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에 대응하는 물류정책 변화를 위한 시사점
트럼프 2.0 시대에 대응하는 물류정책 변화 방향 및 대안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제시되고 있으나, 트럼프 2.0 정책 및 그 영향에 대한 예측 자체가 어렵고, 거의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시점과 실제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시점의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벌써 다 지난 얘기를 이제 하고 있느냐는 평가를 받을 위험성을 안고 이 칼럼을 써야 할 것 같다.
트럼프 2.0 정부는, 그동안 추진해 오던 니어쇼어링(근거리 소싱), 프렌드쇼어링(우호국 이전), 리쇼어링(본국 회귀)에서 극단적인 리쇼어링,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을 통해 높은 생산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구축하도록 유도하고 더 나아가 수출 국가로의 전환까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투자 세액 공제 등 미국 내 설비 투자 및 생산에 대한 감세, 보조금 지급 등 인센티브 제공뿐 아니라 관세전쟁, 그리고 동맹국에 대한 압박까지를 포함하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그동안 힘들게 구축해 온 국제 분업 및 협력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이러한 정책이, 과연 미국에 도움이 되고 실제로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그리고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철저히 분리하고자 하는 극단적인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이 탈중국 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을 재차 위협하면서, 오히려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 칼럼이 실리는 시점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단기적, 단편적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일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등 여러 국가와의 갈등 심화, 미국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에서 거래 기반 동맹 관계로의 전환에 따른 세계 경제 체계의 급격한 변화 등 수많은 다른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경고되고 있다.
미국 내를 보더라도 ①관세, 이민,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감세, 재정 건전성 확보 등 여러 정책들 간의 상충으로 인한 가시성 확보의 어려움 ②세계 경제 협력 틀의 급변으로 인한 불확실성 ③이로 인한 거시 경제 및 금융 시장의 혼란이라는 큰 어려움 등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큰 불확실성 속에서 도출되고 있는 여러 시나리오별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해 나가는 방향 설정 및 의사결정은 매우 어렵고 많은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처럼 극도로 불확실한 제 환경 변화에 대해 최대한 정확히 예측하고, 광범위하고 신속한 시나리오분석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경제 및 물류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리질리언트한(탄력성 및 회복력을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시스템의 구축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도 기업의 공급망 리질리언스 수준 진단 및 리질리언트 공급망 구축 지원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관세전쟁이 촉발시킨 보호무역 강화 대응 정책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 ②미-중 간 무역 분쟁 등 심화되고 있는 지역 및 국가 간 갈등 ③메가 캐리어, 글로벌 물류기업, 포워더로의 급속한 물량 집중 현상 ④친환경 지속가능 물류 관련 글로벌 시장에서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및 기타 부담의 급증 ⑤이러한 환경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스마트 융복합 물류로의 급격한 전환 등으로 인해 물류 및 글로벌 공급망 관리 각 부문별로 불확실성 및 경쟁이 이미 극심한 상황에서 트럼트 2.0 정책은, 최소한 현재 상황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정확도를 가지는 예측을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관세전쟁이 촉발한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①글로벌 물량의 감소 ②글로벌 물량 및 무역 흐름의 리디렉션(전환), 이에 대응하기 위한 ③공급망 재편 ④글로벌 무역 및 경영을 지원하는 물류거점의 재구축 ⑤미국 항로 운항이 어려워진 중국 선박들의 아시아 항로 투입 등 선단의 재배치 등이 촉발되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수출입 물류, 해상 물류 등을 위한 정책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된다.
또한 트럼프 정부의 극단적인 정책들로부터 초래되는 위기를 최소화하고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계 선사 또는 NVOCC(무선박 운송인)와의 협력 강화, 특히 미국의 해양력 회복을 위한 법안인 SHIPS Act와 관련하여, 최대 250척의 상선을 확보하여 평상시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전시나 비상시 군사적 물자 운송에도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상선대, 그리고 동맹국 건조 선박의 참여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5년간의 인터림 플리트(임시 상선대) 등에 협력 및 참여하기 위한 용선, M&A, 제휴 등 다양한 대안 추구가 필요하다.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 지원 체계 구축 및 해외 진출/투자 지원 정책
국가 공급망 관리의 관점이 확대되어야 하며, 현재의 핵심 품목 수급 차원의 공급망 3법뿐 아니라, 물류정책기본법을 포함하여 핵심 품목의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플랫폼화 기반의 신속대응 체계 구축을 통해,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관리를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즉, 공급망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생산기지 다변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생산기지 다변화와 관련하여, 미국의 고관세 및 무역통제 조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품목에 대한 재점검 및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현재 많은 우리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인건비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을 통한 원료 및 중간재 조달 체계에서 더 나아가 제3국으로의 대체 공급망 확보 필요성 등이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트럼프 관세 정책의 내면에 있는,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화(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의 관세 동맹화 등), 미국의 해운·조선업 강화 방향 등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국가 및 산업 전체 차원에서 분석하고 대응하여야 한다.
그리고 우선은 미국, 그리고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타 해외로의 우리 기업의 진출 및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리스크를 지기보다는 ①민관의 협력 하에 현재 네덜란드, 스페인, 인도네시아, 미국 서안 등에 설치된 물류센터와 같은 공공 물류센터 조성 ②민관 합동 K-물류 태스크포스(TF)를 통한 중장기 물류 공급망 마스터플랜 수립 ③항만 및 터미널에 대한 공동 투자 ④화주-물류기업 동반 진출 지원 정책의 추진 등이 필요하다.
또한,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더욱 치열해질 국제경쟁에서 존립 발전할 수 있으며, 중소물류기업을 포함한 우리 물류기업들의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선도 기업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물류기업의 육성 그리고 급격한 글로벌 공급망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국제물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기회 활용 지원 정책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 정부의 최근 정책들이 얼마나 지속될지 트럼프 이후, 다음 정권에서 이런 정책들이 지속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조선, 해운 모두 경쟁력의 절대적인 열세로 인해,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한 레이건 정부의 산업지원 축소 등 미 정부의 보조금 축소 이후, 양 산업이 현재 거의 도태된 상황이다.
따라서 해운의 경우, 2024년 기준 미국의 해상교역을 수행하는 미국 국적의 상선 비중이 2.6%에 불과하며, 업계의 자료에 의하면 선박 건조비가 저렴한 인건비, 정부의 보조금 지원, 원자재/부품 공급망의 자급자족 체계 구축, 낮은 세율, 글로벌 해운사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기반으로 세계 상업용 선박 건조량의 53%를 차지하는 중국 대비 5~6배까지 차이 나고, 운항 원가가 3~4배까지 비싼 상황에서 과연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 가능할 것인가가 핵심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미 정부에서도 이런 점들을 인식하지 못할 리가 없고, 따라서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데 있어서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기여를 하면서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여러 극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제 및 제 환경의 변화에 가장 먼저 직면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 것이 물류 부문이므로, 서두에 언급된 것처럼 어떤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고, 회복할 수 있는 리질리언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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