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전진하고 한 단계 성장하는 KYL을 지향합니다.”
새해부터 18년차에 접어드는 케이와이엘(KYL)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 몽골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다. 김명진 대표는 대외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진 물류시장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전문가들과 함께 변화의 파고를 넘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5년간 북방물류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연달아 겪으며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가 내려진 가운데 중국이 저렴한 물품 가격과 지리적 이점을 무기 삼아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의 경쟁 환경도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기존에 가장 많이 이용되던 TSR(시베리아횡단철도) 운송 루트가 중단되자 우리나라 물류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안 찾기에 나섰다.
KYL도 예외는 아니다. 철도물류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이 회사는 최근 화물차 운송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특수화물 운송 경험이 빛을 발했다.
“전쟁 이후로는 웨건 수급도 어렵고 철도 벌크화물 운임도 급등했어요. 그래서 중국에서 트러킹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인천과 군산에서 훼리를 이용해 중국으로 옮긴 뒤 트럭 운송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로 향합니다. 선박과 중국 항만 측에서 중량을 제한하는 게 걸림돌이 되는데 이때 저희만의 노하우로 중장비를 분해·재조립해 싣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어요.”
김명진 대표는 “이제 트러킹 운임도 올랐지만 중국 트럭 운송은 철송을 이용하는 것보다 통관 절차가 간단해 시간이 단축된다”고 이점을 설명했다. TSR을 이용하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화물을 실을 때 중장비 화물의 SL(화물 고정 계획서)을 확인하는 과정이 2~3주 걸리지만 트럭 운송에선 이 과정이 생략된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기준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 달에서 두 달까지 소요되던 기간이 중국에서 트럭을 통해 운송하면 한 달 이내로 줄어드니 수입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죠.”
화물차를 이용하면 화물에 스크래치가 덜 생긴다는 점도 이득이다. “기존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쇼링(고정)을 할 때 아무리 보강제를 덧대더라도 고박이 최우선이라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는데 트럭은 그게 없어서 오히려 화물 상태는 더 좋아졌어요.”
김 대표는 지금까지 기존 물량을 바탕으로 견실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시장 환경이 점차 녹록지 않게 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완제품 생산공장 대신 조립공장을 현지에 구축한 뒤 CKD·DKD(반제품) 방식의 수출로 관세를 낮추고 현지 재고 부담을 줄이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개발되고 발전되면서 앞으로 시장은 커지겠지만 중국 제품으로 시장 점유율이 많이 넘어갔다”면서 “한국 기업의 물량이 줄고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특수화물 노하우 앞세워 삼국간 운송망 확대
오랜 특수화물 운송 경력을 바탕으로 KYL은 올해 3~8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샤힌 프로젝트에서 물류를 담당하면서 매출 실적을 올렸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이 투입된 만큼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호사다마일까. 김 대표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좋은 기회였는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져 무척 고생했다”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풀었다.
| ▲샤힌 프로젝트에 사용될 중량물을 운송하고 있다. |
“울산에 사일로(저장시설)가 지나야 하는 길목에서 송유관이 터졌어요. 당시 공사 관계자의 실수로 일이 벌어졌다는데, 대형 장비들은 정부 허가를 받고 지정된 시간에만 도로를 통행할 수 있거든요. 대안을 찾는 동안 중량물을 부두에 둬야하니 보관료는 발생하지, 우회 도로로 가야하니 운송료는 오르지, 허가도 새로 받아야 하지, 애를 먹었죠. 워낙 대형 프로젝트인데 현장 공정이 밀릴 순 없으니 진땀을 뺐어요. 다행히 사방에서 협조를 받아 늦지 않게 무사히 해결했습니다.”
KYL은 주력인 북방물류시장과 중량물 운송 외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물류 수요가 집중된 중동 지역을 찾아 파트너들을 만나며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간 축적한 통관·운송 실적을 바탕으로 물류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현지 업체들과 손잡고 물류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특히 두바이-오만, 두바이-이라크 등 중동 지역 삼국 간 운송 사업 확대에 주력한다.
김 대표는 “국내 중고차와 중고 장비는 해외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 점을 활용해 장비를 두바이로 보내 수리한 뒤 이라크로 넘어가는 방식의 수출운송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바이는 수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장비가 재탄생하더라”면서 “현지 바이어들과 협력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출 경기가 침체된 만큼 수입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특수 종이, 수산물, 각종 장비 같은 특수화물을 중심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물류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내년엔 현지 파트너와 함께 사업 역량을 강화해 실적을 늘리려고 합니다.”
한편 김 대표는 오랜 기간 특수화물을 전문으로 운송하다보니 제도적으로 아쉬운 점도 보인다고 토로했다. 컨테이너 규격을 초과하는 화물을 플랫랙(FR) 컨테이너로 수출할 때 터미널에서 선반입을 허용하지 않아 이를 해결하려면 추가 물류비가 발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중고 차량의 경우 터미널 반입 후 수출면장(수출신고필증) 발급이 가능한데, 오버사이즈 중고 차량을 FR 컨테이너에 실어 선적을 진행하면 터미널 반입 가능 일정보다 서류 마감 일정이 빠르다 보니 진행에 상당한 애로가 있다고 전했다.
“터미널이 워낙 복잡해 관리가 어려운 FR 컨테이너를 받아주지 않아요. 상황이 그렇다 보니 선적을 기다리는 동안 일반 야드로 이동해 적치되는데 이때 이동비용과 보관비용이 적잖이 발생합니다. 항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올라가 물류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터미널 운영사들이 특수화물 컨테이너 전용 섹터를 만들어 운영한다면 중량물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포워딩 업체들이 한결 수월해질 거란 바람이 있습니다.”
변동 없는 맨파워, 회사의 원동력
2009년 1월에 출범한 KYL은 2026년 1월7일이면 창립 17주년을 맞는다. 창립 멤버이자 공동주주인 김상진 이사, 유정옥 이사와는 1998년부터 인연을 이어오며 28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이들과 신뢰로 손발을 맞춰 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우 전쟁이 겹치며 경영 환경이 악화됐던 시기에도 해외법인과 지사의 규모를 줄이지 않고 직원들과 한솥밥을 먹는 선택을 했다.
| ▲왼쪽부터 유정옥 이사, 김명진 대표이사, 김상진 이사 |
대표인 자신만 욕심내지 않으면 좋은 사람들과 오래 갈 수 있다는 게 김명진 대표의 신념이다. 사장실에는 이를 되새기듯 ‘초심을 지키는 KYL, 나눔의 가치를 아는 KYL, 내일을 창조하는 KYL’라는 사훈이 걸려 있다. 그는 “욕심을 내면 조직을 극대화하고 양적 팽창을 하는 게 맞지만 우리 안에서 잘 나누고 잘 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는 바람은 못 막아도 돛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어요. 바람을 정면으로 뚫고 갈 수도, 빗겨갈 수도 있죠. 매 순간의 판단이 성패를 좌우할 수 있지만 외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함께 결정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김 대표는 회사가 가진 ‘맨파워’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직원들이 빠른 의사결정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회사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란 믿음이다. 그는 출근이 즐거움이 되고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장이 될 수 있도록 수직적이고 수동적인 분위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엔 경기가 어렵다고, 앞이 안 보인다고들 합니다. 다들 무탈하고 건강하게 사업이 잘 되길 바랍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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