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이 올해 상반기 선박수주 실적에서 1년 만에 중국에 밀려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급감한 데다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게 수주량 감소로 이어졌다.
국내 조선 빅3의 수주 성적표는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반기 수주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하면서 저조한 목표 달성률을 보였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수주량이 소폭 감소했음에도 목표 달성률이 90%를 웃돌았다. 건조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주로 수주한 세 조선사는 남은 하반기 수익성 위주의 영업 전략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조선 상반기 선박수주 516만CGT로 반토막
올해 상반기 선박 수주실적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반기 선박 수주량은 516만CGT(수정환산톤수)로, 1043만CGT를 기록한 중국에 크게 밀리며 세계 2위를 기록했다. 3위 일본은 140만CGT에 그쳤다.
글로벌 상반기 선박 발주량은 전년 2712만CGT 대비 34% 감소한 1781만CGT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 1039만CGT보다 50%, 중국은 지난해 1220만CGT 대비 15% 각각 감소한 실적을 각각 거뒀다. 일본 역시 전년 319만CGT에서 56% 줄어든 수주량을 기록하며 한중일 모두 지난해 수준의 일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수주 점유율도 지난해 38%에서 올해 29%로 9%포인트(p)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45%에서 59%로 14%p 상승했다. 3위 일본은 8%에 그치며 한국 중국의 2강 체제가 이어졌다.
6월 수주량에서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섰다. 6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538만CGT 대비 49% 줄어든 276만CGT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38만CGT, 중국 220만CGT로, 수주 점유율은 각각 14% 80%로 나타났다. 일본은 4만CGT를 수주, 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6월 말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5월 말 대비 0.1%(7만CGT) 증가한 1억1451만CGT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 5315만CGT, 한국 3880만CGT, 일본 1073만CGT 순이었다.
전월 대비 한국은 1% 감소한 반면, 중국은 1%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한국은 8%, 중국은 10% 각각 증가해 올해 수주 호조세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3위 일본은 전월 대비 3%, 전년 대비 12% 줄었다.
6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지난달보다 0.81p 상승한 170.91p를 기록, 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조선이 대거 수주한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이 전달 대비 100만달러 상승한 2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주 선가가 2만60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향후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2만2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250만달러 상승한 2억2500만달러를 기록,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초대형유조선은 전달과 동일한 1억2600만달러를 유지했다.
삼성중공업·한화오션, 수주액 두자릿수 급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 3’는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발주 폭증으로 수주 풍년이었던 지난해보다 더 적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이미 3년 치의 일감을 확보하면서 선별 수주에 나선 게 수주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조선 빅3 중에서 수주 규모가 가장 큰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6개월 동안 143억9000만달러 규모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수주액 144억달러와 비교해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수주 목표액인 157억4000만달러의 91.4%를 달성했으며, 컨테이너선과 가스선이 전체 선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웃돌았다.
총 수주 척수는 110척으로 컨테이너선 29척, LNG 운반선 18척, LPG 운반선 20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33척, 탱크선 3척, 중형가스선 2척, 자동차운반선 4척, 해양설비 1기 등을 수주 리스트에 올렸다. 지난해는 컨테이너선 79척, LNG 운반선 21척, 특수선 6척, 기타 18척 등 124척을 쓸어 담았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가스선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풍부한 건조 경험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위주의 영업 전략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은 수주액 32억달러를 신고했다. 6개월 동안 LNG 운반선과 원유운반선 등을 수주하면서 연간 목표 95억달러의 34%를 기록했다. LNG 운반선 6척, 원유운반선 2척, FLNG(액화천연가스생산설비) 1척 등 9척이 수주 장부에 기입됐다. 지난해 수주액 63억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49%) 난 수치다.
지난해엔 컨테이너선 9척, LNG 운반선 24척 등 33척을 수주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력 수주 선종인 LNG 운반선의 호황이 올해에도 지속되면서 3년 연속 수주 목표 달성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올 상반기 11억달러 규모의 일감을 확보하며 15%의 목표 달성률을 보였다. LNG 운반선 4척 확보에 그쳤다. 지난해 수주액 59억달러 대비 81%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엔 컨테이너선 6척, LNG 운반선 18척, 기타 2척 등 총 26척을 확보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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