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말 이른 설 연휴가 찾아왔지만 수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시현했다. 중국발 화물이 부진하자 일부 선사에서는 선복을 한국에 추가 투입했다.
1월17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발 중동(두바이)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311달러로 집계됐다. 1월 들어 3주 연속 하락했다. 이달 3주 평균운임은 1393달러로, 지난달 평균인 1464달러에 비해 약 5% 떨어졌다. 홍해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 같은 달의 2052달러와 비교하면 32% 급락한 수치다.
한국발 해상운임(KCCI) 또한 12월 중순부터 5주째 하락하며 약세로 돌아섰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표한 부산발 중동행 운임은 1월20일 기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414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3주 평균운임은 지난달 2553달러보다 4% 떨어진 2457달러였다.
수요는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중국 춘절과 우리나라 설 연휴를 앞두고 ‘깜짝’ 물량 러시를 기대했던 선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선사 관계자는 “‘밀어내기 수요’라고 할 만한 게 특별히 없었다”며 “소석률(화물 적재율)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우리나라와 중동 국가를 오간 화물량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11%) 감소율을 보였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더해 수에즈운하로 향하는 길이 막히면서 전반적으로 물동량이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1~12월 우리나라와 중동 간 수출입 물동량은 59만4000TEU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2월 수출입 물동량은 전년 동월(5만9000TEU)보다 9% 적은 5만4000TEU를 기록했다. 특히 수출화물은 3만1000TEU로, 전년 3만5000TEU보다 11% 넘게 감소했다.
한편, 홍해 사태를 촉발했던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1월19일부로 막을 내리면서 해운시장에도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지난해 내내 수에즈운하 입구를 막아섰던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이 휴전을 선언함에 따라 작전을 변경했다. 이들은 19일부터 미국과 영국 소유의 선박을 더 이상 표적으로 삼지 않는 대신 이스라엘 국적 선박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수에즈운하 통항이 가능해지면 일부 선박을 제외하고 운항하기 어려웠던 홍해·아덴만 인근의 항만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와 덴마크 베스푸치마리타임 등은 이-팔 휴전을 희망봉 우회가 끝나는 신호탄으로 보고,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항로로 복귀하면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사별로 수에즈운하 복귀 시기는 달라질 예정이다. 프랑스 선사 CMA CGM의 컨테이너선 <콜룸바>호는 1월23일 수에즈항로 동쪽을 통과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향했다. 이 선사는 처음으로 정기노선을 재개하는 선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덴마크 선사 머스크는 외신에 “복귀를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안전이 확보될 때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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