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중동 전쟁발 유가 급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 해운기업들은 화주사 측에 고통 분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양창호 상근부회장은 해양수산부 출입 해운기자단과 만나 “선박 연료비가 전체 운항비의 60%를 차지하는데 가격이 최근 3배 급등하면서 선사들의 손해가 막대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선박 연료로 쓰이는 벙커C유의 가격은 2월까지 450달러대에 머물다 중동 전쟁 이후 1300달러 선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연료 가격이 급등하자 연안해운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은 육상처럼 선박용 경유에도 최고가격제를 적용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양 부회장은 “내항과 달리 외항 선박은 전 세계에서 연료를 급유하기 때문에 선사들은 시장 가격에 맞춰서 고스란히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등의 유조선을 제외하고 주요 선종의 운임이 크게 오르지 않았거나 떨어진 상황에서 연료비 급등으로 선사들의 경영 수지가 크게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컨테이너선사들은 EBS(긴급유가할증료) 같은 부분으로 비용을 일부 보전받고 있지만 벌크선 등의 다른 선종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선사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완화하고자 포스코나 한전 현대제철같이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대형 화주에게 고통 분담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고립 선원에 별도 보상 필요
양 부회장은 아울러 현재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에 고립돼 있는 국적선 26척에 타고 있는 우리 선원들에게 추후 별도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전쟁 위험 구역에 있는 선원들은 통상임금의 100%를 위험수당으로 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26척의 선박에도) 그대로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피로 누적 등 선원들의 애로가 크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해결돼서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오면 협회 차원에서 보상을 일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또 “중동 사태와 카타르의 LNG 공급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 등으로 해운이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경제 안보 산업이란 명제가 명확해지고 있다”며 “국민경제 안보를 확립하기 위해 국적 선대 확대와 국적선 적취율을 높이는 정책을 법제화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발 물류대란 이후 현재 100만TEU 안팎인 국적 컨테이너선단을 200만TEU까지 증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기존 필수선대를 2배 이상 늘려서 전략상선대로 개편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전략상선대를 두고 “필수선대처럼 평시엔 일반 화물을 수송하고 전시나 유사시엔 국가에 징발돼서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선박”이라고 정의하면서 “다만 제정법의 성격상 예산 당국을 설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략상선대에 승선하는 선원들의 신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시에 국가에 동원되는 선박이기에 전략상선대를 타는 선원 신분을 민간인이 아닌 군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양 부회장은 “전략상선대에 승선하는 전략 해기사를 육성하는 단계부터 아예 사관생도 자격을 부여해서 의무를 수행하게 하고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다”면서도 “선원 문제를 다 해결한 상태에서 전략상선대 법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 제도를 도입하고 그와 관련한 전략 해기사 등의 (승무원) 문제는 또 다른 법에서 논의해야 할 거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현재 필수선대는 평시엔 8명의 해기사만 한국인으로 태우고 부원은 외국인으로 태우다가 비상시엔 부원까지 한국인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략상선대는 부원 예비군 같은 제도를 둬서 평소엔 보상안을 마련해 예비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가 유사시에 동원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회장은 국적선 적취율 제고 정책과 관련해 “컨테이너화물뿐 아니라 원유 LNG 철광석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에너지의 국적선 적취율이 50% 미만인 상황은 경제 안보적으로 굉장히 위험하다”며 “중요 에너지 화물을 시장 원리로만 판단해서 외국 선박에 맡기는 관행을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에너지 물자인 LNG의 국적선 적취율은 2020년 53%(27척)에서 2024년 34%(13척)로 급락했고 2029년엔 12%(4척)까지 떨어진 뒤 2037년 0%가 될 걸로 우려되고 있다.
해운만을 위한 기념일 제정돼야
양 부회장은 해운의 날 부활도 시사했다. 해운의 날은 해운항만청 시절 도입된 국가기념일이다. 1977년 3월13일 해운항만청 개청 1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뒤 1995년까지 19년간 유지되다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하면서 바다의 날(5월31일)로 통합됐다.
양 부회장은 “해운의 날과 어업인의 날을 통합해 바다의 날을 제정했는데 이후 수산인의 날이 다시 만들어지고 선원의 날도 분리됐다”며 “수산과 선원 기념일이 빠져 나갔는데도 바다의 날은 100% 해운산업을 위한 기념일이 아니어서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 해운기업들에게 주는 해운의 탑 시상도 이날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의견이란 점을 전제로 “바다의 날에 어느 누구도 해운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며 “해운이 날을 다시 만들어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5대양 6대주를 누비며 생필품과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해운산업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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