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만건설 시장이 7년 후 1.7배 성장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항만협회 해외항만개발협력지원센터는 글로벌 항만개발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1648억달러 규모였던 항만건설 시장이 2032년에는 2751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컨테이너선박 대형화와 세계 교역량 증가에 따라 해운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항만 개발 수요가 늘고 건설 프로젝트 투자도 증가할 거란 평가다.
한국항만협회는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의 자료를 인용해 최근 항만개발 시장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글로벌 교역량 확대 ▲에너지 전환 수요증가와 오프쇼어 개발 활성화 ▲경제회랑 개발 및 지역 간 운송 연계성 강화 움직임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항만개발 패턴 변화 가속화 ▲지속 가능한 친환경항만 개발 확대 ▲기술 혁신에 따른 스마트항만화 등을 꼽았다.
선박의 대형화, 효율성 향상, 환경규제와 친환경항만 요구 등 대내외 요인에 따라 전 세계 주요 항만들은 항만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양새다. 총 항만건설 시장 가운데 항만 현대화에 따른 개발에는 2024년 약 1040억달러가 투입됐다. 항만 투자가 연평균 6.5%씩 성장하면서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170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협회는 대형 컨테이너선 기항과 스마트항만 기술 구축 추세에 맞춰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엔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국제해운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환경 정책을 내세우면서 전 세계 항만들은 친환경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사용을 증대하고 친환경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으며, 친환경 건축자재를 사용하는 녹색항만 건설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항만협회는 이 같은 친환경항만 건설·운영이 생존을 위한 필수 의무라고 평가했다.
항만 형태별로 나눴을 때 가장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은 연안항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061억달러였으며, 연평균 7.1%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되면 7년 후인 2032년에는 1817억달러에 달할 거란 전망이다. 연안항만은 전 세계 교역량 증가와 선박의 대형화, 전자상거래 성장에 따른 항만 인근 물류센터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가장 활발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해운 물량이 급증해 시장을 주도했다.
한편, 협회는 내륙항만이 연안항만의 혼잡도를 줄이고 도로운송에서 발생하는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어 최근 유럽에서 중요성을 주목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시장 규모 395억달러였으나 6.2%의 성장률로 2032년에는 637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
해사물류통계 ‘항만 형태별 시장 현황 및 전망’ 참조)
컨테이너터미널 개발 시장은 연평균 7.4%의 높은 성장률로, 화물 운송량 증가에 맞춰 관련 인프라 확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스마트항만 기술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이란 평가다. 지난해 761억달러가 투입됐으며, 추후 2032년에는 1335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가 차원에서 항만 주도 산업개발 정책을 추진하는 인도는 항만건설 프로젝트에 9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부상한 인도는 운송망 주도권을 확보하고 메가 항만으로 성장하고자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 2032년 항만개발 1위 전망
현재 항만개발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북미 지역이지만 2032년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이를 추월할 전망이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는 507억달러, 동남아시아는 440억달러를 각각 항만개발에 투자해 1·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향후 동남아 시장은 799억9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해 782억달러의 북미 시장을 따돌릴 걸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북미 항만개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5.7%, 동남아 시장의 성장률은 7.8%였다.
한국항만협회는 동남아 지역 국가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신규 항만 개발, 무역 인프라 확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해운 물량 급증에 따라 항만 확장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고, 경제성장 속도에 상응해 신항만 건설이 여타 지역에 비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동남아 지역의 항만 현대화 시장은 7.5% 성장률을 보이면서 2032년에 520억달러로 커지고, 신규 건설 시장은 8.2% 성장률로 27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남아에서 항만건설 투자가 활발한 국가는 올해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순이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환적항만인 싱가포르항에 지속 투자하며 해운산업을 주도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항만인 투아스항은 메가포트로 개발하고 있으며, 총 200억달러를 투입해 2040년까지 자동화 크레인과 인공지능(AI) 물류 지원 시스템을 구축, 연간 6500만TEU의 처리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싱가포르 항만당국은 투아스항의 연결성을 높이려고 내륙항만인 주롱항 확장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말레이시아 포트클랑항과 인도네시아 탄중프리옥항은 환적 위주의 항만인 만큼 대형 컨테이너선 기항을 원활히 하고자 항만 인프라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지역 탄중프리옥의 혼잡도가 가중됨에 따라 2027년까지 파팀반 신항에 58억달러를 투자해 컨테이너항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항만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진 북미 지역은 인프라 확장, 현대화, 스마트항만 기술 도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부합하는 항만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항만협회는 이 지역에서 내륙항만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그 배경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을 꼽았다. 전자상거래 시장 특성상 운송 시간을 단축하고자 철도, 도로 운송망과 복합운송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국의 캔자스시티, 멤피스 등이 내륙항만 확장에 적극적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혼잡해지면서 단기간 내 공급망 회복을 꾀하고자 대규모 항만개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바이든 행정부는 5억8000만달러를 투자해 총 15개주 31개 연안항만과 내륙항만 현대화를 추진했다.
지난 2023년 캘리포니아주는 미 서안 최대 항만인 LA항과 롱비치항에 15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선석 확장, 자동화시스템 구축,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통합 등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롱비치항만 당국은 환경규제 준수를 위해 전기화와 탄소배출 저감 차량 전환 등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 국가들은 지정학적 장점에 초점을 맞춰 항만 인프라 건설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모양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2018년 이후 정부 주도로 칼리파항과 후자이라항을 개발했으며, 심해항 개발, 친환경항만 구축, 항만 확장 프로젝트 등 물동량을 증진시키고자 항만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편, 유럽지역은 EU(유럽연합)의 그린딜 정책에 맞춰 친환경항만 개발이 주가 되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유럽 전역의 연안항만 개발시장은 탄소중립 해상운송과 친환경항만 이니셔티브 채택에 따라 지속 가능한 항만 개발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함부르크 항만당국은 지난 2023년 항만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항만 장비를 전기화하고 디지털 물류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12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터미널 자동화와 탄소배출 저감에 17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스페인 알헤시라스항은 6억달러를 투자해 컨테이너터미널 확장과 현대화 프로젝트 진행을 진행하고 있다. (
해사물류통계 ‘지역·유형별 항만건설 시장 현황 및 전망’ 참조)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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