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화물차 규제 완화에 반발해 두 달 넘게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봉쇄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물류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현재 도로허스크 검문소 지역엔 우크라이나로 가려고 대기하는 트럭 1000여대가 30km 이상 늘어서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위대가 트럭을 3시간에 1대씩 통과시키고 있어 통행 속도를 감안하면 화물차가 국경을 통과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폴란드 운전기사들은 11월6일 코르초와, 흐레베네, 도로허스크 등 주요 국경 검문소 3곳을 기점으로 화물차를 세우고 통행로를 점거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이후 셰히니 국경을 추가로 차단하면서 검문소 8곳 중 4곳이 마비됐으나 이달 6일 셰히니 지역에선 봉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에는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의 운전기사들 또한 시위에 일시 합류했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등 접경국가 간 갈등은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연합(EU)이 연대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에 혜택을 주며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공항이 폐쇄되고 흑해가 봉쇄돼 육로를 이용한 운송만 가능해지면서 EU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무관세 조치를 내리고 우크라이나 운송회사에 EU 입국 허가를 면제하도록 협의했다.
특히 폴란드에선 2022년 7월 시행된 교통 자유화 협정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하는 특혜라고 반발했다. EU 국경 이동 횟수와 기간 제한을 없애고 허가를 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협정은 지난해 한 차례 연장돼 올해 6월까지 이어진다.
폴란드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우크라이나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인건비를 낮췄다며 허가제를 복원하라고 날을 세웠다. 폴란드 운전사의 평균 월급여는 2500유로인 반면 우크라이나 운전사는 700유로에 불과해 폴란드 화물차 기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화물차 수출 수입 운송 실적은 운송 협정의 영향으로 2021년 대비 각각 30% 25% 증가했다.
운전기사들과 함께 국경을 봉쇄했던 농민들은 협상을 통해 시위를 끝냈다. 지난해 동유럽 농민들은 값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로 피해를 봤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같은 해 4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일시적으로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 가운데 폴란드 농민들은 다시 보조금 지원과 세금 인하를 요구하며 수차례 시위했다. 그 결과 지난 7일 폴란드 국영통신사는 정부가 농민단체 의견을 수용, 합의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새 정부는 직면한 과제 중 하나를 해결했으나 도로운송 노동자 문제는 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과 이달 9일 등 분쟁을 해결하고자 국가 간 양자 회의가 이뤄졌으나 타결되지 못했다. 도널드 투스크 신임 폴란드 총리는 “개인 이익을 지키는 데 국경 봉쇄라는 방법을 쓰지 않도록 설득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지난달엔 도로허스크 지역 당국이 시위 허가를 거부해 일시적으로 통행이 해소됐지만 시위대는 일주일 뒤 시위를 재개했다.
시위대 측은 전쟁 구호품과 군사물자 차량은 통과시키고 있어 문제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봉쇄 시위가 길어지자 지난해 11월과 12월 우크라이나 기사 3명이 통행 대기 중 사망하면서 인도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국경 지역의 기온이 영하를 넘나드는 가운데 사망자 중 일부는 3일 이상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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