전경련, 무역협회 등을 주축으로 한.미재계회의 등을 통해 민간 분야에서 논의가 전개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지난해 10월 상원 재무위원회의 요청으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FTA가 체결될 경우 2005년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69% 증가시키고 미국은 0.23% 늘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이는 국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와 큰 차이는 없었다.
이런 경제적인 효과이외에 FTA체결은 양국간 정치 안보적인 협력 분위기도 제고 시킬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러나 FTA 체결 이익이 모든 산업에 고르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개방에 민감한 농업의 경우 농민들의 반대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자동차, 화장품, 섬유, 신발업계 등은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양국 정부도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국대사는 작년 12월 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한국 무역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FTA체결 진척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은 칠레, 싱가포르 등과의 협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한국과의 FTA는 아직 정부 의제로 올라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수출 경쟁력은 벌써부터 위협받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플라스틱 배관자재, 휴대폰 액세서리, 신발, 합성섬유직물, 철강 등 품목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벌써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멕시코, 캐나다 등의 제품에 NAFTA 발효이후에 우리 제품이 밀리고 있는 추세다.
NAFTA에 가입한 국가들은 관세를 물지 않는 반면 한국산은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물류비에다가 관세까지 물고 있으니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직물업체인 D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NAFTA 발효이후 멕시코 등지에서 무관세로 직물이 미국에 수입되는 반면 우리는 7∼15%의 관세를 물고있다"며 "경쟁력 상실로 시장을 점차 잃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도 지역주의의 확산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FTA 체결을 위해 무엇보다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칠레 FTA 논의는 지난 98년 11월5일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이를 공식 의결하고 칠레를 협상대상국으로 정하면서부터 시작됐으나 아직까지 지지부진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인교 연구위원에 따르면 양국간 FTA가 체결되면 연간 후생수준이 9억6천만달러, 수출은 6억6천만달러 개선되고 수입은 2억6천만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양국 정상이 99년 9월 협상개시에 합의한 이후 같은해 12월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1차협상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4차례의 협상이 진행됐다.
정부는 15개 관계부처와 10개 연구소, 유관단체의 실무자 130여명을 5개 작업반, 13개 세부 분과로 나눠 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칠레산 사과, 배, 포도 등을 자유화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함에 따라 협상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양측이 고위급협의를 통해 활로를 찾자는 취지에서 2월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농림부가 사과, 배 등에 대한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는 한 급진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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