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발령되면 내항화물운송사업자가 구매하는 연료비를 기존 유류 세액 한도를 넘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4일 발의된 해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10월1일 제439회 정기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안해운 현장을 오래 지켜본 필자로서는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의 한계는 분명했다. 내항화물운송사업은 유류비가 운송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데, 현행 유류세 보조금은 고시인 지급 지침에 따라 경유에 한정해 지급돼 왔다. 게다가 보조단가가 현행 유류세에서 2001년 당시 유류세를 뺀 금액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면 보조단가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였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유가연동 보조금 역시 법적 근거 없이 경유 사용 선박으로 한정돼 있고, 경유 가격이 특정 가격을 넘으면 보조단가가 더 오르지 않게 된다. 연료비 부담이 가장 커지는 순간에 국가의 지원이 오히려 줄거나 멈추는 셈이다.
지원의 공백은 중유 사용 선박에 집중돼 있었다. 연안 화물선 1908척 가운데 중유 사용 선박은 719척으로 경유 사용 선박(527척)보다 많고, 올해 2월 대비 6월 과세 중유 가격은 78.3% 상승해 경유(33.4%)의 두 배를 넘었으며, 이로 인한 피해도 경유 사용 업계가 월 32억원인 데 비해 중유 사용 업계는 월 144억원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정작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선박이 제도권 밖에 놓여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개정법은 해양수산부장관이 ①경유뿐 아니라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교육세의 인상액 상당액과 ②「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제23조에 따른 자원 안보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 내항화물운송용 선박을 운항하기 위해 구매하는 유류의 구매 비용을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유류세 보조금’을 ‘유가보조금’으로 바꿔 신설 보조금에도 지급절차·환수·지급정지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도록 했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과의 형평을 위해 2026년 5월 29일 이후 구매한 유류분부터 적용하는 적용례를 뒀다.
필자는 개정법의 입법 목적과 수단 모두 정당하다고 생각하며 본 입법에 적극 찬성한다. 영세한 연안선사가 운항을 줄이거나 멈추면 그 피해는 섬 주민의 생필품 공급 차질과 국가산업물자 운송 제한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화물자동차에 대해서는 이미 같은 취지의 개정법이 5월29일부터 시행되고 있었으므로, 같은 국내 물류망의 한 축인 연안해운을 달리 취급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곧바로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자원 안보 위기 경보는 3월 ‘관심’에서 ‘주의’, ‘경계’로 격상됐다가 6월30일 다시 ‘주의’로 하향되는 등 단계가 수시로 바뀌었다. 하위 법령에서는 경보 단계별 지원 수준, 지원 개시·종료 시점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실제 연료 구매·사용량과 운항 실적에 기반한 신속한 지급·정산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연료비 지원 입법 외항화물운송사업자 확장 필요성
나아가 필자는 이번 입법의 문제의식이 외항화물운송사업자에게도 확장돼야 한다고 본다. 해운법상 외항선사(외항화물운송사업자)는 위기 시 연료비 급등에 대응할 국가의 법적 지원책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그러나 자원 안보 위기 경보의 발령 기준 자체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석유 수송 경로 차질 등 해상수송로의 위기를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는 점이 보여주듯이, 자원 안보 위기란 곧 해상운송의 위기다. 원유·액화천연가스(LNG)·곡물을 실어 나르는 국적 외항선이 위기 국면에서도 멈추지 않고 운항하는 것 자체가 자원 안보의 핵심이다.
외항 구간에서 사용하는 유류는 유류세 환급 대상이어서, 세액 보전을 출발점으로 하는 현행 지원 모델은 애초에 외항화물운송사업자에게 맞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외항운송사업자에 대한 입법은 내항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따라서 ①국가필수선박이나 원유·LNG·곡물 등 전략물자 수송선을 우선 대상으로 하되 ②해운법에 직접적인 보조 근거를 신설하되 그 외에도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한 유동성 공급·보증 등 금융 수단을 병행하고 ③다른 업계의 보조금 지원 형평성 등을 고려해 엄격한 요건에 따라 한시적·위기연동형 구조로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해운법 개정은 석유 위기 대응과 자원 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해운업의 지속성을 처음으로 직접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안화물선과 외항화물선은 결국 같은 공급망의 양 끝에 있다. 필자는 내항에서 시작된 법적 지원책이 외항까지 이어질 때, 연료 가격의 충격이 국민의 생활과 산업 공급망으로 번지는 위험을 비로소 온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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