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컨테이너선사의 선적 거부를 금지하는 제도를 9월 하순께 시행한다.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는 ‘선박운송인(VOCC)의 부당한 선복 제공 거부에 관한 규정’ 최종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코로나19발 물류대란이 일어난 2022년 6월 공포된 개정 외항해운개혁법(OSRA 2022)의 하위 법령으로 제정됐다.
오스라2022는 선사의 부당한 선적 제한 조치를 금지하는 한편 체화료(디머리지) 체선료(디테션) 등의 초과 보관 할증료를 법률에 근거해서 부과하도록 했다. 부당한 비용 부과가 드러나면 해당 운송사는 벌금을 물고 받은 비용도 되돌려 줘야 한다. 운임 부과 문제로 화주와 선사가 소송을 벌이게 되면 화주가 아닌 선사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했다.
오스라2022에 근거해 FMC가 제정한 규정은 선사가 미국 수출입업체에게 부당하게 선복 제공을 거부하거나 불공정하고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를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화주가 부당한 선적 거부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선사가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
이 규정은 또 매년 선사가 FMC에 기밀 정보인 수출 정책 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수출 정책 문서엔 운임 책정 전략, 제공하는 해운 노선, 컨테이너박스 공급 전략, 시장 설명 등의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다만 수입 정책에 대한 문서 제출은 별도로 의무화하지 않았다. 선적 거부 금지 규제는 수출과 수입 공통으로 시행하면서 문서 제출은 수출과 수입을 차등화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이 같은 차등적인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FMC는 지난해 미국의 무역 적자가 1조달러에 이르는 데다 미국 항만에서 이뤄지는 국제무역거래에서 수출입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2019년 4월 198만TEU였던 미국 수입화물은 2023년 4월 180만TEU로 9% 감소한 데 반해 수출화물은 같은 기간 120만TEU에서 80만TEU로 3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시아-미국 간 해상항로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화물 대비 미국에서 나간 화물 비중은 2019년 39%에서 2020년 36%, 2021년 29%, 2022년 28%를 기록,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띠었다. 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지난해는 다시 33%로 회복됐다.
FMC는 선사들이 수출화물보다 운임이 높은 수입화물 수송에 치중하면서 수출화물 운송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한다고 수출입 불균형의 원인을 분석했다. 올해 1월 미국 수입화물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845달러였지만 수출화물 운임은 633달러에 불과했다. FMC 측은 컨테이너 장비 재배치 문제도 미국 수출화주들이 물류난을 겪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FMC는 선적 거부 금지 규정을 9월2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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