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 중심의 교역 루트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이석용 해양산업정보센터장은 지난 11월22일 인천 송도센트럴파크호텔에서 개최된 ‘2024 인천광역시 물류의 날’ 행사에서 “트럼프 2.0을 맞아 무역·통상에서 미중 물량은 감소하겠지만 양면이 있다”며 대응 방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석용 센터장은 먼저 해운물류 동향을 분석하며 내년 하반기를 우려했다. 그는 “선박 증가율에 따라 내년 하반기 이후로는 컨테이너 시황을 예측하기 두려워질 수 있다”면서,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은 수급이 아닌 외부 요인으로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올해 해운 시장은 상반기에 홍해 사태, 중국의 춘절 물량, 미국의 소비 개선, 조기 물량 밀어내기 등이 겹치면서 강세 시황을 이끌었다. 그는 이 같은 활황이 벌크선 등의 선박 해체가 줄어든 원인으로 분석하며, “선주들은 패널티를 감당할 수 있는 데까지 운항하다가 규정이 강화되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신조 인도가 계속돼 주요 항로에 공급량이 늘어난 상황은 잠재적인 위험 요소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19 당시 발주한 선박들을 투입하면서 선박 재배치(캐스케이딩)가 확대되고 선박 대형화가 이뤄지면서 경쟁 심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아시아역내 항로에서도 이 같은 경쟁이 구체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추후 시황에 영향을 미칠 주요 현안으로는 북미 동안과 캐나다 서부항만에서 일어난 노사 갈등, 우회 운항 지속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변수, 트럼프 정부에 따른 미-중 무역 갈등 심화 등을 꼽았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북미항로 운임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교역 긴장이 팽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이 보편적 관세 정책을 펼치며 자국 내 제조업과 생산기지를 복원하려고 할 것”이라며 “기존 항로 간 운송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되레 삼국을 통한 교역 확대 기회를 이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이석용 해양산업정보센터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석용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시장에 영향을 받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경기 불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교역 루트를 다변화하는 데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수출입 감소 대응책 필요…항만·항공 희비 엇갈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벌인 토론에선 국내외 물류산업의 도전 과제와 해법을 두고 각각의 심층적인 현황 분석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출입 화물량이 줄고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내년 1월20일부터 집권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정책에도 우려가 쏟아졌다.
인천항만공사(IPA)는 트럼프 리스크를 가장 우려했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위기와 미국·캐나다 항만 파업 문제는 이미 노출된 문제지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불확실성이라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IPA 김영국 기획관리처장은 인천항의 대다수 항로가 중국을 기항한다는 점을 리스크로 꼽았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파생 효과가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피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과도한 중국 의존성을 탈피하겠다”며, “인도, 인도네시아 등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항로 유치 마케팅을 벌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인천항의 인프라가 개선돼야 발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인천항에서 컨테이너 운송과 관련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올물류의 정민경 상무는 “현재 인천항은 부산항의 옵션 정도”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수출입 관련 인프라 부족은 늘 나오는 이야기”라며, “인천항이 다른 항만에 물량을 뺏기지 않으려면 앞으로 부산항의 대응책이 아닌 개선책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 회원사들로 이뤄진 국제물류협회(KIFFA)는 지난 몇 년 간 진행된 정부 정책이 제조업체와 화주기업 위주로 진행된 데 아쉬움을 토로했다. KIFFA 임택규 이사는 “트럼프 재집권 문제까지 연결되지 않아도 현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 물량도 많이 빠지고 운임 비용도 여전히 높다”고 현황을 전했다. 그는 “협회에선 국제물류주선업 업종을 산업화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기금을 조성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해 물류기업을 지원하고 보호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석한 기관·업체 중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가장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은 환적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항공 복합운송인 시앤드에어가 늘어난 데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직행하는 화물보다 인천을 거치는 항공화물이 늘어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용훈 물류처장은 “미-중 갈등이 인천공항에도 타격이 있긴 하지만 항공 특수가 더 크다”면서,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중국 전자상거래 이용이 많은데, 이런 점에서 상황을 어둡게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1부에 진행된 물류정책 세미나는 국제물류와 도시물류를 주제로 이뤄졌다. 국제물류 세션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대응 전략’을 주제로 불확실한 환경에서 공급망 리스크 대응 방안과 물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뤘다. 인천광역시물류연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인천항발전협의회, 한국국제물류협회, 한국통합물류협회 등 유관 기관과 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물류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올해부터 물류연구회 회장직을 맡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은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시대를 마주하며 물류 및 공급망의 새로운 혁신과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전문가들이 서로 교류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개회사를 전했다.
한진·지비티에스·IPA 인천시 물류발전 포상
이날 2부에는 ‘물류 발전 대상’ 시상식과 물류인의 밤 기념행사가 진행됐다.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시물류연구회·인천항발전협의회가 공동 주관해 물류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천지역 개인과 기업을 선정, 포상했다. 이어서 물류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소통과 협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비티에스, 인천항만공사 김성태 항만운영실장,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게 물류발전대상을 시상했다. |
올해 물류발전대상 ‘기업 부문’ 본상은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이 받았다. 인천항 물동량 증대, 신규 서비스 항로 개설, 항만 하역장 근로자 재해 예방 사업에서 이룬 성과를 인정받았다. 항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천이 글로벌 물류 중심도시로 발전해 나가는 데 기여한 공을 높게 평가받았다.
‘특별상’은 디지털 물류 예약 플랫폼과 수출입 업무 협업 시스템으로 국제 물류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한 지비티에스가 수상했다. 또 ‘개인 부문’ 상은 인천항 효율 운영·관리에 기여한 공으로 인천항만공사(IPA) 김성태 항만운영실장에게 돌아갔다.
시상을 진행한 인천광역시 유정복 시장은 “지금 물류는 국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인천이 글로벌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정책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더불어 이날 인천항발전협의회 이귀복 회장은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주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공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나 인천항만은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며 내년에는 항만 측에서도 합심해서 미비점을 개선해줄 것을 당부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