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물류기업 세방이 올해 1월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AEO)’ 보세구역운영인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AAA를 받았다. 지난 2008년 국내에서 AEO 제도가 시행된 이래 최고 등급을 받은 물류기업은 세방이 유일하다.
김근영 세방 상무는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SO(최고안전책임자)를 겸직하며 AEO, ESG(환경·사회·투명경영) 그리고 중대재해예방을 총괄하고 있다.
김 상무는 철저한 법규 준수 제고 노력과 한 차원 높은 안전관리 역량을 인정받아 AEO 최고 등급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보세운송업자와 하역업자에서도 ‘AAA’를 획득해 물류기업이 받을 수 있는 모든 AEO 부문에서 최고등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다양한 위험에 대응한 모의훈련 수차례 진행
AEO 인증은 2001년 미국 911테러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강화된 법규 준수, 안전관리 수준, 재무 건전성, 내부통제시스템 등의 심사를 수행하고 공인된 기업에 통관 절차와 관세 행정상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평가 점수가 80점 이상인 업체 중 법규 준수도를 최종 평가해 관세 당국이 등급을 책정한다. 80점 이상은 A, 90점 이상은 AA가 주어진다. 95점 이상은 AAA를 획득할 수 있는데, AEO 경진대회에서 입상하거나 우수사례를 별도로 보유해야 한다.
김 상무는 최고 등급 획득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뒤따랐다고 말했다. 세방은 지난 2013년 AEO를 최초 획득한 데 이어 2019년 AA를 받았다. 6년이 지난 2025년 1월 보세구역운영인 부문에서 AAA를 획득했다. 만점은 99점으로, 세방은 2023년 4분기부터 99점을 유지했다. 총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트리플A는 세방이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쌓아온 운영 노하우와 철저한 내부 관리 시스템을 녹여낸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50여 개 사업장에서 철저한 법규 준수 제고 노력의 결실로 한 차원 높은 안전관리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한 부서의 노력이 아닌 전사적 지원과 유관부서 간 협업이 이뤄져 최고 등급을 획득할 수 있었다. 부서별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점검과 피드백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문제점을 보완했다. 특히 단순히 매뉴얼을 숙지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모의 훈련을 수차례 진행했다.
“인증을 유지 획득하는데 각 지역 지사장의 스트레스가 많았을 걸로 예상한다. 하지만 AAA 등급을 획득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 지속된 게 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수학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국어·영어·수학을 잘해야 하듯이 AEO 인증도 운영, 법무, 보안, 품질관리 등 모든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이뤄낼 수 있는 성과다.”
사전 위험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사의 법규준수도관리시스템인 ‘S-RMS(Sebang Risk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50여개 사업장에서 단 한 군데라도 신고를 누락하거나 지연 신고를 할 경우 과태료를 받거나 통고처분을 받아 등급이 강등되거나 인증이 취소될 수 있다.
이 밖에 AEO 경진대회에서도 입상해 ‘AAA’ 획득 필수요건을 충족했다. 세방은 AEO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번의 동상과 1번의 장려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냈다.
AAA 획득으로 창고 운영안정성 강화 기대
세방은 ‘AAA’ 등급 획득을 계기로 ▲화물 검사 비율 축소 ▲서류 제출 생략 ▲관세조사 면제 ▲신속 통관 등의 절차에서 간소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절차 간소화로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부담을 완화하게 됐다. 더불어 ‘보세창고 특허 및 운영에 관한 고시’ 제7조에 따라 기존 AA 시 8년이던 특허 갱신 기간이 AAA 획득으로 10년으로 연장됐다.
보세창고를 운영하려면 일정 기간마다 특허를 갱신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한 데다 행정적 부담이 커 담당자들은 특허 갱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갱신 주기가 길어지면서 보세창고 운영 안정성이 강화되고, 행정 절차가 줄어들어 실무자의 업무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적인 신뢰도 상승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등급 획득으로 세방은 한국과 AEO 상호인정협정(MRA)을 체결한 미국, 중국, 일본 등 25개국에 수출 시 상대국 세관에서도 통관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상무의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보세구역운영인 부문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세운송업자와 하역업자 부문에서도 등급을 한 계단 높여 총 3개 부문에서 ‘AAA’를 획득하겠다는 목표다.
끝으로 김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AEO뿐만 아니라 재무 관리를 강화하고, 중대재해 안전관리 체계와 ESG 경영 활동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세방은 올해 안전보건 예산을 전년 대비 8% 증액한 39억원으로 편성했다.
또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 근로자의 개인보호구 착용, 불안전 행동 감지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안전점검의 날을 운영하는 등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해양수산부 주관 ‘항만안전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ESG 부문에서는 올해부터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대상으로 전 과정에서 평가 인증을 받아 탄소배출 관리 역량을 한 단계 높일 계획이다. 환경 규제에 대응해야 고객에게 높은 품질의 운송서비스는 물론 정부 정책과 시장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김 상무의 견해다.
“세방은 정도 경영이 단순히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내외의 신뢰는 물론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마련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올해 정도 경영을 위해 기존 컴플라이언스, 내부통제 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급 평가 신청, ISO 준법경영을 인증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사업에서 잘못된 부분이나 유지하고 있는 프로세스를 지속 개선하면서 중대재해 예방과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할 것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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